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 이현종 연세대 치과대학병원 보철과 교수
치료만큼 힘든 치아 본뜨기
치아 본을 뜰 때 고생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커다란 틀에 한가득 본뜨기 재료를 담아서 입안에 넣으면 숨을 쉬 기도 힘들고 구역질이 나기도 한다. 가끔 본을 뜨는 도중 재료가 목구멍으로 넘어가서 급하게 제거하는 응급 상황이 발생할 때도 있다.
또한 입이 작은 사람들은 틀이 들어갈 때 입꼬리 주변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느끼고, 입술 주변 이 헐게 되는 경우도 흔하다. 이가 흔들리는 사람들은 입안에서 굳은 재료를 빼낼 때 이가 뽑히는 듯한 통증을 느끼기 도 한다. 이렇게 고생해서 만든 보철물이 한 번에 잘 맞으면 좋겠지만, 여러 이유로 새로 본을 떠야 한다면 당황스러 울 수밖에 없다.
새로운 치아 본뜨기 방법
최근엔 첨단 디지털 치의학의 발전에 힘입어 구강 스캐너로 치아 본을 뜰 수 있다. 물론 현재도 여전히 실리콘 재료 로 본을 뜨는 작업을 많이 하지만, 점점 기술이 발전하면서 정확도가 높아져 널리 보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구강 스캐너를 활용하면 실시간으로 치아 형태를 확인할 수 있어 객관적이고 정밀하게 치아를 분석할 수 있고, 치 아 상태가 어떠한지 화면을 보면서 주치의로부터 설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치아 상태를 좀 더 명확하게 이 해하는 것이 가능하다. 스캔 과정 역시 실리콘 재료가 입안 가득 들어가는 것과 비교하면 작은 기구(스캐너 팁)가 들어 가기 때문에 환자가 훨씬 편하게 느낀다. 목구멍으로 재료가 넘어갈 일도 없고, 구역감도 거의 없다.
스캔을 하다 힘들 면 잠시 쉬었다가 하는 것도 가능하다. 혹여 스캔이 잘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도 해당 부분만 다시 스캔하면 된다.
구강 스캐너 외에도 다양한 첨단 장비들이 지속적으로 발전하여 점점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 중 3차원 안면 스캐너는 치아 모양과 환자의 얼굴 형태 정보를 함께 반영하여 더욱 정확할 뿐만 아니라 심미적으로도 향상된 치아 형태를 제작할 수 있다.
또한 치료 후 결과를 미리보기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한편 3D 프린팅 장비는 임플란트 수술 시 더욱 정확한 위치에 식립하도록 도와줄 뿐만 아니라, 복잡한 수술 과정을 간소화하여 수술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치과 치료와 저탄소 녹색 성장 각종 첨단 장비의 발전으로 치과 치료 기술은 점점 더 정확하고 편리하게 발전하고 있다.
다양한 첨단 장 비를 활용하는 일은 환경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바로 전 세계적 화두인 저탄소 녹색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치아 본을 만들 때는 가장 기본이 되는 석고뿐 아니라 플라스틱 레진, 알 지네이트 등등 매우 다양한 종류의 재료가 소비된다. 이는 모두 생산 과정에서 환경에 부담을 준다. 치아 모형을 기공소에서 제작한 후 배송을 위한 차량 운행, 포장재 사용 역시 추가적인 탄소 배출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구강 스캐너를 사용하면 인터넷상에서 데이터 전송에 필요한 약간의 전기만 쓰면 된다. 치아를 스 캔해 파일을 기공실로 전송하기만 하면 끝이다. 이 과정에서 치아 본뜨기를 위해 사용했던 다양한 재료 역 시 더 이상 필요 없다. 간편할 뿐만 아니라 친환경적이다.
그렇다면 이제 과거처럼 실리콘재료로 치아를 본뜨는 작업은 모두 사라지고 구강 스캐너만 사용하면 그 만일까? 아니다. 아직까지는 모든 경우에 구강 스캐너를 활용하는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 구강 스캔으로 과거의 방식을 대체할 수 있는 경우도 있는 반면, 잇몸 깊은 곳까지 본을 떠야 하거나, 여러 개의 치아를 동시에 본 을 떠야 하는 경우, 틀니 본을 뜨는 경우 등등에서는 여전히 실리콘 재료가 구강 스캐너보다 우월하다.
즉 현재는 각 상황에 맞춰 적절한 방법을 활용해야 하는 단계이다. 하지만 앞으로 더 구강 관련 기술이 발전하여 더욱 다양한 상황에서 편리하게 사용된다면, 치과 치료도 점차 저탄소 녹색 진료의 영역으로 점차 나아갈 것이고, 그 혜택은 우리 모두에게 돌아올 것이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