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칼럼] 마음 병이 몸에 나타난다

몸과 마음은 하나.. 마음 아프면 몸에 증상 나타나
병원서도 특이 발견 어려워.. 신체증상장애
심리적 원인이면 약물 및 정신 치료 가능

 

 

한국헬스경제신문 | 오주영 연세대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강남세브란스병원 조교수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스트레스를 받거나 괴로울 때 어딘가 몸이 좋지 않았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두통, 소화불량, 이명, 통증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이는 마음이 신체의 기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 준다.

 

반대로 실제 신체의 통증이나 질병이 있을 때에 이것이 우리의 감정 상태에도 영향을 미쳐 우울, 불안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이를 흔히 마인드-바디 커넥션(Mind-Body Connection)이라고 표현한다.

 

심리적인 원인에 의한 신체 증상이 심각해지면, 결국 병원을 찾아 다양한 검사를 다 받아 보지만 병원에서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한다. 왠지 아픈 것을 제대로 이해받지 못하는 것 같아서 속상하기도 하고, 검사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다른 병원을 찾아 또 검사를 받는 경우도 많다. 이를 흔히 의료 쇼핑이라고도 한다.

 

결국 타 진료과에서 “신체적으로는 이상이 없으니 정신건강의학과에 가 보라.”라는 조언에 따라 찾아가면 ‘신체증상장애’라는 낯선 표현을 듣게 된다. 


신체증상장애의 진단


우리나라 종합병원을 찾는 상당수의 환자가 신체증상장애에 해당한다고 한다. 많게는 10명 중 1명 이상으로 보고된다. 하지만 막상 정신건강의학과가 아닌 다른 진료과를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환자 자신은 다양한 신체 관련 증상과 징후를 경험하고 있어도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합당한 병리적 소견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환자는 명확하게 자신의 일상생활과 기능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다. 이때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신체증상장애 진단을 고려한다. 신체 증상(하나 이상)을 잘못 이해하여 증상에 대한 과도한 생각, 느낌, 행동이 6개월 이상 나타날 때, 객관적인 검사로 분명히 확인된 신체 질환이 있더라도 이에 대한 불안과 염려가 지나칠 정도로 비현실적일 때, 또 극단적인 예후를 걱정하는 경우일 때도 역시 신체증상장애로 진단한다. 다만 증상 중 통증이 우세한 경우에는 이를 구분하여 진단하기도 한다.

치료는 어떻게 할까


심리적인 원인에 의해 신체 증상이 나타날 때, 이를 치료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본인의 증상이 심리적인 문제임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고 정신건강의학과에서 하는 치료를 거부하기도 한다. 그래서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일단 치료에 동의하거나 관심을 보이는 환자를 대상으로 약물 치료 및 정신치료를 시행한다.


약물 치료의 경우 현재 사용 가능한 약제들이 통증과 신체 증상 그 자체에도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동반되는 우울, 불안, 불면 증상에도 도움이 된다. 약물 치료만으로도 상당한 증상의 호전을
보이고, 환자 역시 만족하는 경우가 많다.

 

구체적으로는 노르에피네프린과 세로토닌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는 항우울제를 사용하여 직접적인 통증 완화 효과와 마음 상태 회복을 통해 간접적인 신체 증상 호전을 모두 기대할 수 있다. 또한 필요에 따라 수면을 돕는 약제나 빠르게 불안을 완화시키는 약제를 같이 사용하기도 한다.

 

증상의 근본적인 원인이 신체의 물리적 문제보다 심리 상태이므로 이를 해결하는 것을 통해 증상의 개선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그 외에도 현재 경험하고 있는 심리적인 스트레스에 대한 상담, 인지 행동 치료 등을 포함한 정신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마음 챙김 명상과 같은 스트레스 완화 기법도 유용하다는 것이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입증되었는데, 신체적 불편감이 완화되고 인지, 행동, 태도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아직 임상 현장에서 신체증상장애 환자에게 쓰이고 있지는 않지만, 최근에는 디지털 치료제라는 새로운 치료 방법이 많은 관심을 받으며 개발되고 있고, 불면증 등 다른 질환에서는 이미 활용되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스프트웨어를 사용하여 환자의 심리 상태와 동반된 각종 신체 증상들을 관리하고 치료하는 의료용 애플리케이션 및 디지털 기술 이용을 말한다.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장치 등을 활용해 질병 상태 관리 등 사용 편의성이 높고 개인 맞춤형 치료에 적합해 향후 미래에 또 다른 치료 선택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생활 습관 개선도 증상 호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재 신체증상장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여러 진료과를 헤매며 과도한 검사를 받기보다는 좀 더 규칙적인 시간에 잠들고, 식사하고, 주기적인 운동을 하고, 본인이 보다 즐거움을 느끼는 활동에 몰입해 보자. 몸과 마음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전문의와 함께 마음을 치료하며 즐겁게 생활하다 보면, 어느 순간 신체 증상이 완화되거나 사라지고, 몸뿐만 아니라 마음 상태까지도 더 건강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