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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째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을 제패한 ‘팔팔정’의 비밀

처방량, 오리지널 비아그라의 5배 달해
한미약품 고 임성기 회장의 직관적 작명이 결정적 기여
'구구정'과 함께 발기부전 시장의 3분의 1 차지

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비아그라는 1998년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출시한 발기부전 치료제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발명 중 하나다. 당초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된 것이었으나, 임상실험 과정에서 발기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발기부전 치료제로 운명이 바뀌었다.

 

비아그라에 이어 2003년 미국 제약회사 릴리가 시알리스를 시판하기 시작하면서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은 두 제품의 경쟁 구도로 재편됐다.

 

발기부전 개선이 같은 목적이지만 비아그라의 주성분은 실데나필, 시알리스는 타다라필이라는 것으로 완전히 다르다.

 

비아그라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보통 서너 시간 정도의 강력한 발기 효과와 빠른 약효를, 시알리스는 강직도는 조금 떨어지지만 36시간 정도의 발기력 유지가 장점이다.

 

모든 약에는 특허권 만료가 있다. 비아그라는 2012년에, 시알리스는 2015년에 끝났다. 다른 제약사들도 성분이 그대로인 제네릭(복제약)을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복제약도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살 수 있다.

 

국내 제약사 간 경쟁에 불이 붙었다. 현재 우리나라에만 수백 개의 비아그라 및 시알리스 복제약이 판매되고 있다. 이름이 민망한 것도 적지 않다. 제약사들은 2000억대의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을 공략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반면 오리지널 비아그라와 시알리스는 약값이 3분의1~5분의1 수준인 수많은 복제약들의 공세를 이겨내지 못하고 판매가 급감했다.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서 누가 승자가 됐을까.

 

단연 한미약품이다. 한미약품은 2012년 비아그라 복제약 ‘팔팔정’을, 2015년에 시알리스 복제약 구구정을 시장에 내놓았다. 두 약의 특허권 만료 이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해온 것이다.

 

팔팔정은 출시 한 달 만에 오리지널인 비아그라를 제치고 동일 성분 처방량 1위를 달성했다. 이후 지금까지 12년 연속 한 번도 선두를 빼앗기지 않았다. 오리지널 약인 비아그라와의 매출 격차는 약 5배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 팔팔정 처방액은 약 180억 원으로 알려졌다. 작년 처방액은 425억이었다. 누적 매출(원외처방)은 4000억 원을 넘어섰다. 반면 작년 오리지널 비아그라 매출은 83억 원으로 점유율 2위에 머물렀다. 다음으로는 대웅제약의 ‘누리그라’인데 판매량 격차가 비교가 안 될 정도다.

 

같은 회사 제품인 팔팔정과 구구정은 서로 경쟁하고 있다. 강직도가 높은 것과 긴 시간 약효가 있는 것 중 한국 남성들은 어느 쪽을 선택했을까. 승자는 강직도였다.

 

작년 구구정 매출액은 217억 원으로 9위 정도였다. 국내 발기부전치료제 시장 전체 규모가 약 2000억 원 수준인데 한미약품이 3분의 1가량을 쥐고 있는 것이다.

 

한미약품의 팔팔정과 구구정이 발기부전 시장을 제패하게 된 1등 공신은 작명이다. 둘 다 창업주인 고 임성기 회장이 직접 작명했다고 한다. ‘99세까지 88하게’라는 구호가 자연스레 연상되며 깊은 인상을 준다. 구구정은 한자 ‘久(오랠 구)’에서 착안했다. 제품의 특장점을 우리말로 직관적으로 표현한 성공적인 네이밍이다.

 

복제약 출시 당시 대부분 제약사들은 비아그라의 이름을 따서 ‘OO그라’ ‘비아OO’과 같은 이름을 사용한 것과 대비된다.

 

가격도 한몫했다. 팔팔정 출시 당시 한미약품은 비아그라의 비싼 가격으로 인해 환자들이 약을 반으로 쪼개 먹거나 불법 유통되는 가짜 약을 복용하는 점에 착안해, 오리지널 제품 대비 25% 수준으로 책정했다. 동시에 다양한 용량과 삼키는 제품, 씹는 제품 등도 개발했다.

 

◇팔팔정 효능은 정말 비아그라와 같은가

 

팔팔정은 비아그라와 동일한 성분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도 동일한 효과를 발현한다. 사용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봐도 별 차이를 못 느낀다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오리지널 비아그라가 낫다는 사람도 있다.

 

사람마다 피로도, 음주 여부, 신체 컨디션 등이 매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복용 시 효능의 편차가 발생할 수 있고 이러한 편차는 개인의 호불호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