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 정화영 서울의과학연구소 진단검사부문 부원장,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보도자료(‘발작성 기침 백일해, 전국 학령대 중심 유행 확산’)에 따르면 7월 6일까지 발생한 백일해 환자 수는 6,986명으로 2019~2023년 5년간 연평균 환자 수(193명)의 36.2배에 이른다. 연령대별로는 13~19세가 59.1%(4,126명), 7~12세가 32.9%(2,296명)으로 7~19세 소아청소년이 전체의 91.9%(6,422명)를 차지했다.
100일 동안의 기침
백일해가 소아 및 청소년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백일해는 올해 4월 중순부터 발생이 증가했고, 6월부터는 가파른 폭으로 상승하면서 전국적으로 유행하는 양상이다. 대부분의 환자가 기침(99.4%)이 있었고, 발작성 기침(21.5%)과 웁소리(whooping, 16.7%)는 일부에서 확인됐다.
백일해는 백일해균(Bordetella pertussis )에 감염되어 생기는 호흡기 질환으로 감염자의 비말(침)로 전파된다. 백일해균이 체내로 들어가면 기도의 세포에 부착되어 독소를 생성하고 염증을 일으켜 기침 증세를 나타나게 한다. 백일해(百日欬)라는 이름은 감염되면 무려 백일(百日) 동안이나 기침[欬]을 하는 것에서 유래됐다.
감기와는 다른 백일해
백일해와 감기는 모두 호흡기 질환이고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 구별이 쉽지 않다. 하지만 백일해는 상대적으로 병의 지속 기간이 길고 단계별로 다른 증상이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먼저 초기에는 콧물, 재채기, 가벼운 기침 등이 약 1~2주 지속된다. 이 시기에 전염성이 가장 높으나 단순 감기로 오인하고 지나치기 쉽다. 감기와 구분되는 특징 중 하나는 열 없는 기침이 동
반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5~7일 동안 발열 없이 기침을 하는 경우 의사와 상담을 통해 백일해 감별 진단이 필요하다.
중기는 4주 이상 지속되며 매우 심한 기침과 함께 깊게 숨을 들이쉴 때 높은 소리의 웁(whoop) 하는 소리가 날 수 있다. 소아와 아기는 기침을 하는 동안 얼굴이 파래지고 구토를 하거나 탈진하
기도 한다. 특히 밤에 기침이 심해져 수면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마지막은 2~3주의 회복기로 서서히 기침이 줄어들며 몇 주에서 몇 달에 걸쳐 회복된다. 그러나 기침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재발할 수 있기에 몸 컨디션을 잘 살피고 기침 증상이 다시 나타나면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의료기관에서는 환자의 코를 통해 비인두에서 검체를 채취하여 Bordetella pertussis PCR 검사를 수행한다.
이 검사를 통해 백일해균에 특이한 DNA를 중합효소연쇄반응으로 증폭하여 백일해균을 검출할 수 있다. 백일해로 진단되면 항생제로 치료한다. 치료 시작 후 5일까지 격리가 필요하며 격리 중 환자는 실내 습도를 높이는 한편, 급격한 온도 변화나 먼지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중요한 예방
백일해을 예방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적기에 하는 예방접종이다. 백신에는 DTaP 백신과 Tdap 백신이 있다. DTaP 백신은 영유아가 접종하는 백신으로 생후 2개월부터 시작하여 4개월, 6개월에 각각 1회씩 접종한다. 이후 15~18개월 및 4~6세 사이 각각 1회씩 추가 접종이 필요하다.
Tdap 백신은 7세 이상의 아동, 청소년 및 성인 대상이며, DTaP 백신보다 백일해 항원이 적게 들어 있다. 청소년은 11~12세 사이에 1회 접종이 필요하고 Tdap을 한 번도 맞지 않은 성인 또한 접종을 1회 받아야 한다.
어린아이와 밀접하게 접촉하는 산모, 영유아 도우미 등은 영유아와 접촉하기 전에 접종하는 것이 좋다. 임신부는 임신 27주에서 36주 사이에 1회 접종을 권장하며 접종을 못 했을 경우는 분만 후 신속히 접종할 것을 권한다.
국내 백일해 환자가 증가 추세이지만 우리나라의 높은 예방접종률로 인해 대부분의 경우 증상이 심하지 않다. 예방이 최선의 치료라는 것을 명심하고 백신 적기 접종 및 일상 속 예방 수칙 준수로 무더운 여름, 걱정은 줄이고 건강은 지켜 내자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