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건강칼럼> 트라우마를 겪는 나.. 마음근육 키워야

1개월 이상 치료 안 되면.. 정신건강의학과 방문 필요
마음 안정관리가 필요

 

한국헬스경제신문 | 석정호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트라우마란 무엇인가

 

트라우마는 신체적 외상과 심리적 외상을 모두 의미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심리적 외상으로 제한해 사용하는 느낌이다. 신체적 폭력, 정서적 폭력, 성폭력, 사건·사고·재난으로 인한 충격, 권력에 의한 폭력, 사고 장면이나 외상을 입은 사람을 목격하는 간접 경험도 트라우마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특정 사건으로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이 해당 사건이 원인이 되어 생기는 신체적, 심리적 반응들과 이로 인한 사회적 기능 손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될 때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진단하여 치료를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미군 병사들이 알코올 남용, 분노 조절 장애, 악몽, 가정 폭력 등 다양한 심리적 증상들과 행동 문제를 보이면서 1980년에 정신 의학 진단 편람에 새롭게 포함된 것으로 비교적 역사가 짧다.

 

트라우마 유형 트라우마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우선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단발적으로 발생하는 심각한 외상 경험을 1형으로 분류하는데, 교통사고나 강도, 폭행, 화재 사고 등을 단발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경우이다.

 

반복적으로 여러 차례의 외상을 경험하는 경우나 성인기에 경험하는 트라우마를 2형으로 분류하고 성인이 되기 전 발달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트라우마를 3형으로 분류한다.

 

1형이나 2형 모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이어질 수 있으며 베트남 전쟁 참전 용사의 경우 2형 트라우마에 의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볼 수 있다. 3형 트라우마가 좀더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성인이 되기 전인 아동기, 청소년기에 경험하게 되는 반복적인 트라우마 경험은 성격 형성과 애착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감정 조절과 대인 관계에 어려움이 발생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3형 트라우마에는 1, 2형에 포함되는 트라우마뿐 아니라 학창 시절의 집단 괴롭힘이나 따돌림, 가족 내에서 부모님이 자주 다투며 폭력적 상황에 노출되는 경우도 포함된다. 트라우마를 경험하게 되는 경우 우리의 뇌는 이 사건들과 연관된 경험을 기억에 저장하게 되면서 반복적 재경험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두려움, 공포, 불안, 분노 등에 예민한 뇌 기능을 갖게 된다.

 

또 상대적으로 즐거움, 칭찬, 기쁨 등의 긍정적 감정 반응에는 둔감해지는 특성을 갖게 되면서 정신 질환에 취약한 뇌로 변하게 된다. 트라우마를 경험한 직후에는 이러한 뇌 기능의 변화가 정상적인 과정으로 볼 수 있으며, 1~2일 정도의 재적응 기간을 거치면서 회복하는 경우 질병으로 보지 않고 트라우마 경험을 잘 극복하며 건강하게 적응해 나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트라우마 경험 이후 증상과 기능 이상이 3일부터 1개월가량 지속될 때 급성 스트레스 장애로 진단하며, 1개월 이후에도 계속 지속될 경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진단한다.

 

트라우마 대처 방법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다양한 위험과 예측 불가능한 사건들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사는 동안 트라우마를 경험하지 않기는 힘들다.

 

트라우마는 우리 삶의 일부라는 점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트라우마를 경험하였을 때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하는지 미리 알고 현명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방법을 익혀 두어야 한다. 어떤 종류의 트라우마를 경험하든 처음에는 잠이 안 오기도하 고 불안하거나 짜증이 나는 등 감정 조절이 어렵고 수치심을 느낄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을 만나기 싫고 위축되면서 자신에 대한 원망과 후회, 자책을 하게 될 수도 있다.

 

감정 조절이 어려워 분노를 표출하거나 술, 담배, 기타 약물 사용이 과도해지면서 건강을 더욱 해치는 악순환에 빠지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이 트라우마를 경험한 상황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몸과 마음의 안정을 되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선 중요한 것이 수면과 휴식 그리고 충분한 영양 섭취이다. 아무리 힘든 상황에 있다 하더라도 규칙적으로 잠을 청하고, 잠을 자고 나서는 가벼운 산책이나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입맛이 없 다 하더라도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스스 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잘 아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면서 힘든 감정을 덜어 내고 고통 스러운 마음 속 상태에 과도하게 몰입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좋다. 누구든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으므로 평소에 자신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마음의 안정을 관리할 수 있는 마음 챙김 훈련 등을 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고, 마음의 근력이라 고 부르는 회복 탄력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는 것도 좋다.

 

트라우마 경험 후에 이러한 노력을 갑자기 하려고 해도 잘되지 않기 때문에 평소에 꾸준한 노력이 중요하다. 자전거 타기를 예로 든다면 처음에는 자전거를 타는 방법을 배워도 잘 타기 어렵지만 충분히 연습해 두면 의식적인 노력 없이도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는 원리와 비슷하게 평소 마음 근력을 키우는 훈련과 노력이 필요하다. 김주환 교수가 출판한 『내면소통』이라는 책과 유튜브를 참고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주변 사람들의 역할과 지원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 주위에 있는 가족, 지인, 동료 등은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의 몸과 마음 상태를 살피고 옆에 같이 있음을 알리되 지나친 개입이나 권유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트라우 마를 경험한 사람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트라우마를 경험하게 된 경우가 많아서 과도하게 개입하거나 권유하면오 히려 통제감을 상실할 것 같아 불안감이나 불편, 분노와 같은 부 정적 감정을 표출하게 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주기적으로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을 살피면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지 물어보고 말하고 싶어 할 때 적극적으로 들어 주고 공감해 주면 큰 도움이 된다. 트라우마를 경험한 후 스스로의 노력이나 주위의 도움으로도 회복이 어려운 경우, 특히 그 기간이 1개월을 넘어갈 때는 망설이지 말고 정신 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요즘은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는 것에 대한 편견과 거부감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오기까지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마음의 문제도 신체의 질병 이나 문제와 마찬가지로 전문가에게 찾아가 도움을 받는 것이 어 려움에서 벗어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트라우마에 특화된 정신 치료 프로그램 적용, 약물 치료 등이 가능하며, 자기장을 이 용한 뇌 기능 조절 치료 등 다양한 해결 방법이 있으니 편한 마음 으로 병원을 찾아 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하자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