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건강칼럼> 열대야와 잠 못 드는 밤

쾌적한 환경관리, 수분성취, 생활리듬 중요
불면증 필요하면 치료해야

 

한국헬스경제신문 기자 | 이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

 

‘열대야’라는 말은 일본의 기상 관련 수필가가 처음 사용한 말로 야간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인 밤을 뜻한다. 수면에 쾌적하다고 느끼는 온도는 사는 지역, 인종, 문화권에 따라 다르며 개인차도 크기때문에 이상적인 침실 온도를 정의할 수는 없다.

 

다만, ‘약간 시원한’ 수준의 침실 온도가 쾌적한 수면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침실 온도가 섭씨 24도 이상이거나 12도 이하인 경우 잠들기 어렵거나 잠에서 깰 수 있다. 밤이 되어도 침실 온도가 25도 미만으로 내려가지 않는 날들이 지속되면 잠을 잘 자지 못하여 피곤함을 쉽게 느낄 수 있다. 더운 여름철, 잘 자기 위한 몇 가지 팁을 소개한다.


여름철 잘 자기 위한 조건


1) 쾌적한 침실 환경 유지하기
선풍기나 에어컨과 같은 냉방기를 이용하여 침실의 온도를 낮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창문을 열고 환기하는 것도 중요하다. 콘크리트 건물은 낮 동안 내리쬔 태양열에 쉽게 달구어지고, 특히 건물 꼭대기 층은 복사열이 방출되면서 밤 동안 집안 공기를 덥히기 때문에 열대야에 더 취약하다. 이때 습도마저 높다면 온도가 떨어져도 불쾌한 느낌을 주므로 30분 이상 환기시키는 것이 중요하며 제습기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2) 침실 조도 조절
여름 동안은 해가 떠 있는 시간이 길다. 해가 일찍 뜨고 저녁 8시가 되어도 바깥이 환하다. 이른 아침, 햇빛 때문에 눈이 부시거나 더워진 공기가 답답하여 깨는 경험을 해 보았을 것이다. 햇빛만 차단해도 좀 더 쾌적하게 잘 수 있다.


3) 수분 섭취
무더운 여름철에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잠자리에 들기 전 수분이 많은 과일이나 음료를 섭취하였다면 화장실에 가고 싶어 잠을 깨게 된다. 더구나 알코올은 이뇨 작용이 있어 자주 화장실에 가게 만드는 데다가 깊게 잠들지 못하게 한다. 따라서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는 것은 좋지만, 잠들기 세 시간 전에는 과일이나 음료, 술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4) 생활 리듬 유지
방학이나 휴가처럼 긴 시간 동안 일상에서 벗어날 때에는 규칙적인 생활이 어렵다. 늦은 밤까지 잠을 자지 않고 활동을 며칠간 하다 보면 생활 리듬이 깨지고 쉽게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평상시의 생활 리듬을 유지하는 것 또한 잘 자기 위해 꼭 필요한 조건이다.

 

불면, 병원에 가야 하는가


더위와 같은 수면 환경 문제가 아니라 지속적인 불면으로 괴로운 사람들도 있다. 잠이 오지 않거나 자다가 자꾸 깨거나 깬 이후 더 이상 잠에 들지 못하는 것, 잠은 잤지만 개운하지 않고 피로감이 느껴지는 것 등 불면증 증상을 경험하는 사람들도 있다.


부족한 수면으로 집중력과 기억력 저하, 피곤함, 무력감, 의욕저하, 감정을 조절하기 어려움, 낮 시간 동안 졸림, 잦은 실수나 사고, 행동 문제(과다 행동, 충동성, 공격성)가 나타나고 불면 증상 때문에 학교나 직장에서 곤란함을 겪을 수도 있다.


이러한 증상이 일주일에 3번 이상, 3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불면증을 의심해 볼 수 있으므로 의사에게 상담을 받아 보기를 권한다. 정신과적 문제나 내과적 문제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급성으로 발생한 불면 증상은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3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저절로 낫기 어렵다.


불면증 치료에 관한 오해


불면증 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수면제가 아니라 불면증 인지행동치료이다. 약물로 하는 치료보다 더 효과가 더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불면증 인지행동치료는 전문가가 직접 시행해야 하기 때문에 널리 파급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최근 디지털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불면증 인지행동치료 앱은 환자와 치료자 간 접근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기대와 관심을 받고 있다. 마치 병원에서 약을 처방 받듯 모바일 앱을 통해 작동하는 불면증 인지행동치료를 처방 받는다.


수면제를 먹기 시작하면 습관성이 된다고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 물론 임의로 자가 처방을 해 적정량을 모른 채 약을 먹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러나 잘못된 수면 습관이 너무 오래돼 고치기 어려운 경우에는 습관 교정을 위해 약물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이때는 의사의 처방대로 수면제를 복용해야 한다. 밤에 뇌가 각성되는 것을 방지하고, 수면 주기를 정상적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일시적으로 약의 도움을 받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술이 잠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은데 역시 오해다. 알코올은 처음에는 뇌를 이완시켜 긴장을 풀어 주고 수면에 도움을 주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나중에는 각성 효과를 나타낸다. 또한 깊은 잠을 방해해 꿈을 늘어나게 하고 이뇨 작용까지 있어 자주 깨게 만든다. 평소 불면증이 전혀 없던 사람도 지속적으로 술을 마시면 불면증이 발생할 수 있을 정도로 술은 잠의 적이다.


좋은 수면은 신체 기능을 회복시켜 주고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잠에 들지 못할까 봐 과도하게 걱정하는 것은 오히려 잠을 방해하고 숙면에도 해롭다. 필요하다면 전문가와 상의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