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흔히들 ‘고혈압보다 저혈압이 더 무섭다’ 라는 말을 하는 사람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하다. 평상시를 기준으로 하면 틀린 말에 가깝다.
심장이 수축돼 피를 내보낼 때 동맥 혈관에 흐르는 혈액의 압력을 최대(수축기)혈압, 심장이 부풀며 피를 빨아들일 때의 압력을 최소(이완기)혈압이라고 한다.
최대/최소혈압이 정상혈압(대한고혈압학회 기준 120/80mmHg)보다 낮은 90/60㎜Hg 이하인 경우를 저혈압이라고 본다. 그런데 저혈압인 경우 혈압을 올리기 위해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들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저혈압은 고혈압처럼 합병증을 일으키지 않으며, 수명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뇌혈관질환 등 생명과 직결되는 위험성을 지닌 고혈압과 비교하면 위험성이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심하게 피를 흘려 저혈압이 된 경우다. 사고 상황 혹은 신체 이상 상태의 저혈압은 위험한 게 맞지만, 일상에서의 저혈압은 위험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혈압계로 잴 수 있는 정도의 저혈압은 평시에는 크게 문제되지는 않는다.
다만 저혈압이 있을 경우 실신으로 인해 외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점은 주의해야 한다. 단순한 찰과상이면 다행이지만 쓰러지면서 골절을 입거나 운이 나쁜 경우 뇌출혈로 이어질 위험성은 존재한다. 높은 곳이나 계단에서 증상이 나타날 경우 낙상사고로 이어져 중상을 입을 수도 있다.
마른 여자들이 저혈압이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일어나게 되면 중력에 의해 피는 다리에 몰리게 되는데 다리 쪽에서 피를 위로 올려주는 역할을 하는 건 심장이 아니라 허벅지나 종아리 근육이다. 마른 여자들은 다리 근육이 적어서 그런 것이다. 평소 다리 운동을 하는 게 좋다.
평상시에는 저혈압보다 고혈압이 무섭다. 그 이유는 신체 기전에 있다. 혈압이 낮아지면, 몸이 알아서 방어 태세를 취해 신진대사가 다운되면서 힘이 풀리거나 기절하는 정도로 끝나지만, 고혈압은 자칫 잘못하면 혈관이 터진다.
전자기기에 저전압을 흘리면 그냥 안 켜지거나 약하게 작동할 뿐이지만, 고전압을 흘리면 회로가 타서 고장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쉽게 말해 고혈압은 그 자체로 신체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나, 저혈압은 이미 신체에 다른 문제가 생겼을 때 부작용으로 함께 나타나는 것이다. 선천적으로 혈압이 낮은 편이고 다른 합병증이 없다면 병원에서도 물 마시고 약간의 운동을 하라는 정도의 말만 하고 딱히 문제삼지 않는다.
저혈압은 일상생활에 큰 지장은 없기에 치료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어떤 연구에서는 저혈압이 있으면 뇌나 장기로 공급되는 산소량이 줄어 만성피로 증후군이나 우울증 등 각종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기에 치료를 해야 한다는 연구도 있긴 했지만 일부 이론으로 받아들여진다.
저혈압에는 본태성과 기립성, 증후성 저혈압이 있다.
본태성 저혈압은 선천적 저혈압으로, 아무런 이상 없이 혈압 수치만 낮은 것이 특징이다.
기립성 저혈압은 누워 있거나 앉아 있다가 갑자기 자세를 바꾸면 두통이 오거나, 현기증이 오거나, 눈 앞이 흐려지는 증상이다. 혈액이 하체로 쏠리는 바람에 몸 전체의 혈압이 낮아져 뇌나 심장으로 가는 혈액의 총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상 증상이 발생하면 옆으로 잠시 누워 있으면 회복된다.
증후성 저혈압은 심장병이나 내분비 질환에서 비롯된 일종의 합병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때는 수혈, 약물, 호르몬제를 투여받으며 저혈압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일반적 저혈압인 본태성 저혈압과 기립성 저혈압은 치료하지 않더라도 큰 사고를 당했거나, 갑작스레 달리기 등 같은 무리한 운동을 해서 저혈압 쇼크 증상이 나오는 등의 일부 사례를 제외하고는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고 합병증이 생기지 않는다. 유명 마라톤 선수 황영조 역시 급성 저혈압 쇼크(운동성 실신)으로 기절한 적이 있다.
다만 만성 저혈압 환자가 충분히 영양을 섭취하지 못하는 등 열악한 환경에 오래 노출되면 자칫하면 위험해질 수 있다. 정도가 심하면 의사와 상담해서 약물 치료를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