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헬스>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모두 치매는 아니다

치매와 경도인지저하 개념 달라
치매 예방하려면 신체활동 인지활동 등 높여야

 

한국헬스경제신문  | <김우정 연세대학교 용인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부교수>

 

약 10년 전, 한 신문사에서 우리나라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가장 피하고 싶은 병은 무엇인가?” 설문 조사를 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인 암(491명) 다음으로 337명이 치매를 꼽았다. 그런데 이를 60대 이상 응답자로 한정하면, 가장 피하고 싶은 병은 암(응답자의 38.8%)이 아닌 치매(응답자의 38.9%)로 역전되어 연령이 높을수록 치매에 대한 두려움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치매와 경도인지저하의 개념

 

치매는 하나의 병명이 아니라, 70여 가지 원인에 의해 생기는 후천적 인지 기능 저하를 통틀어서
부르는 포괄적 용어이다.

 

치매의 대표적 원인 질환으로 알려져 있는 알츠하이머병은 뇌에 베타-아밀로이드 등의 독성 단백질이 쌓여서 뇌가 상하게 되는데, 특히 그 정도가 심해 ‘독립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인지 저하가 발생하여 그 상태가 일정 기간 이상 지속’되는 것이 치매이다. 


인지 기능이 어느 정도는 저하되어 있지만 그 정도가 심각하지 않아서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
치지 않을 때, 이를 ‘경도인지저하’(Mild Cognitive Impairment, MCI)라고 부른다. MCI 진단을 받은
경우, 매년 10~15% 정도가 치매로 이행한다고 알려져 있고, 65세 이상 노인의 연간 치매 발병률이 1~2%이므로, 일반적인 경우보다 MCI에서의 치매 발병률은 거의 8~10배에 이른다.

 

이를 근거로 MCI가 치매의 전 단계라 보기도 하지만, MCI 진단을 받은 사람이 모두 치매를 겪는 것은 아니다. MCI의 가장 큰 원인은 사실 우울증이다. 진료 현장에서 실제로 환자와 마주해 보면, 우울증에 따른 MCI는 치료 성과에 따라 10년 이상 치매로 악화하지 않고 일상생활을 잘 유지하는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된다.

 

MCI가 분명 치매로 진입하는 신호이기는 하지만 적절히 치료를 병행하면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아가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치매를 예방하려면

 

“좋아하던 연예인 이름이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는다.”며 병원을 찾는 60~70대 환자가 꽤 있다. 혹시 치매가 아닌지 걱정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치매의 초기 단계일 수도 있겠지만, 인지 저하가 있는 것은 아닌지 자신의 상태를 살필 줄 아는 정도라면 인지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인지 저하가 걱정되어 자발적으로 병원을 찾았다면 치매보다는 MCI일 가능성이 좀 더 높다. 


그렇다면 MCI는 어떻게 진단할까? 의학적으로 명확하게 MCI만을 별도로 진단하는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인지 저하가 실제 치매 수준인지, 어느 정도 심각한지 등을 판정함과 동시에 인지 저하의 원인을 감별하는 검사를 통해 MCI를 진단하고 치매의 위험성을 판별한다.

 

해당 검사에는 병력 조사, 신체검사, 간이 인지 검사 같은 기본 검사뿐 아니라, 종합 인지 검사, 뇌 MRI 등의 뇌영상 검사, 아포지단백 유전형 검사 및 뇌 필수 영양 성분 농도 측정을 포함한 혈액 검사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앞서 말한 대로 MCI로 진단받은 모두가 치매가 생기는 것은 아니므로, MCI를 진단받았다는 사실만으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남들보다 주의해서 치매를 예방해야 하는 상황이
라고 이해하는 것이 좀 더 정확할 것이다.


치매 예방을 위해서는 우울증, 스트레스 관리, 내과적 만성 질환 등 여러 요소를 관리해야 하며, 여러 활동을 통해 ‘인지 예비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인지 예비력이 강한 사람은 뇌가 위축되거나 손상되더라도 인지 저하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 이러한 인지 예비력은 ‘신체 활동’, ‘사회 활동’, ‘인지 활동’ 등을 통해 뇌세포 간의 네트워크를 활성시켜 강화할 수 있다.


MCI와 치매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둘의 차이를 잘 구분하고 이해하면 치매에 대한 불필요한
공포를 줄일 수 있다. MCI로 약간의 인지 저하를 겪을 수는 있지만,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최대한
행복하게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인지 예비력을 키우는 것이 MCI에 대처하여 치매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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