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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출산 세계 최고…“산모·태아 건강이 위험하다”

보건사회연구원, 다태아 지원 정책 문제점 지적
조산 위험 6배, 임신중독증 위험 2배, 산후 출혈 위험 3배
늦은 결혼, 시험관 시술로 다태아 출산 1천 건당 28.8건
다배아 이식 허용 재고해야

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우리나라 쌍둥이(다태아) 임신·출산율이 다른 나라들보다 유독 높아 산모와 태아의 건강에 위험이 수반되는 만큼 출산 지원 정책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우리나라는 출산율이 전 세계 최저 수준이다. 2024년 기준 0.75명이다. 아이 하나가 귀한 상황이다.

 

 

그런데 국책연구원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쌍둥이를 적게 낳아야 한다는 보고서를 펴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배혜원 전문연구원은 18일 ‘다태아 정책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전체 출생아 중 쌍둥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3.7%(1만6천166명)에서 지난해 5.7%(1만3천461명)로 증가했다.

 

쌍둥이 중에서도 세쌍둥이 이상의 고차 다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2.4%(392명)에서 3.4%(457명)로 늘었다.

 

우리나라 쌍둥이 출산율은 지난해 기준 분만 1천건 당 28.8건으로, 다른 국가와 비교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세계 다태아 출생 데이터(HMBD·The Human Multiple Births Database)에 포함된 국가 중 그리스(29.5건)에 이어 두 번째로 높고, HMBD 국가 평균(15.5건)의 거의 2배다.

 

세쌍둥이 이상 고차 다태아 출산율은 분만 1천건당 0.67건으로 HMBD 국가 중 가장 높고, 평균(0.2건)과 비교하면 3배 수준이다.

 

그 이유는 무얼까.

 

늦은 나이에 아이를 낳는 경우가 늘고 인공수정 등 의료보조생식술(MAR)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나이가 많은 난임 부부들은 자연임신에 실패하고 시험관 시술로 아이를 갖는 경우가 늘고 있다. 병원은 임신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배아를 자궁에 이식하는데 당연히 쌍둥이를 임신할 확률은 커진다.

 

국내 산모 평균 출산 연령은 2015년 32.2세에서 지난해 33.7세로 높아졌다. 쌍둥이 산모 평균 출산 연령은 35.3세로 단태아 산모(33.6세)보다 높다.

 

난임 시술 환자 수는 2018년 12만1천38명에서 지난해 16만1천83명으로 7년새 33% 증가했다.

 

 

보고서는 쌍둥이 임신·출산 지원 정책 역시 이런 변화 추세에 따라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대표적으로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고위험 임산부 의료비 지원, 이른둥이 지원 대책 등이 다.

 

보고서는 한국의 쌍둥이 관련 정책이 주로 임신 중이나 출산 전후의 ‘사후 대응’에 집중돼 있다는 데 문제를 제기하면서, 다태아 출산이 산모·태아 건강 면에서 한 명만 낳는 단태아보다 더 위험하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대한모체태아의학회에 따르면 쌍둥이 임신은 단태아와 비교해 △조산 및 조기 진통 위험 6배 △임신중독증 위험 2배 이상(세쌍둥이는 9배) △산후 출혈 위험 약 3배 △혈전성 질환 위험 3배 등 합병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37주 미만 조산 비율은 단태아가 6.6%인데 비해 다태아(쌍태아 이상)는 70.8%다. 출산 후 겪는 육아 스트레스·경제적 부담도 당연히 더 크다.

 

보고서는 산모·태아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는 다태아 출산을 줄이는 쪽으로 정책을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과 달리 2000년대 전후로 영국 등 많은 국가들도 다태아 정책을 예방적 접근으로 전환해 쌍둥이 출산을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정책 전환의 핵심 쟁점으로는 ‘배아 이식 수’ 가이드라인이 지적됐다. 가이드라인은 2015년 개정 이후 10년째 유지되고 있는데, 여전히 다배아 이식을 허용한다는 점이 문제로 꼽혔다. 다태임신을 줄이는 가장 중요한 해법은 예방이라는 국제 권고에 맞춰, 단일 배아 이식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보고서는 국가의 모자보건 책무와 저출산·고령사회 정책의 목적을 근거로, 장기적으로 산모·태아 건강 보장과 다태임신 최소화를 임신 전 단계의 최우선 과제로 둬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그 대안으로 △단일 배아 이식 유도 △다태아 산모·신생아의 체계적 건강관리 시스템 구축 △임신 중·출산 전후 정책의 질 제고 △의료·돌봄 인프라 확충 △데이터 구축과 근거 기반 연구의 병행 필요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