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환자, 상급종합병원서 치료 불가능해진다?

정부 9월부터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
뇌졸중은 일반진료질병군으로 분류돼
뇌졸중학회 성명, “상급종합병원 뇌졸중 환자 기피할 것”
“전문진료질병군으로 재분류 시급하다”

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뇌졸중 환자 분류 체계(KDRG)를 현재 ‘일반 진료 질병군’에서 ‘전문 진료 질병군’으로 빨리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 상급종합병원(3차 병원)에서 치료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대한뇌졸중학회(이사장 김경문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가 9월 정부의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을 앞두고 15일 우려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 11일 상급종합병원이 치료 난도가 높고 위중 환자를 전문 진료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9월부터 일반 병상은 15%까지 줄이고, 중환자 비율을 50% 이상으로 늘리는 내용의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상급종합병원은 중환자 진료 비율을 늘리기 위해 현재 일반진료질병군에 속해 있는 뇌졸중 환자 진료를 꺼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국내 사망 원인 5위인 뇌졸중 환자 80%는 비수술·시술 환자로 정맥혈전 용해술이나 뇌졸중 집중 치료실 치료를 받지만 두통, 알레르기, 두드러기 등의 질환과 같이 일반진료 질병군에 속한다.

 

뇌졸중학회 이경복 정책이사(순천향의대 신경과)는 “최근 주요 병원의 뇌졸중 의사 이탈과 권역응급의료센터 설치 기피는 급성 중증 뇌경색과 같은 응급 심뇌혈관질환이 전문진료군도 아니고 수가도 높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전문 질환군 환자 비율을 높여야 하는 상급종합병원 입장에서는 뇌졸중 환자 진료를 더 줄이고 자칫 포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차재관 부이사장(동아의대 신경과)도 “현재 질병군 분류가 유지된다면 최종 치료를 담당해야 하는 상급종합병원에서의 뇌졸중 진료가 제한돼 뇌졸중 진료 인력과 인프라 구축 또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국민에게 피해가 전가되기 전에 뇌졸중을 전문진료질병군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뇌졸중학회에 따르면 현재 전국 상급종합병원과 수련 병원 뇌졸중 전문의는 209명으로 일부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는 전문의 1명이 400~500명의 뇌졸중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전국 수련병원 74곳에서 뇌졸중 전문의가 되기 위해 교육·수련을 받는 전공의는 86명으로 현재의 2배 수준인 160명은 돼야 순환 당직 등 적절한 환자 관리가 가능한데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가운데 환자 분류체계가 조정되면 상급종합병원이 뇌졸중 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이는 진료 체계 전반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학회의 우려다.

 

 

뇌졸중은 암, 심장, 희귀·중증 난치질환과 함께 4대 중증질환에 속한다. 뇌혈관이 갑자기 막히거나(뇌경색, 전체 80%) 터져서(뇌출혈, 전체 20%) 발생하는 뇌혈관질환으로 골든타임 내 치료가 환자의 예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뇌졸중은 사망률뿐만 아니라 치료 후 후유장애로 인해 성인 장애 원인 1위로 꼽히고, 이로 인한 높은 사회경제적 부담이 발생한다. 급성 뇌졸중 환자는 현재 연간 11만여 명이 새로 발생하는데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환자가 2050년에는 매년 35만 명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