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뷰티

“이름이 예쁘면 얼굴도 예뻐진다”

이스라엘 연구팀, ‘이름이 얼굴에 주는 영향’ 연구
“이름이 같으면, 얼굴도 비슷하게 변해”
이름에는 ‘사회적 기대’가 담겨… 얼굴도 그에 맞게 변화

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이름이 예쁘면 얼굴도 예쁠까? 이름이 얼굴 생김새에 영향을 준다면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얼굴이 비슷해질까?

 

사람들은 이름에 대한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 잘생긴 외모를 가진 연예인의 이름과 같은 사람이 있을 때, 우리는 그도 잘 생겼을 거라고 지레 짐작한다.

 

그렇다면 사람의 얼굴이 이름을 따라간다는 속설은 과연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주장일까? 이름에는 정말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이 숨어 있을까?

 

성명학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정설로 굳어진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사회심리학자들의 연구 대상이 되는 분야다.

 

최근 발표된 이스라엘 라이히만 대학 아리슨 경영대학원의 요나트 즈베브너 박사가 주도한 흥미로운 연구에 따르면 이름과 얼굴은 분명히 ‘유의미한’ 관계가 있다.

 

연구팀은 사람들의 얼굴이 이름이 갖고 있는 이미지와 비슷하게 변할 수 있다는 가설 하에 성인 사진 312명, 어린이 사진 244명을 대상으로 몇 가지 테스트를 진행했다.

 

먼저 주어진 얼굴 사진을 보고 네 가지 이름 중 가장 어울리는 한 가지 이름을 고르는 테스트를 했다. 그리고 성인과 아동 사진을 나눠 각각의 정답률을 분석했다. 실험 결과, 참가자들은 성인 사진의 이름을 30.4% 맞혔다. 반면 아동 사진의 이름을 맞힌 정답률은 23.61%였다.

 

 

어린이 얼굴과 이름을 매치시킨 확률은 성인에 비해 상당히 낮게 나타난 것이다. 이는 어린이는 성인에 비해 사회적 영향을 덜 받았기 때문에 얼굴이 변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름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에 따라 얼굴이 달라질 수 있다는 가설을 입증한 것이다.

 

연구팀은 “사지선다형의 문제에서 우연에 의해 정답을 맞힐 확률은 25%이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높은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유의미하다”고 말했다.

 

그 다음으로,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의 사진을 훈련된 인공지능에게 보여줬다. 인공지능은 서로 다른 두 사진을 보고 외모가 ‘유사함’ 또는 ‘다름’ 중 하나를 선택했다. 그 결과 같은 이름을 가진 성인 두 명의 사진은 60.5%의 유사도를 보였다. 같은 이름을 가진 아동 둘 사이의 유사도는 51.88%였다. 성인 이미지에서만 눈에 띄게 유사도가 증가한 것이다.

 

이는 어린이보다 긴 세월을 살아온 성인에게서 이름에 따른 외형의 변화가 눈에 띄게 일어났다는 점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인위적으로 노화시킨 얼굴 이미지를 만들어 실험해봤다. 이렇게 만들어진 얼굴은 실제 성장 과정을 겪지 않은 것이기에 사회적 영향과 무관한 것이다. 그 결과 이름과 얼굴을 맞힌 정답률은 24.25%였다. 즉, 아무리 성인 이미지일지라도 인위적으로 노화시킨 얼굴은 이름과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연구를 주도한 즈베브너 박사는 “이 연구의 의미는 이름과 얼굴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이름이 개인적 정체성과 자기 인식의 영역으로 확장된다는 것을 밝힌 것”이라며 “우리의 이름이 실제로 신체적 특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기 이름의 뜻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면 그 의미를 되새기고 일종의 규범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인간의 심리에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이름이 지닌 사회적 이미지에 부응하기 위한 노력이 실제 외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는 “개인적 정체성과 사회적 구성의 일치는 잠재적으로 개인이 자신의 이름과 관련된 특성에 호감을 갖게 해 직업 선택에서 사회적 상호 작용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같은 현상을 사회심리학 용어인 ‘자기충족적 예언’으로 설명했다. 사람의 믿음이 실제 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사람이 성장하면서 이름과 관련된 특성과 기대치를 내면화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그 기대치에 걸맞은 선택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헤어스타일이나 안경, 메이크업 등을 고를 때도 이름과 어울리는 선택을 하며 이름은 표정과 행동 등에도 영향을 줘 간접적으로 외모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우리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며 “이 연구는 심지어 외모마저 사회적 고정관념에 맞춰 발달한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심리학 및 인지과학(Psychological and Cognitive Sciences)’ 저널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