컬럼

<건강칼럼. 혼내면 반성하는 반려견의 진짜 속내

 

한국헬스경제신문 | 이후장 경상국립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혼냈을 때 반려견은 반성할까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이라면 반려견이 아무 데나 소변을 보거나 물건을 물어뜯어서 혼냈던 경험이 한 번쯤은 있었을 것이다. 그럴 때 반려견은 고개를 숙이고 눈치를 보는 표정을 짓고, 뒷걸음질 치며 물러서기도 하고 몸을 한껏 움츠린 채 잔뜩 위축된 모습을 보이면서, 눈을 내리깔았다가 곁눈질로 쳐다보기도 한다. 이러한 반응에 주인은 혼내는 것을 알아듣고 반려견이 반성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반려견은 무엇 때문에 혼나는지도 모른 채, 주인이 화를 내고 있어서 무섭고 불안할 뿐이다. 미국 바너드 대학교의 개 심리학자인 알렉산드라 호로비츠 박사는 「죄지은 듯한 표정을 해석하기: 익숙한 개 행동을 유발하는 주요 단서들」라는 연구에서, “인간들은 자신의 감정에 기초해서 개의 감정을 해석하기 때문에 잘못 헤아리는 부분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개의 ‘죄책감을 느끼는 모습’이 대표적인 예”라고 지적하였다. 보호자가 혼낼 때 반려견이 죄를 지은 듯한 표정과 행동은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으로 인한 행동인데, 사람들은 반려견이 죄책감을 느껴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잘못 판단한다는 것이다.


진화 과정의 산물, 반려견의 표정
반려견의 불쌍한 표정은 인간에게 가엾다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비장의 무기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표정 변화는 원초적인 것일까? 영국의 포츠머스 대학교의 줄리안 카민스키 연구팀은 「개 얼굴 근육의 해부학적 진화」라는 제목의 논문에, 개의 불쌍해 보이는 표정을 가능하게 한 해부학적·진화적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연구진들은 “가축화 과정에서 개의 얼굴 근육 구조를 인간과의 소통에 맞게 표정을 나타낼 수 있도록 변화시켰다"는 가설을 제시했으며, 개의 풍부한 눈썹 표현력은 인간의 선호에 따른 선택의 결과라고 설명하였다.


연구진들은 개와 늑대의 얼굴 근육을 비교한 결과, 개는 모두 눈썹을 들어 올리는 근육과 눈의 크기를 조절하는 근육을 가지고 있었지만, 늑대에게는 이런 근육이 없었다고 하였다. 따라서 눈썹 안쪽을 올려 나타내는 개의 표정은 사람이 슬플 때 짓는 표정과 유사하여, 사람들의 보호 본능을 자극할 수 있으며, 이들 근육의 작용 덕에 눈을 더 크고 아기처럼 보이게 만들어 인간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한다고 설명하였다. 결국 개가 불쌍해 보이는 표정을 짓거나 어린아이와 같은 표정을 짓는 것은 인간의 보호와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진화적 적응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사람의 관심과 반려견의 표정 변화
또한 카민스키 연구팀은 「사람의 관심은 반려견의 표정에 영향을 미친다」라는 논문에서 “반려견은 단순히 배고프거나 흥분했을 때만 슬픈 듯한 표정을 짓지 않았다. 사람이 바라보고 있을 때 더 자주 표정을 바꾸었다.”고 보고하였다.


대부분 포유류는 얼굴 표정을 짓는데, 전통적으로 동물의 얼굴 표정은 다른 개체와 소통하려는 적극적인 시도라기보다는 감정 상태를 드러내는 무의식적인 반응으로 여겨져 왔다. 카민스키 연구팀은, 반려견의 얼굴 표정이 누군가가 보고 있을 때와 아닐 때 달라지는지, 그리고 단순히 음식과 같은 자극에 의해서 변화하는지를 살폈다.

 

연구팀은 인간 실험자가 반려견을 바라보는 경우와 고개를 돌린 경우 두 상황을 제시했고, 음식을 제시한 경우와 제시하지 않은 경우를 각각 비교했다. 그 결과, 반려견은 사람이 주의를 기울이고 있을 때 얼굴 표정을 더 많이 바꾸었으나, 음식 급여 상황에서는 큰 반응 차이가 없었다고 보고하였다. 따라서 반려견의 얼굴 표정 변화는 단순히 무의식적인 감정 표현이 아니라 사람과의 의사소통을 위한 적극적인 시도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였다.


반려견은 주인의 감정 상태를 어떻게 알까
반려견은 보호자가 우울할 때는 곁에서 가만히 앉아 있고, 즐거울 때는 주변을 뛰어다니며 함께 기뻐하는 듯한 행동을 취한다. 이런 행동은 마치 반려견이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과연, 반려견은 보호자의 감정 상태를 읽을 수 있을까? 결론은 ‘읽을 수 있다’이다. 여러 연구에서도 반려견이 표정, 목소리, 몸짓 변화 등을 종합해 보호자의 감정을 파악한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사람은 얼굴 표정으로 감정 상태를 나타낸다. 만일, 반려견이 보호자의 표정 변화를 구분할 수 있다면, 감정 상태를 알 수도 있을 것이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수의과 대학의 리사 윌리스 연구팀은 「눈맞춤 훈련은 개의 시선 추적 행동을 조절한다」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개들이 훈련을 통해 사람의 표정 변화를 파악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보더콜리 145마리를 대상으로 사람이 문을 바라볼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관찰하였다. 훈련을 받지 않은 개들은 사람의 시선을 따라 문을 쳐다보았지만, 훈련받은 개들은 사람의 얼굴과 제스처에 더 주의를 기울였다고 한다.


미국 매칼레스터 칼리지의 메르예스 마노와 마리지오 보텐은 「울 때와 웃을 때 반려견의 심박수 변화와 공감적 행동 반응: 기대어 울 수 있는 어깨」라는 논문에서 “반려견들이 자신의 보호자가 웃거나 우는 시늉을 하면 심박수에 변화가 있었으며, 웃는 표정보다 우는 표정을 했을 때 더 많은 변화를 보였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이탈리아 바리 알리 모로 대학교의 마르첼로 시니스칼키 연구팀은 「개가 인간의 감정 표정에 반응할 때 보이는 시선 방향 비대칭성과 생리적 변화」라는 논문에서, 개들은 사람의 분노, 두려움, 행복, 슬픔, 놀라움, 혐오 등 6가지 기본적인 감정을 구별했으며, 이에 따라 시선과 심박수에 변화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반려견은 다양한 표정을 통해 보호자와 소통하고 공감하기 위해 노력한다. 보호자도 반려견이 어떤 표정을 지을 때 ‘왜 지금 이런 표정을 지을까?’ 헤아려야 한다. 사람과 반려견의 신체적, 환경적 요인의 차이는 무엇인지 확인하고 이에 따른 상호작용을 점검하면서 그 의미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특히 반려견은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보호자는 반려견의 신호를 단순한 습관 정도로 여기지 말고 감정 표현의 한 형태로 이해하려는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