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헬스경제신문 | 연세대학교 의과대학.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진료교수
성조숙증이란 무엇인가
우리 아이가 또래보다 유난히 빨리 크고 있다면, 부모로서는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 “혹시 성조숙증은 아닐까?” 이런 걱정이 들 수 있다. 성조숙증이란 2차 성징이 또래보다 조기에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여아는 만 8세 이전, 남아는 만 9세 이전에 사춘기 징후(여아: 유방 발달, 남아: 고환 크기 증가 등)가 나타날 때 성조숙증을 의심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성조숙증의 유병률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를 분석한 한 연구에 따르면 최근에는 여아에서 10만 명당 약 2468명, 남아에서 10만 명당 약 153명까지 증가했다. 이는 소아청소년 비만율 증가 및 적극적인 성조숙증 진단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원인과 영향
성조숙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가장 흔한 것은 중추성 성조숙증(Central Precocious Puberty)으로, 뇌에서 성호르몬을 조절하는 기능이 조기에 활성화되면서 발생한다. 일부 아이들은 뇌 질환 등의 기질적 원인이 있을 수 있다. 비만도 중요한 위험 인자 중 하나다. 비만한 아이들은 정상 체중인 아이들보다 사춘기나 초경이 더 일찍 시작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지방 조직에서 성호르몬을 조기에 활성화하는 것과 연관이 있다.
또한 환경호르몬이나 일부 음식이 성조숙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으나, 아직 명확한 인과관계는 밝혀지지 않았다. 사춘기가 빨리 시작되면 단기적으로 키가 또래보다 빨리 크지만, 골연령(뼈 나이)이 빨리 진행되어 성장판이 일찍 닫히면서 최종 성인 키가 예상보다 작아질 수 있다. 또 또래보다 빠른 신체 변화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있으며, 여성의 경우 조기 초경과 관련된 심리사회적 문제 및 부인과적 질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성조숙증은 어떻게 진단할까
아이가 성조숙증이 아닌지 의심스러우면 병원에서 전문적인 검사를 통해 진단받을 수 있다. 우선 성장 상태와 2차 성징 여부를 확인하고, 골연령 검사를 통해 뼈 나이를 측정한다. 혈액 검사를 통해 성호르몬 상태를 확인하고, 보다 정밀한 평가가 필요할 경우 성선자극호르몬 자극 검사나 자궁 초음파 혹은 고환 초음파를 시행한다. 중추성 성조숙증으로 진단되면 뇌하수체 MRI를 촬영하여 기질적 원인이 있는지 확인하기도 한다. 이러한 검사 과정을 통해 성조숙증 여부와 진행 속도를 파악하고, 진행이 지속적으로 빠를 것으로 판단될 경우 치료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치료와 예방법
중추성 성조숙증 치료는 성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주사(GnRH agonist)를 주기적으로 투여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1개월에 한 번 투여하는 주사와 3개월에 한 번 투여하는 주사가 있는데, 효과는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6개월에 한 번 투여하는 주사도 국내 사용이 승인되어 환자의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성조숙증의 예방을 위해서는 건강한 생활 습관이 중요하며, 특히 비만을 예방하기 위해 균형 잡힌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을 실천해야 한다. 이는 성장을 위해서도 중요한 요소이다. 아이가 또래보다 성장이 빠르다고 해서 무조건 성조숙증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또한 성조숙증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치료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빠른 성장 속도가 지속되거나 사춘기 징후가 조기에 나타난다면 성조숙증 진료 경험이 많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고 꾸준히 관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특별히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중에서 소아내분비학을 전공한 소아내분비과 세부전문의에게 진료받을 것을 권한다. 부모의 세심한 관심이 아이의 건강한 성장과 밝은 미래를 이끈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