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의료

한국에 유독 많은 위암…과일 많이 먹으면 예방 효과

서울대‧중앙대 연구팀, 아시아인 427만 명 메타분석
“과일 섭취량 많으면 위암 11% 예방 효과”
“과도한 소금 섭취는 위암 위험 최대 97%↑”

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위암은 왜 유독 한국인에게 많이 발생할까.

 

전 세계적으로 매년 발생하는 100만 명 이상의 신규 위암 환자 중 60% 이상이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에 몰려 있다. 이 중에서도 한국의 위암 발생률은 단연 세계 1위이고, 이는 미국의 10배 수준이다.

 

의학계는 그동안 그 이유를 밝히기 위해 많은 연구를 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한국인은 맵고 짠 음식을 즐기는 특유의 식습관이 위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분석이 있다.

 

지금까지 연구를 보면 흡연, 음주, 신체활동 부족, 비만, 붉은 고기 및 가공육 섭취, 염분 과다 섭취, 가족력,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 등의 위험 요인이 위암 발생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식습관만 보자면 아직도 어떤 음식이 위암을 부추기고 또 예방 효과를 내는지 명확하지는 않다.

 

의학계는 위암 발생이 많은 동아시아 인구를 대상으로 한 코호트(역학조사) 연구가 연구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강대희 교수, 중앙대 식품영양학과 신상아 교수 공동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역학 리뷰’(Epidemiologic reviews) 최신호에서 아시아 인구를 대상으로 시행된 국내외 30편의 코호트 연구 논문을 메타 분석한 결과 과일 섭취량이 많은 그룹에서 위암 발생 위험이 낮은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분석 대상으로 삼은 아시아인은 총 427만명이다.

 

연구팀은 과일 섭취량이 가장 많은 그룹이 가장 적은 그룹에 견줘 위암 발생 위험이 평균 11% 낮은 것으로 추산했다.

 

그 이유로는 과일에 풍성한 비타민C, 폴리페놀, 식이섬유 등의 항산화 및 항염증 성분이 위암의 주범 중 하나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만들어내는 발암물질(N-니트로소 화합물)의 형성을 억제함으로써 위암 예방 효과를 내는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이들 성분이 위 점막과 유전자(DNA)의 손상을 막고, 위축성 위염의 위암 진행을 막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봤다.

 

반면 과도한 소금 섭취는 위암 발생 위험을 최대 97%나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짜게 먹으면 위 점막 세포의 비정상적인 증식과 변형을 유도하고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에 대한 위 점막의 민감도를 증가시켜 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것이다. 위 안의 염분 농도가 높아지면 점막 자극을 통해 장상피화생(위암 전 단계로 위점막이 소장·대장의 점막과 비슷하게 변하는 증상)을 유도할 수도 있다.

 

과일과 소금을 제외한 채소, 육류, 콩 제품, 차, 커피, 식사 패턴 등의 경우 이번 연구에서는 위암 발생과 통계적으로 유의성 있는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위암 예방을 위해서는 매일 과일과 채소를 총 400g 이상 섭취하고, 음식을 만들 때 소금을 줄이는 식습관을 길들여야 한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