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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마이클 잭슨이 앓은 백반증 불치병인가

전인구의 0.5~1%서 발생..아프지 않아 치료 늦어져
심하면 약물치료 및 광선치료 필요

 

한국헬스경제신문 | <오상호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 

 

백반증은 자가면역 기전에 의해 피부에 있는 멜라닌세포가 선택적으로 면역세포에 의해 파괴됨으로써 소실되어 저색소 및 탈색소 반점이 지저분하게 나타난다. 나라별·인종별 또는 보고자에 따라 유병률에 차이가 있지만 전 인구의 0.5~1%에서 발병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팝의 황제로 불렸던 가수 마이클 잭슨이 이 질환을 앓으면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백반증이란

 

백반증은 피부색의 이상 변화 외에는 가려움증이나 통증 등의 증상이 동반되지 않기 때문에 병원 방문과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피부의 특정 부위에서 멜라닌세포가 손상 및 소실되면 점차적으로 피부색이 흐려지고 결국 경계가 명확한 백색의 탈색반이 나타난다. 모낭에 존재하는 멜라닌세포에 손상이 이루어지면 피부색뿐 아니라 백반증 병변 내에 있는 털색깔도 하얗게 변화한다.


이 질환은 통각 증상 없이 색소의 변화만 있어서 단순 미용 문제 또는 중요치 않은 질환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하얀 반점이 피부 어느 곳에나 발생할 수 있고 지저분한 모양과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환자들은 백반증 발생·진행·악화 등에 대한 걱정으로 많은 정신적·심리적 스트레스를 겪고 있고,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서도 큰 고통을 받는다. 따라서 백반증을 단순 미용 질환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초기에는 증상이 가벼워 무심코 넘기다가 증상이 많이 진행된 뒤에 치료하려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증상이 이미 악화된 후에는 멜라닌세포가 완전히 소실되어 치료를 열심히 해도 호전이 잘 안 된다. 결국 환자뿐 아니라 의사들조차 이를 불치병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포기하면 안 된다. 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를 하면 완치에 가깝게 호전시킬 수 있다.


다양한 양상

 

백반증은 크게 분절형 백반증과 비분절형 백반증으로 분류한다. 두 백반증은 임상적인 부분과 치료 및 예후 측면에서 큰 차이점을 보인다. 분절형 백반증은 몸을 좌우로 나눴을 때 몸의 한쪽에서만 발생하고, 비분절형 백반증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몸의 어느 부위에든 발생한다. 그래서 이를 전신형 백반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분절형 백반증은 대체로 어린 나이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모낭에 있는 멜라닌세포가 일찍 소실되어 백모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나 자가면역질환과는 연관성이 다소 낮은 형태이다. 초기(3~24개월 사이)에 빠른 진행을 보인 후 진행이 멈추는 경향성을 보이기 때문에 수술적인 방법으로 이식을 하기에 가장 적합한 형태의 백반증이다.  비분절형 백반증은 전체 환자 중 85~90%를 차지한다. 가장 흔히 발생되는 신체 부위는 얼굴이며 앞가슴·목·손가락·발가락·유두·겨드랑이·사타구니·성기와 같은 부위에도 발생한다. 

어떻게 치료할까


백반증 치료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자가면역 기전 때문에 멜라닌세포가 파괴되는 것이므로 파괴를 막기 위해 면역을 조절하는 약물을 사용한다. 또 다른 방법은 파괴된 멜라닌세포를 다시 재생시키는 것으로, 자외선을 이용한 광선 치료이다.

 

광선 치료는 단순히 멜라닌세포 재생뿐만 아니라 면역세포가 멜라닌세포를 파괴하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서 면역과 멜라닌세포 두 가지 측면에서 백반증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 약물 치료제로는 도포용 스테로이드제와 면역조절제가 있고 경구약제로는 스테로이드제와 각종 면역억
제제가 있다. 광선 치료에는 전신을 조사하는 전신 자외선 치료기와 국소 병변을 치료하는 엑시머 레이저 또는 엑시머 램프가 있다. 광선 치료는 1주에 2~3회 하게 되는데 치료를 위해 병원에 방문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한편 약물 치료와 광선 치료 모두 최소 6~12개월가량 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힘들지만 꾸준히 치료하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만약 앞의 치료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수술 치료를 고려해 볼 만하다. 수술은 다른 정상부위의 조직이나 세포를 백반증 병변 부위로 옮기는 것으로, 멜라닌세포가 존재하는 표피를 옮기는 표피이식술과 표피와 진피를 함께 옮기는 펀치이식술이 널리 이용되고 있다.


백반증은 만성적으로 재발이 잘 일어나는 질환이므로 생활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산화스트레스가 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항산화제나 종합비타민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자극을 받는 부위에 잘 발생하기 때문에 피부 마찰이나 자극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목욕 시 때를 미는 것은 피하고 벨트나 신발 등이 꽉 끼지 않도록 한다. 또 화장품 사용을 줄이고 화학물질(비누·세제·소독약·염색약 등)에 피부가 노출되는 것을 피한다. 강한 자외선이 쏟아지는 시간대나 계절에는 주의를 하는 것이 좋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외선에 노출되는 것을 반드시 금할 필요는 없다. 흡연 역시 백반증에 매우 좋지 않다.


백반증 치료법은 오랫동안 큰 발전 없이 고전적인 치료만 이루어져 와서 환자와 의사 모두 새로운 치료법이 나오지 않는 것에 좌절하고 실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다양한 연구를 바탕으로 백반증 기전과 관련하여 새로운 약제가 허가되었고, 현재도 다양한 임상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허가된 신규 약제 중 국소 룩소리티닙(ruxolitinib)이라는 사이토카인 신호 전달을 억제하는 약제는 수입되지 않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쓰이고 있지 않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미 사용 중에 있으며 효과가 매우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면역 관련 약제들이 임상 연구 중이어서 조만간 효과적인 약제가 시장에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백반증을 치료하는 새로운 대안이 늘어나는 것은 의사와 환자에게 매우 좋은 소식이다. 조만간 불치라고 여겨졌던 백반증을 극복하는 길이 열리리라 생각한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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