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샤워를 한 뒤 면봉으로 귀를 후비는 사람들이 많다. 매일 귀이개를 달고 사는 사람도 있다. 가족끼리 애정의 표현으로 귀지를 파주기도 한다. 그러다 잘못 파면 귀에 피가 나기도 하지만 귀지를 파면 시원한 느낌이 들어서 좋다.
과연 귀지는 가끔이라도 파주는 게 좋은가, 오래 그대로 두어도 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의학적으로 귀지는 가급적 파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귀지를 파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귀지는 단순히 ‘귓밥’이 아니라, 귀 건강을 지키기 위해 우리 몸이 만들어낸 천연 보호막이기 때문이다.
귀지는 탈락한 피부세포와 지질로 이뤄졌는데 이를 단순한 노폐물로 보면 안 된다. 귀지가 생기는 건 다 이유가 있다.
귀지는 고막에서 바깥쪽으로 서서히 이동하며 죽은 세포와 먼지를 함께 배출하는 자정작용을 한다. 즉, 가만히 둬도 알아서 청소가 되는 것이다.
또 귀지는 약산성을 띠고 있어 세균이나 곰팡이가 번식하는 것을 막아준다. 이밖에도 귀지는 귓속 피부가 건조해지는 것을 막고, 벌레나 이물질이 들어가지 못하게 차단한다.
귀지는 대부분 자연스럽게 귀 밖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특별한 불편이 없다면 제거할 필요가 없다. 면봉이나 귀이개 사용을 반복하는 습관은 오히려 귀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일반적인 성인의 외이도는 약 2.5cm 길이의 S자형 관 형태다. 평균 직경은 약 7mm 정도에 불과하다. 귀지샘은 귓구멍 가까운 쪽의 외이도에서만 발견된다. 고막에 가까운 골부에는 귀지샘이 존재하지 않는다.
면봉이나 귀이개로 귀를 파면 오히려 귀지를 안쪽으로 밀어 넣어 ‘이구색전’(귀지가 꽉 막히는 현상)을 유발하거나, 외이도에 상처를 내어 염증(외이도염)이 생길 수 있다. 귀이개를 귀로 깊숙이 넣으면 출혈, 고막 천공, 심하면 중이염까지 진행될 수 있다.
귀는 작은 상처도 염증의 통로가 돼 세균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고막은 0.1mm 이하로 얇아 아주 작은 압력에도 손상되기 쉽다.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인이 서양인에 비해 귀를 더 자주 파는 경향이 있는 것은 과학적 이유가 있다. 바로 귀지의 종류 때문이다.
한국인은 대부분 가루처럼 건조하고 바스락거리는 건성 귀지를 가지고 있어 귀이개로 파냈을 때 시원함을 느낀다. 반면, 서양인은 끈적끈적한 습성 귀지라 귀이개를 쓰기 어렵고 면봉으로 겉만 닦아내는 편이다. 이런 체질적 차이 때문에 한국인들이 유독 귀 파기를 하나의 문화나 습관처럼 즐기게 된 면이 있다.
다만, 귀가 꽉 막힌 듯 답답하고 소리가 잘 안 들릴 때, 귀 안에서 통증이 느껴질 때, 귀지가 너무 딱딱하게 굳어 있을 때는 이비인후과를 가야 한다. 병원에서 파내거나 안전하게 녹여서 제거해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