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세계 문학계가 한국 여성 작가를 주목한다

김혜순·정보라‧백희나·이수지·김초엽·이민진‧김주혜 등 약진
세계 유수의 문학상 다수 수상

한국헬스경제신문 한건수 기자 |

최근 몇 년간 영미권 문학계에서 한국의 여성 작가들이 유수의 문학상을 잇달아 받으며 한국 여성 작가의 위상이 크게 올라갔다. 국내에서 남성 작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가받지 못한 것과 비교된다.

 

 

한강(54) 작가보다는 앞 세대인 김혜순 시인(69)은 지난 10여 년간 가장 많이 해외에 소개되고 많은 문학상을 받은 작가다.

 

김 시인은 올해 노벨문학상 후보군에 한강 작가와 함께 언급된 작가다. 한강 작가보다 더 유력한 것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그는 ‘날개 환상통’(Phantom Pain Wings)으로 지난 3월 한국인 최초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The National Book Critics Circle·NBCC)을 수상했다. 이 상은 퓰리처상, 전미도서상 등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문학상이다. 1975년 협회상 제정 이래 한국 작가의 첫 수상이며 번역 시집이 수상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김 시인은 2019년에는 ‘죽음의 자서전’으로 그리핀 시문학상 국제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날개 환상통’은 지난해 말 미국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시집 5권’에도 꼽혔다.

 

김 시인의 노벨상 수상 가능성은 당장은 아니라 해도 언제든 남아있다고 문학계는 보고 있다.

 

2022년에는 한강 작가보다 어린 정보라(48) 작가의 SF·호러 소설집 ‘저주토끼’가 2016년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최종 수상)와 2018년 한강의 또다른 소설 ‘흰’(수상 못함) 이후 세계 3대 문학상인 영국의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에 올랐다.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저주토끼’는 지난해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 후보에 오른 데 이어, 올해 3월에는 이 소설의 독일어판 번역가 이기향이 독일 라이프치히도서전에서 번역서 부문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해외 판권 계약을 잇달아 성사시키며 문학 한류에 일조하고 있다.

 

세계 아동문학계에서도 두 작가가 크게 인정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많이 알려진 그림책 ‘구름빵’의 백희나 작가는 2020년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했다.

 

이수지 작가도 한국인 최초로 2022년 아동문학상의 높은 권위를 지닌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받았다. 이 작가는 이밖에도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스페셜 멘션, 뉴욕 타임스 그림책상, 보스턴 글로브 혼 북 명예상 등 주요 국제상을 받았다.

 

SF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김초엽 작가는 비중화권 작가 최초로 지난해 중국의 양대 SF 문학상을 모두 수상했다. 은하상에서 ‘최고인기외국작가상’을, 중국성운상 번역 작품 부문에서 금상을 받았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교포 여성 작가들의 약진 또한 두드러진다. 재미교포 소설가 이민진의 ‘파친코’는 2017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영국 BBC 선정 ‘2017 올해의 책’에 선정됐다.

 

한국계 미국 작가인 김주혜는 지난 10일 장편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로 러시아에서 권위 있는 톨스토이 문학상 해외문학상을 수상했다. 재미교포 미셸 자우너 작가의 밀리언셀러 ‘H마트에서 울다’는 2021년 발간 이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60주 동안 자리를 지켰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추천했고 2021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의 문학평론가들은 한국 여성 작가들의 작품이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현상에 대해 거대한 서사보다는 소수자나 핍박받는 자, 여성문제에 대한 관심과 문제의식을 드러내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