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박건 기자 |
노인 건강 분야에서 ‘구강관리’가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치아 한 개를 지키는 일이 노년기 건강을 좌우하는 핵심이라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임지준 대한치매구강건강협회 회장은 최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연 미디어아카데미 강연에서 초고령사회의 한국이 가장 먼저 손봐야 할 돌봄 정책으로 구강관리를 강조했다.
임 회장은 개인 치과병원을 운영하면서 주요 직능단체 30여 곳이 공동 참여하는 ‘건강수명 5080 국민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그는 “노인의 건강 악화는 뇌나 심장이 아니라 ‘입 안’에서 시작된다”며 “씹지 못하면 먹지 못하고, 먹지 못하면 몸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노인이 음식을 씹지 못하면 단백질과 칼로리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해 근육량이 줄고, 이는 체력 저하와 체중 감소로 이어진다. 그러면 낙상, 골절, 욕창, 감염, 치매 진행 가속 등으로 이어지면서 삶의 질은 급격히 떨어진다.
임 회장은 “노인의 몸은 음식이 약이고, 씹는 힘이 곧 면역력”이라며 “구강관리는 노쇠와 치매의 첫 단추를 조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의 한 연구가 65세 이상 노인 3,0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소 씹는 데 어려움을 겪는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노쇠 위험이 2.68배 높았다.
건강수명 5080 국민운동의 핵심은 노인 간 건강수명 격차를 줄이는 데 있다. 지역·소득에 따라 건강수명이 10년 이상 차이 나는 현실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임 회장은 구강 돌봄 체계 구축을 위한 4대 과제로 ▲치매 어르신·가족·지역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돌봄 인프라 구축 ▲방문간호·방문요양 등 노인 돌봄 체계에 치과·구강 프로그램 포함 ▲요양원·가정 방문을 위한 치과·치과위생사 진료 수가 신설 ▲전국 요양시설의 구강관리 정기화·의무화를 제안했다.
임 회장에 따르면 일본은 40년 전부터 구강건강 대책을 본격화했는데 대표적인 성과가 1989년 시작한 ‘8020 프로젝트’(80세에 자연 치아 20개 유지)다.
일본 정부는 구강건강이 곧 영양·근육·인지기능·삶의 질·의료비 지출과 직결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세계 최초로 노인을 위한 방문 치과 진료를 시행했고, 치매 환자는 연 4회까지 구강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됐다.
그 결과 일본 정부는 2016년, 목표보다 6년 앞서 프로젝트의 성공을 공식 발표했다.
1989년 대비 잔존 치아 수는 3배 이상 증가했고, 80세 이상 노인의 20개 이상 치아 보유율이 50%를 넘어섰다. 프로젝트 시작 당시 일본 노인의 평균 잔존 치아는 10개에도 못 미쳤다. 노인 폐렴의 90%를 차지하는 흡인성 폐렴 감소와 의료비 절감에도 구강 관리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임 회장은 “치아 한 개의 가치는 약 3만달러(약 4천500만 원)에 달하고, 1∼1.5년의 수명연장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80세 이상 폐렴 환자의 90%가 흡인성인데, 구강위생이 나쁘면 폐렴 위험이 1.6배 증가한다”며 “치주균은 치매 원인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 축적을 촉진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