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눈에는 황반(黃斑, macula, macula lutea) 이란 부위가 있다. 망막의 중심부에 1.5mm 정도 함몰돼 있으며 노란 달걀 형태다.
황반은 눈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을 한다. 시신경세포가 밀집되어 초점을 맺는 부위로 사물의 명암, 색, 형태를 감지하며 시력의 90% 이상을 담당한다. 황반부의 시세포는 신경섬유와 연결되어 뇌로 시각 정보를 전달한다.
그런데, 이런 황반에 노폐물이 쌓여 점차 시력을 잃게 되는 황반변성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황반변성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작년에 약 50만 명이나 되는데 지난 4년간 148.1% 증가했다.
황반변성은 노화와 가장 관련이 있다. 황반변성 환자 10명 중 9명이 60대 이상이다. 백내장, 녹내장과 함께 3대 노인성 안질환이다.
◇별다른 증상이 없어서 무서운 병
황반변성이 무서운 건 별다른 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모르고 지내다가 서서히 시력을 잃고 결국 실명으로 이어진다.
황반변성은 크게 망막의 광수용체와 세포들이 죽는 ‘건성(비삼출성)’과 황반 아래 맥락막에서 새 혈관이 자라는 ‘습성(삼출성)’으로 나뉘는데 무서운 건 습성 황반변성이다.
건성은 시력 저하가 천천히 진행하다가 습성으로 악화하는 게 일반적이다. 진행 속도가 느리고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노안으로 착각하기 쉽다. 오랜 기간에 걸쳐 ‘드루젠’이라는 노폐물이 황반부에 쌓여가는데 이때는 시력 저하가 거의 없지만, 습성으로 바뀌면서 맥락막에 이상 혈관이 생기고 이로 인해 출혈, 부종 등으로 시력이 크게 떨어지고 심할 경우 영구적인 시력 소실로 이어진다.
가장 일반적인 증상은 사물이 구부러져 보이는 ‘변형시’다. 사람을 쳐다볼 때 얼굴은 안 보이고 팔·다리만 보이는 중심암점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망막 밑에 생긴 신생혈관의 증식과 이로 인한 출혈이 편평해야 할 망막을 구부러지게 하기 때문이다.
황반변성은 바둑판처럼 가로세로 줄이 많이 그어져 있는 종이를 한쪽 눈으로 쳐다보면 이상 여부를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무언가 휘어져 보인다면 이상이 있다는 신호다.
한쪽 눈에만 발생한 경우 아직 정상인 반대편 눈에 의지해 증상을 깨닫지 못하고 지내다가 반대편 눈에도 시력 저하가 온 뒤에야 병원을 찾기도 한다. 일단 시력장애가 시작되면 이전의 시력을 회복하기 어렵다.
◇원인은?
황반변성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나이, 유전적 소인, 심혈관계 질환, 흡연, 고콜레스테롤 혈증, 자외선 노출, 낮은 혈중항산화제 농도 등이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견줘 황반변성이 발생할 위험이 50%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예방과 치료는
조기에 발견해서 황반부의 구조적 손상이 생기기 전에 치료하면 대부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의 시력은 유지할 수 있다.
정기적으로 안과를 방문해 돌이킬 수 없는 시력 손상이 발생하기 전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달력의 숫자를 일정 거리에서 바라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상 징후가 보이면 병원을 찾아 혈관조영술 등을 통해 진단한다.
황반변성 치료에는 혈관 형성을 막는 항체를 눈에 주사하는 방식이 주로 쓰인다. 항체를 직접 안구 내로 주사하면 신생혈관을 억제하고 출혈, 부종이 감소해 시력 손실을 막을 수 있다. 주사 간격은 평균적으로 1년에 5~7회 정도다.
황반변성을 예방하려면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산화작용을 늦춰주는 게 중요하다. 금연과 규칙적인 운동, 녹황색 채소가 좋고, 야외에서는 자외선 차단을 위해 선글라스와 모자를 착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눈 건강에 도움이 되는 항산화제와 아연, 루테인, 제아잔틴의 섭취가 황반변성의 진행 위험을 낮추고 습성 황반변성의 위험을 줄인다는 연구도 있다.
무엇보다 일찍 발견할수록 망막세포 손상이 적어 치료 효과가 좋은 만큼 조기 발견이 최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