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어린이 사랑한 ‘오뚜기’, 어린이날에 창립 55주년 맞아

어린이날을 창립 기념일로 지정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6000명 수술 지원
회사 로고에 ‘밝게 웃는 어린이’
매출 3조 원으로 성장, 카레·케찹·마요네스 국내 시장 1위

한국헬스경제신문 한기봉 기자 |

 

1969년 5월 5일 어린이날을 창립기념일로 정할 만큼 어린이를 소중하게 여겨온 국내 대표 토종 식품기업 오뚜기가 올해 창립 55주년을 맞았다.

 

오뚜기의 모태는 2016년 작고한 함태호 전 명예회장이 1969년 설립한 풍림상사다. 1971년 풍림식품공업을 거쳐 1996년 주식회사 오뚜기가 됐다.

 

오 회장은 어린이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어린이날을 창립기념일로 제정했을 뿐만 아니라, 오뚜기 심볼 마크에 밝게 웃는 어린이의 얼굴을 넣었다. 이 로고는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어린이를 사랑한 오뚜기의 대표적 사회공헌은 1992년부터 시작한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후원 사업’이다. 함 회장이 선천성 심장병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이 수술비가 없어 생명을 잃는 것을 보고 한국심장재단을 통해 본격적으로 후원하기 시작했다. 함 회장이 눈을 감은 뒤에야 세상에 알려졌다.

 

지금까지 심장병 수술을 받은 어린이들은 6000여 명에 달한다. 지난 30년간 IMF 외환위기, 경기불황 등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후원을 거르지 않았다. 매월 5명이었던 후원 인원도 점차 늘려 현재 매월 22명의 아이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찾아주고 있다.

 

오뚜기의 철학은 ‘보다 좋은 품질, 보다 높은 영양, 보다 앞선 식품으로 인류 식생활 향상에 이바지한다’는 사시에 담겨 있다.

 

오뚜기는 1969년 창립 제품으로 획기적인 분말 카레를 출시하면서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카레를 선보였다. 주식인 쌀에 매운맛을 즐기는 한국인 특성에 적합한 먹거리가 카레라는 판단이었다. 분말 형태로 시작해 1981년 레토르트 형태의 ‘3분 카레’로 국내 가정간편식(HMR) 시장의 문을 열었다.

 

창업 2년 만인 1971년에는 토마토 케첩, 이듬해에는 마요네즈를 처음 국내에 소개했다. 1987년 폐업한 청보식품을 인수해 인스턴트 라면 사업에 진출했고 식초, 참치, 즉석밥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며 식품기업으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했다. 카레, 케찹, 마요네스 등 국내 시장에서 가장 많은 1등 제품을 갖고 있다.

 

영업사원이 거래처에 나가 제품을 소개하면서 점주 및 고객과 유대를 강화하는 루트세일(Route Sale) 마케팅, 혁신적 마케팅 기법인 시식판매 및 판매여사원 제도도 고 함 회장이 처음 선보인 것이다.

 

1979년 100억, 1988년 1000억 매출을 기록한 오뚜기는 해외 시장에도 힘을 쏟으면서 2022년 매출 3조 클럽에 입성했다.

 

오뚜기는 국내 토종 기업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다국적 외국 기업과 당당히 맞서 승리했다. 미국의 CPC인터내셔널(베스트푸드 마요네스 생산)과 세계 최대 케첩 회사인 미국의 하인즈사가 1980년에 국내에 진출해 10년 넘게 오뚜기와 전쟁을 치렀지만 모두 고배를 마시고 발길을 돌렸다.

 

오뚜기는 창립 55주년을 맞아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카레 한 그릇에 담은 마음’을 소재로 TV 광고를 선보였고, 가정의 달을 맞아 카레를 활용한 요리를 주제로 가족요리 페스티벌을 진행한다.

 

고 함태호 회장은 기업이 일정 궤도에 올라서면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지론을 실천했다. 1996년에 오뚜기 재단을 설립해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식품산업 발전에 기여한 사람을 대상으로 2009년부터 오뚜기 학술상도 매년 시상하고 있다. 국내 식품산업을 선도하고 해외시장 개척 공로를 인정받아 2005년 석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2011년에는 국가사회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로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은 ‘선한 기업인’이었다.

 

그는 2010년 아들 함영준 오뚜기 회장에게 회사경영권을 넘겨주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2015년 315억 원 상당의 개인 주식 3만 주를 사회복지법인 밀알복지재단에 기부했다. 2016년 85세에 노환으로 별세했다.

 

 

역도 선수 출신의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작년 3월 TvN ‘유퀴즈 온더 블록’에 출연해 함 회장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자신을 오랜 기간 적극 후원해왔다고 털어놓았다. 선수 시절 억지로 체중을 늘린다는 뉴스를 본 함 회장이 잘 먹어야 한다며 음식을 보내고 훈련장에 찾아오고 해외 경기에 나가면 지사를 통해 후원했다고 한다. ‘키다리 아저씨’ 같은 분이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