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칼럼] 영양제보다는 밥이 보약

영양제 섭취, 과하면 해로울 수밖에.. 성분 따라 영양소 충돌

 

한국헬스경제신문 | 정희원 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영양제 섭취의 위험성

 

영양제는 한국인의 필수품처럼 여겨진다. 집에 영양제 한두 통쯤은 갖춰 놓고 먹는 것은 흔한 일이다. 오늘은 이러한 통념에 딴지를 걸어 보고자 한다. 영양제를 먹지 않아도 별다른 문제가 없고,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는 거다.

 

하나의 예로 ‘비타민C 메가도스’ 용법이 있다. 권장 용량(20세 이상 성인 남성 기준 하루 100mg)보다 많게는 200배를 섭취하는 방식인데, 말려야 할 일이다. 한국영양학회에 따르면, 비타민C를 하루 30~180mg 섭취하는 경우 흡수율이 70~90% 정도이지만, 1,000mg 이상 섭취하는 경우에는 흡수율이 50% 미만으로 감소하고 나머지는 소변으로 배출된다고 한다. 돈과 시간을 들여 괜한 수고를 하는 셈이다.

 

효과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계속하여 비타민C를 과다 섭취 하면 작게는 설사, 메스꺼움, 위경련부터 크게는 신장이나 요로에 결석이 생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소변으로 배출되지 못한 비타민C가 축적된 결과다.

 

그럼 적절히 먹으면 부작용 없이 이롭기만 할까? 또 비타민C로 폐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은 사실일까? 비타민C로 폐암을 예방하려면 영양제가 아닌 음식으로 섭취해야 한다는 연구가 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음식으로 비타민C를 섭취하면 폐암 발생위험성을 18% 낮추지만, 영양제로 섭취하면 효과가 없다고 한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팀이 주요 의학 데이터베이스인 펍메드와 엠베이스의 1992〜2018년 문헌 검색을 통해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20건의 논문을 메타 분석한 결과다.


비타민C 메가도스는 양반이라고 할 정도로, 이 영양제 저 영양제 할 것 없이 좋다는 건 다 먹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 여러 영양소를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칼슘을 과
다 섭취 하면 칼슘 찌꺼기가 혈관에 쌓여 협심증, 동맥경화, 심근경색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대한골대사학회는 50세 미만 성인은 하루 1,000mg, 50세 이상은 하루 1,200mg의 칼슘 섭취를 권고 한다. 비타민A는 시력 유지, 세포 재생, 신체 저항력에 도움을 주나 너무 많이 먹으면 메스꺼움, 어지럼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아연은 면역력을 높이고 상처 치유와 단백질 합성 등을 돕지만, 과다 섭취 하면 오히려 면역 기능을 억제할 수 있다. 게다가 이 영양제 저 영양제를 섞어 먹으면 영양소 간 충돌 또는 상호 작용이 일어나기도 한다. 칼슘과 철분은 서로의 흡수를 방해하며, 비타민K는 혈액 응고 작용을 하고, 반대로 혈액 희석제는 혈액이 응고되지 않도록 하는(항응고) 작용을 하므로, 이 둘을 같이 복용하게 되면 효과가 상쇄될 수 있다.


건강을 지키는 올바른 식생활


영양 과잉 시대라지만 영양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성인기 중반 이후인 30대 후반 여성과 65세 이상 남녀노인은 ‘칼슘 섭취 부족’, 75세 이상 고령 노인은 ‘단백질 섭취 부
족’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고 하더라도 영양제가 아니라 식사를 통해 영양소를 보충하는 것이 좋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식품을 통해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이 체내 흡수와 이용 측면에서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요즘 식품에 영양소가 부족하다고들 한다. 화학 비료와 토양오염 때문에 그렇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 농촌진흥청에서 식재료의 가식부(먹을 수 있는 부분) 100g에 함유된 영양소를 측정하여 만든 ‘국가표준식품성분표(2024)’에 보면, 요즘 제철인 토마토(데친것) 100g에는 비타민C가 14.80mg 들어 있다. 비타민C 하루 권장량(식약처 발표, 19세 이상 성인 기준) 100mg의 14.80%이다. 중간 크기의 토마토 한 개 무게가 100g이 넘으므로 영양소가 부족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문제는 식습관에 있다. 제대로 식사하지 않는 것이다. ‘2022국민건강통계(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과채류 하루 섭취 권장량인 500g 이상을 섭취하는 비율은 22.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6세 이상 국민 6,000여 명을 조사한 결과다. 이는 2013년 35.6%에 비해 약 13%p 감소한 수치다.

 

한편 코로나19는 식생활에도 악영향을 미쳤는데, 역시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에 아침과 점심 결식률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가공식품·편의식품 섭취 비율 또한 증가하였다. 끼니를 거르고, 그나마 하는 식사의 질도 떨어진 것이다.


밥이 보약이다. 바쁘다는 이유로 식사를 거르거나 대충 때우면서 영양제로 보충할 생각은 하지 말고, 적어도 한 끼는 제대로 갖추어 먹는 습관을 들이자.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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