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유방암은 한국인 여성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지난 한 해 동안 발생한 유방암 신규 환자는 3만 명을 넘어선 3만665명(여 3만536명, 남 129명)으로 추산됐다. 이는 국내 여성 암 발생의 21.8%를 차지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유방암과 관련해 의학계에서 일치된 결론이 나지 않는 게 있다. 바로 유제품 섭취가 유방암 예방에 좋은지 나쁜지 여부다.
우유, 요거트, 치즈 등 유제품 섭취량이 많을수록 유방암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 완전 상반된 연구 결과도 있다.
유제품을 먹는 게 유방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는 유제품에 함유된 에스트로겐과 인슐린 유사 성장 인자-1(IGF-1)과 같은 호르몬이 유방암 세포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반대 이론은 유제품에 풍부한 칼슘과 비타민D가 유방암 세포의 증식을 억제하고 종양 발달을 막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팀이 유제품 섭취와 유방암 발생의 연관성에 대해 지금까지 발표된 논문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연구 결과를 내놨다.
국제학술지 ‘영양 연구’(Nutrition Research) 최신호에 따르면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암역학연구과 김정선 교수 연구팀은 2024년 12월까지 전 세계에서 발표된 51개 연구 논문을 메타 분석해 유제품 섭취에 따른 유방암 발생 위험비를 추산했다.
분석 대상 유방암 환자는 총 6만2천602명이었다.
분석 결과 전반적인 유제품 섭취는 유방암 위험과 반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상으로는 유제품 섭취가 유방암 발생 위험을 약 9%가량 낮추는 효과가 있었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이런 효과는 중년 이후 여성에서 두드러졌다. 45세 이상 여성이 유제품을 섭취하는 경우 유방암 발생 위험은 19% 낮아지는 효과를 보였다. 또한 폐경 전 여성에서 저지방 유제품의 섭취량이 많을수록 잠재적인 유방암 보호 효과가 커지는 연관성도 관찰됐다.

김정선 교수는 “유제품 섭취는 전체적으로 유방암 위험 감소와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였으며, 저지방 및 발효 유제품에서 가장 강력한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유제품에 함유된 비타민D가 인슐린 및 인슐린 유사 성장 인자의 농도를 감소시켜 발암 과정을 억제하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총 우유 섭취량이 많아지면 ‘에스트로겐 수용체(ER) 음성 유방암’ 위험이 31% 높아지는 상관관계가 관찰됐다. 에스트로겐 수용체 음성 유방암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결합할 수 있는 수용체가 암세포 표면에 없거나 매우 적은 상태로, 일반적인 유방암과 달리 치료가 어려운 게 특징이다.
김 교수는 “저지방 유제품과 발효 유제품 섭취가 유방암 예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다만 폐경 상태와 나이에 따라 유제품 섭취의 효과가 달라질 수도 있는 만큼 이를 적절히 고려해 식단 구성에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