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아무리 더워도 미지근한 물이 건강에 좋다

갑작스런 찬물은 혈관을 수축
두통 유발, 소화불량 부작용도
샤워도 미지근한 물이 몸에 좋아

한국헬스경제신문 한기봉 기자 |
 

차갑고 시원한 물이 당기는 계절이다. 커피도 ‘아아’만 찾게 된다. 샤워도 차가운 물로 하고 싶다.

 

하지만 찬물은 조심해야 하는 물이다. 갑자기 많이 마시면 건강에 독이 될 수 있다.

 

위장의 소화 효소는 섭씨 35∼40도에서 가장 활발하게 작용한다. 그런데 찬물은 위장의 온도를 떨어뜨린다. 그러면 몸은 물을 평소 위장 온도와 비슷하게 데우는 데 에너지를 쓴다. 그만큼 소화에 필요한 에너지가 줄어드는 것이다.

 

찬물은 혈관을 수축시켜 심장에도 무리를 줄 수 있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이 대표적이다.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노인이나 심장병 환자, 고혈압 환자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찬물을 먹은 뒤 두통이 온 경험을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그 이유는 우리 몸의 방어 본능 때문이다. 의학계에서는 이를 ‘뇌 동결(brain freeze)’ 현상이라 부르는데 입천장에 찬 것이 닿는 순간, 뇌는 차가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전대뇌동맥에서 혈류량이 급속히 증가하는데 이로 인해 두통이 생기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냉수가 자기 몸에 영향을 주는지 여부를 알 수 있는 지표가 두통이라고 말한다. 차가운 물을 마실 때 두통을 경험했다면 냉수는 무조건 피해야 한다. 대부분 금방 회복되지만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은 예기치 않은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머리가 얼얼할 정도의 얼음물은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운동 후에는 더 조심해야 한다. 운동 직후엔 혈액이 근육에 우선 전달되면서 소화기관으로 가는 혈액이 줄어들어 소화 기능이 약해진다. 이때 찬물을 많이 마시면 소화 불량, 복통, 설사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또 찬물을 자주 마시면 체온이 떨어지면 면역력이 약해져 각종 질병에 취약해질 수 있다.

 

더운 여름이라도 미지근한 물을 적당히 마시는 게 좋다. 미지근한 물은 체온과 유사하기 때문에 체내에서 더 쉽게 흡수되고 소화기관이나 다른 신체 시스템에 부담도 주지 않는다. 찬물보다 소화효소 작용과 혈류 흐름도 원활하게 할 수 있어서 신체 여러 기능을 지원할 수 있다.

 

갈증을 느낀다면 20~25℃의 미지근한 물이 좋지만 시원한 물을 포기 못한다면 우선 적당한 양의 찬물로 갈증을 없앤 뒤에 미지근한 물을 마셔주는 것도 방법이다.

 

갑자기 많은 양을 마시면 체내 수분과 나트륨의 균형이 깨지면서 두통과 구토를 유발할 수 있다. 식수 온도는 30도 전후가 적당하고, 하루 권장 섭취량인 1.5∼2리터를 200∼300㎖씩 나눠 마시는 게 좋다.

 

땀을 많이 흘렸거나 운동을 오래 했다면 이온 음료를 마셔 전해질을 보충해주는 것이 좋다. 여름에 땀을 많이 흘리면 탈수 증상으로 발열, 경련 등이 나타나고 심하면 혼수상태에 빠진다. 그래서 운동하기 전에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아침 공복에 찬물을 마시면 자율신경계가 과도하게 자극이 되어 부정맥 등 심장 이상이 생길 위험이 있다.

물을 마실 때는 벌컥벌컥 마시는 것보다는 천천히 마시는 게 좋다. 고혈압이 있고 뇌졸중을 경험한 환자가 물을 빨리 마시면 뇌 혈류량이 갑자기 증가해 위험할 수 있다.

 

◇샤워도 찬물은 안 좋다

 

샤워도 찬물로 하면 위험할 수 있다. 찬물 샤워는 체온을 일시적으로 낮출 뿐이다. 특히 심장질환자는 차가운 물이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더위에 체온이 오른 상태에서 갑자기 찬물을 끼얹으면 혈관이 수축하고 혈압이 급격히 높아질 수 있다. 계곡, 수영장 등 찬물에 들어가기 전 준비운동을 하고 심장과 먼 곳부터 찬물로 몸을 적시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찬물 샤워를 해도 체온이 내려가는 효과는 오래 이어지지 못한다. 피부 온도가 잠시 내려간 뒤 피부 혈관이 수축·확장하면서 금세 체온이 오른다. 취침 전에도 찬물 샤워를 하지 않는 게 좋다. 중추신경이 흥분해 잠들기 어려울 수 있다.

 

샤워는 미지근한 물로 하는 게 무조건 좋다. 미지근한 물로도 충분히 몸의 온도를 낮출 수 있으며 심장에 무리가 될 위험 역시 적다. 미지근한 물로 몸을 씻으면 근육의 피로물질인 ‘젖산’의 분해를 촉진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그래도 꼭 찬물로 몸의 열을 식히고 싶다면 심장과 거리가 멀고 근육이 밀집한 엉덩이·허벅지 등 하체에만 찬물을 끼얹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