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건강칼럼> 술과 건강.. 적당한 음주가 있을까

혈중알콜농도 높으면 뇌세포 영향 줘.. 기능마비
만취폭주하면 뇌속 호흡중추 마비로 사망 이를 수도

 

한국헬스경제신문 | 신형식 (재)서울의과학연구소 병리과 전문의

 

술은 언제부터 빚고 마시기 시작했을까

술의 역사는 아마도 인류의 역사와 같이할 것으로 생각된다. 바 위가 움푹 파인 곳에 모아 둔 과실에 공기 중 효모가 들어가 저절로 발효 과정을 거치며 술이 되었고, 이 자연발생적인 술을 맛 본 후에 사람이 직접 만들기 시작했을 것이다.

 

실제로 농경 시대 에 접어들어 곡류를 원료로 한 곡주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기원전 3000년경의 이집트 유적에서 맥주 양조에 관한 자료들이 발견되고 우리나라도 고구려 동명성왕의 건국담 일화 중 천제의 아들 해모수가 아내와 함께 술을 먹은 후 주몽을 잉태하게 했다는 내용이 『삼국사기』에 있다. 술의 역사는 곧 인간의 역사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술이 현대인들에게는 골칫거리의 하나이다. 술자리를 일부러 피하기도 힘들고 술을 먹으면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중독이나 음주 운전 등과 같은 문제도 생길 수 있다.

 

과음은 호흡 중추 마비로 사망에도 이를 수 있어

모든 술의 주성분은 에틸알코올과 물이다. 그외 향료 등이 소량 섞여 있다. 술이 입을 통하여 위로 내려가면 적은 양은 위벽의 혈관으로 흡수된다. 그러나 알코올 농도가 너무 높은 술, 즉 독한 술은 위액과 위벽 사이에 있는 점액층을 파괴해 술이 위벽과 직접 닿게 된다. 그러면 이 틈새로 위액의 소화효소가 들어가 위벽을 상하게 하는데 이것을 위궤양이라 한다.

 

위를 지나 장으로 술이 넘어가면 본격적으로 혈관으로 술이 흡수되는데, 혈관에 흡수된 알코올은 간을 지나 심장으로 가서 전신으로 퍼진다. 음주 운전 단속 기준은 어떻게 될까? 흔히 소주 몇 잔, 맥주 몇 잔 하는 식으로 말하지만 ‘도로교통법’에서 정의하는 바에 따르면 “운전자의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3% 이상인 경우”이다.

 

‘맥주 한 잔 정도는 괜찮겠지.’ 생각할 수도 있으나 대부분 한 잔만 마셔도 이 수치를 넘어선다. 심지어 항공기 조종사는 0.02%이상이면 음주비행으로 간주된다. 이 농도 이상의 혈중 알코올은 인간의 뇌세포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주로 뇌속의 동물적 본능을 억제하는 중추를 약하게 만든다.

 

그래서 술을 마시게 되면 음주자의 뜻과 다르게 비도덕적 행위를 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혈중 알코올량이 혈액 100mL 당 0.2∼0.25g이 되면 대개는 깊은 잠에 빠지게 된다. 이 정도의 혈중 농도로는 대개 사망에까지 이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0.3∼ 0.4g이 되면 뇌 속의 호흡 중추가 마비되어 사망에 이를 수도 있 다. 즉 폐를 움직이게 하는 뇌 영역이 억제되어 숨을 못쉬어 사망하게 되는 것이다.

 

대학교에 갓 입학한 학생들이 신입생 환영회에 서 술을 냉면 그릇으로 먹은 후 사망하는 사례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전신으로 퍼진 술은 폐를 통하여 극히 적은 부분만 나오게 된 다. 대부분의 술은 간에서 분해되는데 간에서 알코올이 분해되는 과정은 보통 세 가지 효소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알코올을 가장 많이 분해하는 효소는 ‘알코올 탈수소 효소’로 이는 알코올 분자에서 수소 원자 한 개를 떼어 낸 것이다. 그 외 ‘카탈라아제 (Catalase)’와 ‘옥시다아제(Oxidase)’가 있다. 이런 효소들에 의해서 알코올은 아세트알데히드(Acetaldehyde)란 물질로 변하는데 이것의 냄새가 고약하여 아이들이 술 취한 아빠를 싫어하게 만든다. 아세트알데히드는 아세틸 코에이(Acetyl CoA)라는 물질을 거쳐 마지막에는 이산화탄소와 물로 변한다. 물은 체내에서 재활용되고 이산화탄소는 폐를 통하여 공기 중으로 나간다.

‘술이 센 사람’과 ‘술이 약한 사람’
간 속에 있는 알코올 분해 효소의 양은 사람에 따라 개인차가 심하다. 이 효소의 양이 많은 사람은 ‘술이 센 사람’이 되고 적은 사람은 ‘술이 약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숙취는 간에서 알코올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독성 물질이 효소 부족으로 미처 분해되지 못해 얼굴이 붉어지거나, 두통, 심장 박동수 증가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동양인의 35~40%는 선천적으로 알데히드 효소 결핍증이 있다. 이런 사람이 과음할 경우 알코올성 지방간, 간암, 간경화,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더 높아지고 심각한 경우 급성 심장 마비로 생명을 잃기도 한다.

 

알코올이 분해되는 평균 속도는 남녀 차이와 몸무게, 알코올 분해 효소 생산 능력에 따라 다르지만 1시간에 약 0.016% 내외이다. 그런데 인체의 적응 능력은 서서히 변할 수 있어 술을 계속 마시다 보면 간의 알코올 분해 효소의 양도 늘어난다. 이런 생명 현상을 ‘효소 유발(Enzyme induction)’이라고 한다.

 

하지만 체내에서 분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술이 과량으로 들어오면 간에서는 제2의 알코올 분해 효소가 평소보다 5~10배까지 증가한다. 주량이 증가한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분해 효소가 비상사태 도우미로 나선 것이다.

 

간에서 알코올이 분해되는 과정 중에 일시적으로 지방질이 간에 나타난다. 이 지방질이 간세포 내에 자리 잡 으면 현미경적으로 간세포의 세포질이 텅 빈 것처럼 보인다. 이런 병적인 변화는 곧 정상적인 간세포로 회복된다. 통상 소주 한 잔을 먹었다 할지라도 약한 정도의 일시적인 지방간이 생기고 이 상태가 정상적으로 돌아오는 데에는 최소한 3일이 소요된다.

 

그러나 만취할 정도의 술을 먹었다면 7∼10일이 소요된다. 이 알코올성 지방간의 상태에서 계속 더 술을 마시게 되면 지방간에서 정상 간으로 회복될 겨를이 없게 된다.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알코올성 간염이 된다. 알코올성 간염에 걸린 간을 현미경으로 보면 오래된 지방간의 소견에 더불어 백혈구들이 들어와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비유해 보자면 몸이 비상사태가 되어 계엄령이 내려지고 군인들이 일반 사회의 각종 행정 업무를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상태에서는 술을 끊어야만 정상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이때에도 술을 끊지 않고 계속 마시면 알코올성 간경변증에 이를 수밖에 없다. 이 알코올성 간경변증은 난치병이다. 술을 마시더라도 사소한 지방간 상태에서 정상간으로 회복되게끔 간 세포에게 시간을 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주지육림 속에서 반복해 마시는 술은 우리의 몸에 가장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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