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헬스> 걷는 것만으로 운동이 될까?

걷기만으로 부족..걸어도 제대로 걸어야

 

한국헬스경제신문 | 정희원 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맨발 걷기가 유행이다.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에 따르면, 맨발 걷기 저변 인구는 150만 명에 달한단다. 지자체에서도 야단이다. 맨발 걷기 관련 조례만 100개가 넘게 제정됐고, 전국 230여 곳에 맨발 걷기용 길이 정비되었다고 한다.


맨발 걷기 열풍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필자는 걷기라서 그렇다고 본다. 걷기처럼 접근이 쉬운 운동은 드물다. 아무리 운동에 소질이 없다고 해도 걷는 것은 할 수 있다. 헬스장에 가지 않아도 되고 장비도 거의 필요 없다. 기껏해야 좋은 운동화 정도면 된다. 맨발 걷기는 이마저도 필요 없어서 인기가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걷기는 좋은 운동이다. 단, 현 건강 상태를 유지한다는 차원에서만 그렇다. 더 건강해지려면 걷기
만으로는 부족하다. 운동 효과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운동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걷기는 ‘이동 활동’으로 분류되어 있고, 필자가 보기에도 신체 기능을 ‘유지하는 활동’ 정도일 뿐이다. 걷지도 않으면 순식간에 침상 생활을 하게 될 수도 있으므로 현 상태를 유지해 준다는 의미이며, 걷기만으로는 100세까지 걷는 몸을 만들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운동 관점에서 ‘걷기’ 효과가 제한적인 것은 일본과 비교를 해보면 더 확실히 알 수 있다. 일본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 정송이 연구원에 따르면, 평균 나이 73.9세인 양국 노인을 비교하였을 때 한국 노인의 신체 기능 나이가 동년배 일본 노인에 비해 3.7세 더많고 신체 기능도 떨어지는 것으로 추산되었다.

 

신체 활동량 자체는 한국인이 더 많았지만, 걷기에 치우쳐서 운동했기 때문이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성인 걷기 실천율은 40.2%, 노인 유산소 신체 활동 실천율은 28.1%, 노인 근력 운동 실천율은 18.3%였다. 한국 노인은 걷기, 등산, 자전거 타기를 주로 했지만 일본 노인은 나이에 맞게 근력 강화 운동, 공 운동, 수중 운동 등 다양한 운동을 하고 있었다.


걷기의 또 다른 문제는 사람들이 제대로 걷는 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중년쯤 되면 자신도 모르게 걷는 자세가 흐트러져 있다. 노화와 좌식 생활로 인해 근육량이 줄어들고 관절이 딱딱하게 굳어져 있기 때문이다. 충분한 스트레칭과 근력 운동을 해야 예전처럼 제대로 걸을 수 있으나 실천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걷기 운동을 하는 어르신을 보면 ‘저렇게 걸으시면 무릎에 문제가 생길 텐데....’ 탄식하게 되는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다시 말해, 걷기 자체를 잘하기 위해서라도 근력 운동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운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운동 포트폴리오를 짜 보자


어떻게 운동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필자는 운동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볼 것을 제안한다. 자산을 예적금, 부동산, 주식, 채권 등에 분산 투자를 하듯, 운동도 그렇게 해 보는 것이다. 걷기는 수익률로 치자면 보통예금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간단하게 시작할 수 있지만 큰 수익, 즉 높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보통 운동 포트폴리오는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 스트레칭, 균형·협응 운동 등 네 가지로 구성한다. 20~30대에는 중강도 이상(땀이 나고 숨이 차는 정도)의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의 비율이
7대3 정도라면, 70대 이후에는 3대 7 정도 되는 것이 좋다. 스트레칭은 관절을 굳지 않게 하며 균형·협응 운동은 몸의 근육, 관절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내 자산 상황에 대해 자산 관리사에게 조언받듯, 내 몸 상태를 진단받는 방법이 있다. 국민체력진흥공단에서 운영하는 ‘국민체력 100’ 사이트를 이용해 체력 측정 예약 및 수강 신청을 할 수 있다. 무료이며, 전국에 있는 센터에서 건강 체력(근력, 근지구력, 심폐지구력, 유연성)과 운동 체력(민첩성, 순발력)을 측정해 준다.


해당 사이트에서 운동 방법도 배울 수 있다. 전문 운동 처방사가 운영하는 체력 증진 교실, 체력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부족한 항목을 개선하도록 돕는 체력 향상 프로그램, 자세 교정이나 몸짱
만들기 등 목적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다.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아휴, 내 나이에....” 하시는 분들에게 소개할 사람이 있다. 93세의 아일랜드 실내 조정 챔피언 리처드 모건 씨이다. 73세부터 운동을 시작했는데, 그전까지는 아픈 무릎을 가진 평범한 노인에 불과했으나 운동 시작 후 2022년 경량급 90~94살 부문 세계 챔피언이 되었다. 최근 운동 능력 및 건강검진을 한 결과 심혈관 나이와 유산소 운동 능력이 30~40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 말하듯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 망설이지 말고 지금 바로 운동을 시작해 보자.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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