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심장마비만큼 위험한 ‘상심증후군’을 아시나요?

이별이나 절망, 분노 등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이 유발
좌심실을 부풀게 해 호흡곤란 야기
1990년 일본에서 처음 보고, ‘타코츠보 심근증’
폐경 이후의 여성에게 특히 많이 나타나

한국헬스경제신문 한기봉 기자 |

 

1. 작년 7월 갑자기 사망한 아일랜드의 세계적 싱어송라이터 시네이드 오코너. 사망 6개월여 만에 원인이 자연사로 밝혀졌지만 의사들은 타코츠보 심근증 가능성을 제시했다. 오코너의 매니저는 오코너가 17세 아들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부터 상실감으로 매우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2. 영국 매체 ‘더선’ 은 10년차 영국인 부부인 섀런 댄(54)과 웨인 댄(57)이 3일 차이로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하면서 타코츠보 심근증을 언급했다.

 

2023년 10월 남편 웨인은 사타구니 쪽 암이 폐로 전이됐다는 진단을 받았고 2월에는 골육종 판정까지 받았다. 웨인은 방사선 치료를 시작하려 했지만, 병원 측은 그가 그 전에 사망할 수 있다고 말해 하지 못했다.

 

가족에 따르면 아내 섀런은 남편 없이 살 생각에 너무 두려워 식음을 전폐하고 잠도 잘 못잤다고 한다. 그러다 섀련은 갑자기 호흡이 힘들어져서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섀런이 사망하고 3일 후 웨인도 세상을 떠났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나 이별, 실직, 분노, 불안과 같은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 처했을 때 사망까지 이르게 하는 위험한 질환이 있다.

 

‘타코츠보 심근증’(Takotsubo cardiomyopathy)이라고 한다. 일명 ‘상심 증후군’으로도 불린다. 이 증상은 폐경 이후의 여성에게 특히 많이 발생한다. 일부 데이터에 따르면 지중해 및 아시아 여성이 이 질환에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1990년 일본에서 처음 발견됐는데 심장의 좌심실이 풍선처럼 부어오르는 모양이 마치 문어를 잡는 항아리인 타코츠보 같다고 해서 붙여진 병명이다.

 

이 질환은 극한의 스트레스나 감정의 변화로 아드레날린 등 호르몬이 과다분비 되면서 좌심실 바닥이 닫혀 수축이 불가능해지면서 유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트레스가 과도해지면서 교감신경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해 심장 박동과 혈압을 상승시키고 혈관을 수축시켜 심장 근육을 손상시키는 것이다.

 

타코츠보 심근증은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 호흡곤란, 구토와 같은 증상을 보인다. 심근경색과 비슷한 증상이지만, 검사 결과에서 심혈관 이상이 확인되지 않는다.

 

건강한 사람도 강한 심리적 충격을 받거나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갑자기 발생할 수 있으나 60세 이상 여성에게 월등히 많이 나타난다.

 

사망률도 일반인에 비해 월등히 높다. 영국 애버딘 대학 연구진은 타코츠보 심근증 진단을 받은 사람들이 평균 이상의 사망 위험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대부분 환자는 완치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심장마비 약물 투여는 큰 효과가 없는 것으로도 밝혀졌다. 미국 심장학회지 JACC Advances에 따르면 타코츠보 심근증 실험에 참여한 3720명의 환자 가운데 심장마비 약물을 투여 받았음에도 4분의 1이 연구 도중 사망했다. 또 5명 중 1명꼴로 재발한다.

 

타코츠보 심근증은 수액을 주입하고 안정을 취하게 하면 대부분 한두 달 내에 회복한다. 이는 심근 조직이 일시적으로 위축되었다가 회복되는 것으로, 심근경색의 증상인 심근세포 손상과 같은 흔적은 남지 않는다.

 

다만 쇼크에 이를 정도로 증세가 매우 심한 경우에는 대동맥 내 풍선 펌프를 삽입해 심근 및 좌심실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시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이후 정신과 상담 치료를 통해 재발을 예방해야 한다.

 

주범은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는 환경 변화나 외부 자극으로 인한 신체의 반응으로 뇌에서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해 호르몬, 면역, 자율 신경계에 영향을 준다. 스트레스가 만성적인 상태가 되면 불안, 초조를 넘어 무기력해진다.

 

전문가들은 객관적으로 스트레스의 정체를 파악하려는 노력을 하고 운동, 산책, 노래, 독서 등과 같은 활동으로 스트레스를 감소하라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