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아이를 많이 낳은 여성일수록 일찍 죽고 더 빨리 늙을까. 우리 주변의 어머니들과 할머니들을 볼 때 이런 가설이 설득력을 갖는다고 볼 수 있을까.
뭐라고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그런데 출산을 많이 한 여성일수록 일찍 사망하고 일찍 늙는다는 건 확실하다는 국내 유명 법의학자 발언이 나와 파문을 일으키며 온라인상에서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3일 유성호 서울대 법의학교실 교수의 유튜브 채널에 ‘다산부가 일찍 돌아가시는 건 맞아요’라는 제목의 쇼츠 영상이 게재됐다. 유 교수는 TV에 자주 출연하는 국내 법의학 전문가다.
이 쇼츠는 지난달 11일에 공개된 ‘조선의 뛰어난 리더, 성종은 왜 단명했을까’ 영상의 일부다. 다른 왕들보다 이른 38세로 생을 마감한 성종은 자녀를 28명이나 두었다면서 생산성과 수명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에 나온 말이다.

유 교수가 그런 말을 하자 함께 출연한 서혜진 변호사가 “출산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여성이 좀 오래 산다는 통계가 있는 거냐”라고 물었다. 이에 유 교수는 “맞다. 그건 확실하다”고 대답했다.
이어 서 변호사가 “출산 안 한 여성들이 잘 안 늙더라. 저희 그런 얘기 많이 한다”고 공감을 표하자, 유 교수는 “잘 안 늙는다. 그것도 확실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서 변호사가 우스갯소리로 “결혼을 안 한 여성은 속 썩이는 사람이 없어 잘 안 늙는 게 아니냐”고 하자 유 교수는 “제일 중요한 건 출산이고 출산을 안 하면 그게 제일 크리티컬하다(중대한 이유다). 속 썩이지 않는다는 것도 맞다”라고 답하며 따라 웃었다.
이 영상은 4일 만에 조회수 100만 회를 넘고 2,800개 이상 댓글이 달릴 정도로 화제가 되고 있다.
많은 누리꾼들은 유 교수의 발언에 불편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공감을 표한 누리꾼도 적지 않았다.
아이를 많이 낳고도 오래 살거나 동안인 여성의 예를 들며 유 교수의 말이 틀렸다고 주장하는 댓글들이 많이 달렸다. 또 “안 그래도 저출산으로 나라가 위기인데 더 안 낳고 싶게끔 만들지 말아라”고 비판하는 반응도 나왔다.
공감한다는 의견을 단 여성들은 “출산을 한 번이라도 해 본 여자라면 통계 따위 안 봐도 다 안다”, “할리우드 연예인들이 욕먹으면서도 남몰래 대리모로 출산하려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등 유 교수 말에 동의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0.75명이다. 전년에 비해 소폭 상승했으나 여전히 세계 최저 수준이다.
◇정말로 출산이 수명에 영향을 미칠까
이 문제에 대한 어떤 구체적 연구 결과가 있는지 기자가 챗GPT에 물어봤다. 대답은 “출산 자체가 수명을 단축한다고 결론짓기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출산과 관련된 신체적, 생리적 변화가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들은 있다는 것이다. 출산은 여성의 몸에 상당한 신체적 변화를 일으키며,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호르몬 변화, 체중 증가, 그리고 출산 후 회복 과정은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데 일부 연구에서는 출산을 한 여성들이 오히려 더 오래 사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출산과 관련된 호르몬 변화가 심혈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출산과 육아 과정에서 형성되는 사회적 네트워크와 가족 관계는 정신 건강을 지지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출산 후 건강 관리를 잘하고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식사, 스트레스 관리 등을 실천하면 수명과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출산이 수명에 미치는 영향은 개인의 건강 상태, 생활 습관, 유전적 요인, 그리고 의료 서비스의 질 등 여러 요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결론적으로 종합해보면 출산이 반드시 수명을 줄인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으며, 그 영향은 사람마다 다르며, 건강한 출산과 적절한 관리는 오히려 장기적인 건강과 행복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