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남편 잃은 여성, 삶의 만족도 점점 높아져” 日 노년층 조사

배우자 사별 뒤 삶의 만족도, 남녀가 달라
아내, ‘돌봄 부담’ 벗어나 행복감 증가 추정
아내 잃은 남성은 삶의 질 악화해

한국헬스경제신문 김혁 기자 |

 

국가데이터처(구 통계청)의 ‘2024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삶에 대해 ‘만족한다’(매우만족+약간만족)고 응답한 비율은 혼인상태별로 달랐다.

 

‘미혼’이 43.0%로 가장 높았고, ‘배우자 있음’(41.0%), ‘사별’(31.8%)이 다음이었다.

 

배우자를 잃는 일은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큰 사건이다. 그간의 많은 연구를 볼 때 배우자의 사별 직후에는 남녀 모두 행복도가 급격히 하락하지만, 회복 탄력성 측면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높다는 게 대체적 결과다.

 

이른바 ‘상심 증후군’이나 ‘위도우 효과’(Widower effect)로 불리는 현상은 남성에게서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고령화 국가인 일본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보스턴대학교 공중보건대학원(BUSPH)과 일본 치바대학교가 공동 수행했다. 국제기분장애 학회 공식 학술지 ‘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온라인판에 12일 게재됐다.

 

 

연구진은 ‘일본 노인 평가연구’에 참여한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65세 이상 노인 약 2만 6000명의 데이터를 활용했다. 이 가운데 1076명이 연구 기간에 배우자 사별을 겪었다.

 

연구 결과, 65세 이상 노년층에서 아내를 잃은 남성은 전반적인 삶의 질이 악화하는 경향을 보인 반면, 남편을 잃은 여성은 일시적으로 행복감이 감소한 뒤 시간이 지나면서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처를 한 남성은 부부가 함께 사는 남성에 비해 치매 위험, 사망 위험, 일상생활 수행 능력 저하 위험이 더 높았다. 또한 우울 증상 증가, 행복감 감소, 사회적 지지(social support) 감소도 나타났다. 사회적 지지는 정서적 지지와 실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관계망을 의미한다.

 

이에 반해 여성은 남편을 잃은 뒤에도 우울 증상이 증가하지 않았고, 시간이 지나면서 행복감과 삶의 만족도가 오히려 높아지는 경우도 많았다.

 

논문 책임 저자인 시바 고이치로 조교수는 “이번 연구에서는 거의 모든 측면에서 남성이 더 큰 타격을 받지만, 여성은 놀라울 정도의 회복력을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배우자를 잃은 남녀 모두 사회 활동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사회적 지지 감소는 남성에게서만 나타났다. 이는 남성의 경우 사회 활동이 늘어났더라도 정서적 지지나 깊은 관계로 이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또한 남성은 음주 빈도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여성은 신체 활동이 줄어들어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이 더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러한 차이가 성 역할에 대한 오랜 문화적 기대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많은 문화권에서 남성의 삶은 직장 중심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고, 정서적·실질적 지원을 배우자에게 크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남성은 사회적 관계에 투자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을 수 있으며, 배우자를 잃은 뒤 더 큰 고립감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남편 사망 후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 여성의 삶의 만족도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 것은 일본에서는 아내가 남편을 돌보는 주요 보호자 역할을 하는 경우가 훨씬 많으므로 일부 여성에게는 배우자의 죽음이 돌봄 부담에서 벗어나는 경험이 되며, 이것이 삶의 만족도 증가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남성은 배우자 사별 첫 1년이 가장 위험한 시기로, 가족과 친구, 의료진이 적극적 관심을 두고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