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수면 이혼’을 아시나요

미국서 크게 유행, 35%가 각 방 선택
건강 및 부부관계 개선돼

한국헬스경제신문 한기봉 기자 |

 

부부가 한 침대에서 자지 않는다면 관계가 금이 간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여러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도 남편 코골이 때문에 각 방을 쓰는 부부가 적지 않다

 

‘수면 이혼’(sleep divorce)이란 신조어가 소개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 미국에서 유행한다는 ‘수면 이혼’을 집중 조명한 기사를 내보냈다. ‘수면 이혼’은 정상적 혼인 생활을 하는 부부가 잠만 각자 다른 공간에서 자는 것을 뜻한다.

 

이 기사에 따르면 미국수면의학회(AASM)가 성인 2005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35%가 가끔 또는 계속해서 각방을 쓴다고 대답했다. 응답자들은 상대방이 코를 골거나 뒤척임이 심할 때 수면 이혼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일부 가정에서는 집 리모델링을 하면서 ‘코골이 방’을 따로 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조사에서 밀레니얼세대(27~42세)의 43%, X세대(43~58세)의 33%, Z세대(18~26세)의 28%, 베이비붐세대(59~76세)의 22%가 각방을 쓴다고 답했다. 나이 든 사람들보다 젊은 사람들이 더 각방을 선호한 게 통념과는 다르다. 성별로는 남성이 45%, 여성은 25%가 수면 이혼을 선택했다.

 

미 수면의학회 시마 호스라 박사는 “수면 이혼이 수면의 질을 보장해 건강 상태를 개선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바람직한 선택”이라며 “수면의 질이 좋아지면 상대방과의 관계도 개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수면이 좋지 않으면 기분이 나빠질 수 있으며 자연스럽게 수면 장애를 일으키는 사람에 대한 분노가 발생해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수면전문가 에린 플린 에반스 박사는 “부부가 한 명은 늦게 잠들고, 한 명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을 선호하는 것처럼 각자 다른 수면 패턴을 갖고 있을 경우 두 사람 모두의 수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40대 피어슨 부부의 사례를 소개했다. 남편 라이언(47)은 아내 엘리자베스(42)와 16년 전에 결혼했고, 8년 전부터는 각자의 침실에서 자고 있다.

 

인터뷰에 답한 엘리자베스의 말이다.

 

“우리는 둘 다 업무상 꽤 자주 출장을 다니는데 호텔에서 잠을 잘 잤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가 잠을 제대로 못 잤던 때는 집에서 함께 잤을 때다. 남편이 ‘전기톱’처럼 코를 골고 자면서 내 얼굴을 때린 적도 있다. 매일 아침 그에게 화를 내며 깨는 것은 우리 관계에 균열을 내는 것이었다.”

 

“수면 이혼을 선택한 뒤 부부관계가 극적으로 더 좋아졌다. 우리는 코골이처럼 통제할 수 없는 일로 서로에게 화를 내지 않기 때문에 훌륭한 성생활을 누리고 있다.”

 

수면 전문가 웬디 트록셀 박사는 이 신문에 “지난 수세기 동안 부부가 따로 자는 문화가 있었다”며 “사람들이 인구 밀집 지역에 몰려 살기 시작한 산업혁명과 더불어 한 침대에서 자는 커플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1960년대 와서 서로 다른 침실을 쓰는 걸 두고 사랑도, 성관계도 사라졌다고 낙인찍는 현상이 생겨난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유명 할리우드 배우 카메론 디아즈(51)도 작년 한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돈독한 부부 관계를 유지하는 비법으로 수면 이혼을 언급했다.

 

그는 “남편은 남편의 침실이, 나에겐 나의 침실이 있고, 가족관계를 위한 거실이 집 중앙에 있다”며 “부부 침실 분리를 이상하게 생각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카메론은 2015년 기타리스트 벤지 메이든(45)과 결혼했다. 이후 2019년 대리모를 통해 첫째 딸을 품에 안았고, 지난달 둘째 출산 소식을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미국 등에서 수면 이혼에 관심이 높아진 건 그만큼 수면의 질이 낮아서다. 특히 여성의 경우, 수면의 질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 수면학회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남성의 55%가 항상 혹은 자주 푹 잤다고 느낀다고 답했지만, 여성은 30%만이 그렇다고 했다. 31%의 여성들은 일어날 때 피곤하다고 답했는데 그 이유로 배우자의 코골이 등을 꼽았다

 

실제 해외 연구에서도 잠을 설치고 나면 대인관계에서 갈등이 늘고, 가정 내 폭력도 수면의 질이 낮았던 다음 날에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