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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삶의 질에 직결되는 치아건강... 치과서 전신마취 필요한 이유

치아 건강은 식생활에 직결.. 삶의 질 악화에 직접 영향
치과 공포환자, 특정 장애인 등 전신마취 필요
미룰수록 치료 어려워.. 공포 이기고 가야

 

한국헬스경제신문 | 정지은 연세대학교 치과대학병원 통합치의학과 임상조교수

 

치과, 가기 싫어도 가야 하는 곳


어릴 때 치과에서 울어 보지 않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어른이 되어도 치과에 가는 게 즐겁고 신나는 사람은 없다. 치과의사인 나도 갑자기 환자가 되어 치과에 가서 누우면 바짝 긴장을 하
게 된다.


먹고 사는 데 중요하고 소중한 치아를, 실력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의사에게 맡긴 채, 게다가 주변 사람들로부터 “치과 가서 치료를 받았는데 누가 어떻게 됐다더라.” 같은 괴담 비슷한 헛소문을 잔뜩 듣고 난 후에, 꼼짝도 못 하는 의자에 누워 윙윙 기계 돌아가는 소리와 쉭쉭 뭔가 빨아들이는 석션 소리를 듣고 있으면 식은땀이 나고 긴장하게 된다.


하지만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치과치료를 받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치과 의사를 포함해’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완벽한’ 칫솔질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충치도 생기고, 잇몸이 아플 때도 있다. 치아는 식생활에 바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치료를 미룰 수도 없다.

 

제대로 저작을 하지 못하면 음식을 잘게 부술 수 없고 이는 곧 소화불량으로 이어져 급격하게 삶의 질이 떨어진다. 또한 구강 건강 문제 때문에 제대로 식사를 못 하는 것, 심한 구취가 나는 것, 심미적으로 보기 안 좋은 것 같은 부정적인 요소도 사회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구강, 원초적이면서 특수한 감각 기관

 

만약 모르는 사람이 내 입에 뭔가를 넣는다면, 혹은 생소한 음식을 먹을 때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긴장을 하게 된다. 즉 우리는 구강이 식도 또는 기도를 통해 내부 장기 기관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기 때문에 구강 내에 의사의 손과 기구가 들락날락하는 치과 치료가 내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어 원초적인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다.

 

두렵고 긴장되어도 대부분의 환자들은 이를 극복하고 치과 치료를 잘 받는다. 그러나 단순히 긴장되고 두려운 정도가 아니라 맥박과 혈압이 심하게 증가하고 손발이 떨리고 땀이 줄줄 흐르며
심한 경우 기절하거나 진료실에 있지 못하고 뛰쳐나갈 정도로 공포를 느끼는 환자들이 있다.

 

공포가 심리적인 증상에 그치지 않고 ‘신체화’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이를 ‘치과 공포증’이라고 하며 치과 치료를 멀리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초기에 치과에 갔다면 덜 아프고 빠르게 치료를 끝낼 수 있었을 텐데 두려움 때문에 병을 키우는 것이다.


치과 공포증 환자는 “치과에 자주 가야 될 것이다.”, “많은 치료를 받아야 할 것이다.”, “분명 아플 것이다.” 등등 스스로 내린 판단 때문에 치과 가기를 두려워하고, 그렇게 오랜 기간 치과를 피하다 보면 구강 상태는 점점 심각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전신마취를 하는 이유

 

치과 공포증이 있든 없든 비장애인 환자의 치과 치료도 만만치 않은데, 장애인 환자들의 치과 치료는 어떨까. 장애의 종류에 따라 환자 상태는 다양하지만, 장애인 환자 치료를 할 때 가장 위험한 것은 본인의 의사와는 다르게 갑자기 움직이는 불수의적인 근육 움직임이다.

 

‘페디랩’이라는 특수 장치를 통해 몸을 고정시키고 치료한다고 해도 기계를 사용해 갈고 깎는 치과 치료 특성상 머리나 입술, 혀의 불수의적 움직임이 있는 경우 다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또한 언어로 의사소통이 안 되는 장애인의 경우 치과 의사의 치료에 협조하기 힘들고, 장애인을 위한 치과 시설이 부족한 현실 때문에 치과 치료 경험이 많지 않아 치료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

 

장애인 환자들, 치과 공포증 환자들, 또 다른 많은 이유로 치과 외래에서 치료를 하기 힘든 환자들이 생각보다 많다. 이런 환자들의 고통과 불편을 보면 안타깝다. 동네 치과에서 쉽게 치료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더 그렇다.

 

결국 이런 환자들은 특별한 장비와 전문 인력이 있는 의료기관에서 전신마취로 치과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수술 전 검사도 해야 하고, 마취과 의사와의 협진도 필요하고, 전신마취 특성상 아침부터 저녁까지 병원에 입원해 있어야 하는 등 여러 가지 번거로운 점들도 있다.


하지만 외래에서 통상적인 치과 치료를 하기 힘든 환자들에게는 전신마취 치과 치료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치과 공포증 환자, 구역이 심한 환자, 장애인 환자, 복합적인 전신 질환을 가진 환자, 고령의 인지 장애 환자 등 외래에서 치료받기 힘든 환자들이 주 대상이다.

 

전신마취는 환자가 잘 회복되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사전에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와 긴밀하게 협조해야 한다. 가끔은 환자 상태에 따라 전신마취를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또한 전신마취는 시간 한계 때문에 여러 번 나눠 치료하는 경우도 많고, 간단한 후속 치료 때도 환자의 협조 문제로 전신마취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환자들에게는 전신마취를 통해 치과 치료를 하는 것이 생소하거나 거부감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오랜 기간 동안 치과 치료를 받기 힘들었거나 두려움 때문에 계속 미루었다면 전신마취 치과 치료는 구강 건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전신마취는 치과 치료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동시에 치료 경험을 통해 막연한 공포를 극복하여 이후에도 쉽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모든 질병이 마찬가지이지만, 구강 관련 질환 역시 미루고 미룰수록 치료하기 어려워지고, 치료를 받는 기간도 길어지고, 비용도 많이 들게 된다. 구강 건강은 삶의 질과 직결되어 있는 만큼, 용기를 내어 치과 치료를 받고 행복하고 건강한 생활을 하자.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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