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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잇몸뼈 녹는 치주염, 젊은 층도 구강 관리 필요

30-40대 구강관리 제대로 안하면 치아 상시로 이어져
심하면 임플란트 심을 빼가 부족하기도

 

한국헬스경제신문 | 박진영 연세대 치과대학병원 치주과 임상조교수

 

예방과 치료 교육 필요

 

근래에 대학병원 치주과에 다녀간 40대 초반 여자 환자의 이야기이다. 잇몸이 붓고 피가 나서 모 병원에 갔더니 윗니 7개와 아랫니 6개를 뽑고 임플란트를 10개 정도 식립하는 것을 권유하였다고 한다. 아직 젊은 나이에 이 치료 계획을 수용할 수 없었던 여성은 대학병원에 내원하여 치아 진단과 예후에 대해 자세한 설 명을 듣고 싶어했다.

 

특정 병원의 행태를 비난하고자 쓰는 글이 아니다. 치주염이 심한 환자의 경우 어느 치아를 발치하고 어떻게 수복해야 할지에 대한 계획은 의사마다 천차만별일 수 있으며 의사의 경험과 전문 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제아무리 치주과 전문의라 할지 언정 완벽한 재생 치료는 어렵고, 수도권 치과 의원 쏠림 현상과 고도화된 가격 경쟁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공격적인 치료 계획에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아주 흔하고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질환인 만큼 예방과 치료에 대한 교육이 필 요하다.

 

치주염이란

 

치주염은 흔히 풍치로도 알려져 있으며 치아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잇몸뼈가 염증 때문에 흡수되는 병이다. 세계보건기구 (WHO)에 의하면 경증에서 중증 미만의 통증을 느끼는 성인은 50% 이상이며, 중증 이상은 10~15% 정도이다. 국내에서도 나이와 비례하여 유병률이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소수의 경우 30~40대의 젊은 층에서도 다수의 치아 상실로 이어지기도 한다.

 

치주염의 주원인으로는 소홀한 구강 관리를 꼽을 수 있고, 스트레스와 흡연, 당뇨에 의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치주염이 진행되면 잇몸뼈가 심하게 녹아내려서 임플란트를 심을 뼈가 부족해지는 경우도 빈번하다. 또한 잇몸에 자리 잡은 병원균과 염증인자들이 혈관을 통해 전신으로 퍼지면 심혈관계 질환이나 조기 출산을 유발할 수도 있다.

 

구강 관리를 소홀히 하게 되면 치아 주변에 치태라는 백색 물질(구강 내 세균들이 치아에 부착하여 형성하는 막)이 쌓이게 되고, 일주일 정도 지나면 단단한 치석으로 변형되는데 이 상태가 되면 칫솔질로는 제거되지 않는다. 단 하루만 양치를 하지 않거나 혹은 양치를 하더라도 놓치는 부분이 있으면 금세 치태가 쌓인 것을 확인할 수 있고, 며칠이 지나면 치태가 자리 잡은 부위 주변의 잇몸에 염증이 생기고 건드리기만 해도 피가 난다.

 

구강 내에는 현대 의학으로도 완벽하게 특성과 영향을 알지 못하는 700여 종의 세균들이 공생하고 있다. 치태는 부엌 싱크대에 끼는 물때와 비슷하다. 물때가 싱크대에 잘 붙어 있어서 아무리 물로 씻어도 잘 지워지지 않듯이 치태도 아무리 구강세척기로 강하게 쏘거나 가글액으로 헹군다고 해도 잘 지워지지 않는다. 따라서 치태를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양치법과 치간칫솔 또는 치실 사용이 필요하다.

 

올바른 양치법

 

변형바스법(modified bass technique)’은 치주염에 특화된 양치법으로 치주염이 시작되는 부분인 치주낭을 겨냥한 테크닉이다. 치주낭은 치아와 잇몸 사이에 형성되는 좁고 깊은 주머니와 같은 구조로 되어 있는데 잇몸이 건강한 경 우에는 2mm 이하로 얕은 반면 치주염이 진행됨에 따라 점점 깊어진다.

 

변형바스법으로 닦을 때에는 칫솔을 45도로 치주낭을 향해 기울여서 칫솔모를 치주낭 속으로 삽입한 후 좌우로 움직이면서 닦되 길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진동하듯 짧게 움직여야 잇몸에 상처가 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칫솔모는 되도록 부드러운 것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하고 양치하는 시간은 성인이 될수록 길게 해야 한다.

 

그 이유는 성인에서 잇몸 흡수가 이미 진행되어 상대적으로 치아가 노출된 부분이 많기 때문에 그만큼 충분한 시간 동안 양치를 해 줘야 모든 치태를 제거할 수 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자신이 양치를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로는 양치 시간이 너무 짧아 치과에서 확인해 보면 스케일링을 받은 지 한두 달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치석이 많이 쌓인 것을 볼 수 있다.

 

치주낭이 5mm 이상 깊어진 상태라면 칫솔질로는 더 이상 치주낭 내부를 닦아내는 것만으로는 안 되고 치료가 필 요한 시기이므로 치과에 내원하여 잇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잇몸 치료는 단계별로 진행되는데 스케일링부터 시작해서 비수술적 치료(치근활택술), 심하면 수술적 치료(치은판막술)로 이어진다.

 

잇몸 치료 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잇몸 치료가 끝나고 난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내원하여 치료의 성공 여부를 확인하여 필요 시 재치료를 하는 것이다. 또 눈에 잘 띄지 않는 치석도 있기 때문에 반복적인 치료로 염증 상태를 개선해야 한다. 심한 치주염일 경우 발치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간혹 지금 당장 아프지 않다고, 바쁘거나 귀찮다고 하여 치과 가는 것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미룰수록 치아와 잇몸은 서서히 망가진다. 정기적으로 치과 검진을 받아야 하며 특히 자신의 잇몸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치주과 전문의나 치주 치료 경험이 풍부한 치과 의사를 찾아 상담해 보자. 치아의 생명을 연장하여 임플란트 식립 시기를 지연하는 보전적인 방향으로 치료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