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한건수 기자 |
유방암은 전 세계에서 여성에게 가장 흔한 암이다. 국내에서는 해마다 3만 명 넘는 여성이 유방암을 진단받는다.
40세 이후부터는 모든 여성이 1∼2년 주기로 유방암 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권고안이 최선의 유방암 예방책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하지만 개인별 유방암 위험도가 크게 다르므로 이처럼 획일적인 연령 기준을 적용하는 방식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유방암 검진을 나이 기준이 아니라 ‘위험도 기반(risk-based) 검진’으로 바꾸어야 더 합리적으로 암을 찾아낼 수 있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제시된 것이다.
미국의학협회 학술지(JAMA) 최신호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UCSF) 유방센터 연구팀은 40∼74세 여성 2만8천372명을 대상으로 ‘위즈덤’(WISDOM·Women Informed to Screen Depending on Measures of Risk) 연구를 시행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을 무작위로 나눠 한 그룹에는 기존처럼 연령 기준에 따라 매년 유방촬영술을 시행하고, 다른 그룹에는 개인별 위험도 평가 결과에 따라 검진 시기·빈도·방법을 달리 적용했다.
개인별 유방암 위험도 평가는 나이와 개인 병력, 가족력, 유방 밀도, 생활 습관, 유전자 검사 결과, 자녀 수 및 초경 연령 등이 종합적으로 평가됐다.
이 결과에 따라 가장 위험이 낮은 그룹은 50세까지 유방촬영술을 미루도록 했으며, 평균 위험그룹은 2년에 한 번, 위험이 높은 그룹은 매년, 가장 위험이 높은 그룹은 나이와 관계없이 6개월마다 유방촬영술과 자기공명영상(MRI)을 번갈아 시행토록 했다.
추적 관찰 기간은 위험도 기반 그룹이 5.2년, 연 1회 검진 그룹이 5.0년이었다.
그 결과 유방암 발견율과 종양 크기, 림프절 전이 여부 등에서 두 그룹 간 차이는 없었다.
오히려 진행된 병기에서 유방암이 발견될 가능성은 위험도 기반 검진 그룹이 더 낮았다. 즉 일부 여성의 검진 빈도를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더 늦은 병기에서 암이 발견되는 상황은 늘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연구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모든 여성을 대상으로 한 유전자 검사 결과 유방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유전적 변이를 가진 여성의 30%는 가족력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는 기존 방식대로 가족력이 있는 사람만 정밀 검사를 했다면, 정작 고위험군인 여성 10명 중 3명은 사각지대에 놓였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 예일대 암센터 에릭 와이너 소장은 “암 검진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연구”라고 논평했다. 위험도 기반 검진이 저위험군의 불필요한 검사 부담을 줄이면서도, 고위험군에는 더 집중적인 감시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공중보건적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또한 앞으로 유전자 분석을 통한 유전적 위험 점수의 평가가 보편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