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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신간] 천천히 늙으려면 이렇게 먹어라

정희원 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저속노화식사법'

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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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건강과 관련해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식사법이 있다. 바로 ‘저속노화 식사’라는 개념이다.

 

이 말은 정희원(40)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임상조교수가 2023년 X(구 트위터)에 “새해에는 남들보다 뇌 늙는 속도를 1/4로 만드는 식사를 해보자”라는 글을 올린 후 화제가 된 용어다.

 

국내에서 몇 명 되지 않는 노인질환 전문의 중 한 명인 정 교수는 꽤 유명인사가 됐다. 작년 7월에는 TvN ‘유퀴즈온더블록’에도 출연했고 ‘세바시’에서도 강연했다. 유튜브에서도 유명인사다.

 

간단한 식사법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천천히 늙을 수 있다니 귀가 솔깃해질 수밖에 없다.

 

정 교수는 최근 아예 책으로 엮어 냈다. 신간 ‘저속노화 식사법’은 단박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갔다.

 

그는 저속노화 식사를 ‘MIND 식사’라고 한다. ‘Mediterranean-DASH Intervention for Neurodegenerative Delay’의 머리글자 조합이다. 만성질환을 예방하는 장수식으로 유명한 지중해식(Mediterranean) 식사와 고혈압을 예방하는 대시(DASH) 식사의 장점들만 뽑아 정리한 것이다.

 

핵심 내용은 아주 단순하다.

 

초가공식품, 단순당, 정제곡물, 붉은 고기, 동물성 단백질을 줄이고 통곡물, 콩류, 푸른잎채소를 충분히 먹자는 것이다. 그러면 노화속도가 4분의 1로 느리게 진행된다고 주장한다. 저속노화 식사는 특히 인지기능 강화 및 치매 위험 감소에 초점을 둔 식단이다.

 

그는 매일 흰쌀밥을 먹는 것은 가속노화 쪽으로 풀 액셀을 밟는 것과 같다고 한다. 렌틸콩·귀리·현미 등 다양한 잡곡을 섞어 먹으라고 권한다. 그는 특히 렌틸콩의 효과에 주목해 본인 식단에도 빠짐없이 올린다고 한다. 렌틸콩은 5대 영양소가 모두 충분히 들어간 ‘완전식품’이라고 소개한다. 정 교수 때문에 렌틸콩 판매가 늘어났다.

 

그의 저속노화 식단은 고교 시절부터 의사가 될 때까지 시행착오를 겪은 나쁜 식단과 좋은 식단을 오고 가며 경험한 결과에서 나왔다. 그 놀라운 경험이 아까워서 주변에 알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미국에서 개발된 마인드 식사법은 서양인 식단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정 교수는 20여 년간 우리나라 식단에 맞게 스스로 실천하고 다듬어 온 한국형 마인드 식사법에 대해 소개한다.

 

그가 세운 6가지 원칙은 ▲렌틸, 귀리, 현미, 백미를 4:2:2:2로 혼합해 밥을 만든다 ▲나물, 채소, 약간의 고기, 생선 등 동물성 단백질을 반찬으로 먹는다 ▲요리에는 올리브오일을 사용한다. ▲치즈와 붉은 고기, 버터, 마가린 섭취는 소량으로 줄인다 ▲채소와 달지 않은 과일을 많이 먹는다 ▲술은 와인으로 최대 하루 한 잔만 마신다 등이다.

 

그는 ‘저속노화 십계명’도 만들었다.

 

1. 잡곡밥 먹기

2. 붉은 고기 덜 먹기

3. 견과류 매일 한 줌 먹기

4. 베리류 과일 조금 더 먹기

5. 올리브 오일로 요리하기

6. 영양제보다 과일, 채소 먹기

7. 식사 후 걷거나 집안일하기

8. 금연, 절주하기

9. 매일 회복 수면 취하기

10. 항상 중용을 지키기

 

책의 1부 ‘밥만 바꿔도 느리게 나이들 수 있다’에서는 저속노화 식사법의 개념과 그 핵심을 이루는 MIND 식사를 소개하고, 저속노화 식사법의 건강 개선 효과를 의학적·과학적으로 설명한다.

 

2부 ‘작은 차이가 큰 변화를 만든다’에서는 저속노화 식사법이 왜 한국인의 식습관에 적용하기 쉬운지에 대한 이론적 근거와 요요 현상, 대사 악순환에서 벗어나 나에게 맞는 식단을 선택하는 방법을 여러 데이터를 통해 말해준다.

 

3부 ‘노화의 가속페달을 멈추는, 올바른 탄·단·지 가이드’에서는 건강식에 대한 선입견과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아주며 탄수화물과 지방, 단백질에 대한 오랜 논쟁을 해소할 수 있는 정보를 담았다.

 

4부와 5부에서는 ‘저속노화식’에 대한 질문과 답변을 정리했고 일주일 21식의 저속노화 식단을 소개했다.

 

정 교수는 노화에는 크게 2가지 개념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역노화’(rejuvenation), 즉 회춘으로 생물학적인 나이를 뒤엎는 것이다. 쥐 실험에서는 가능한데, 사람에게는 아직까지 쓸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한다.

 

또 하나 개념은 ‘노화 지연’(aging retardation)으로 노화 속도를 느리게 만드는 것이다. 노화 속도를 느리게 하는 여러 생물학적인 메커니즘을 알면 가능하다.

그는 우리나라 같은 의학 선진국이 ‘노인의학’에 관심이 없다는 점도 비판한다. 노인 의학적인 개념이 사회 전반에 없기 때문에 ‘신체기능적 연령’이 중요하다는 것 자체를 모른다고 한다. 그래서 노인이 운전하다 사고를 내면 “무조건 65세 이상에게서 면허를 뺏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이 나온다고 지적한다.

 

책에는 이런 인상적인 말이 있다.

 

“값비싼 영양제 살 돈으로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사서 먹는 편이 남는 장사다.”

 

“이제 실천만이 남았다. 우리가 되돌아가야 할 곳은 멀리 있지 않다. 그저 어머니의 밥상, 할머니의 밥상을 떠올려보면 된다. 채소와 과일이 풍성하고 잡곡밥에 나물을 곁들인 그 평범한 식탁이 바로 우리가 찾던 해답이다. 하지만 이 식사법은 단순한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다. 과학과 의학이 연구를 통해 밝혀낸 진실들과 조화를 이룬다.”

 

테이스트북스, 308쪽, 1만 7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