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의료

“통증의 왕 대상포진…피부병이 아닌 신경계 질환”

백신 예방접종이 최선의 예방
72시간 내 치료 안하면 후유증 커

한국헬스경제신문 한건수 기자 |

 

대상포진은 흔히 ‘통증의 왕’으로 불릴 만큼 엄청난 고통을 유발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앓고 있는 질환이기도 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상포진으로 병원을 방문한 환자만 해도 75만 명을 넘어섰다.

 

대상포진을 아직도 피부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상포진은 바로 치료하지 않으면, 후유증으로 10년 이상 고생할 수도 있는 신경계 질환이다. 사전에 발병과 치료 등 이 병에 대한 정보를 숙지해두는 게 좋다.

 

 

◇발생 원인은?

 

이 질환을 일으키는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는 어릴 때 수두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와 같은 것이다. 이 바이러스가 사라지지 않고 신경을 타고 척수 속에 오랜 기간 숨어있다가 몸이 약해지거나 면역기능이 떨어져 있을 때 다시 활성화되어 병을 일으킨다.

 

대상포진의 특징은 우리 몸의 신경 중의 하나를 따라서 띠처럼 퍼진다는 점이다. 띠 같은 모양을 한다고 해서 ‘帶狀’이란 말이 들어갔다.

 

리 몸의 신경은 척추에서 오른쪽, 왼쪽으로 한 가닥씩 나와 있기 때문에 대상포진에 걸리면 몸의 한쪽에만 통증과 수포를 동반한 피부 병변이 발생한다.

 

◇증상은?

 

이 질환의 첫 증상은 몸의 한쪽 편으로 심한 통증이나 감각 이상이 나타난다. 즉 두통이나 숨쉬기가 곤란하거나, 배가 아프든지, 팔 다리가 저리며 근육통 등의 증상을 호소한다. 그러나 수포병변이 없이 가렵고 근육이 아파서 근육통이나 다른 내부장기 질환으로 오인하기 쉽다. 수일 내에 물집이 나타나면 이 질환인지 곧 알 수 있다. 물집이 나타나면 3일 이내에 고름집 모양으로 변하고 일주일이 지나면 딱지가 생긴다.

 

◇합병증은?

 

여러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데, 뇌신경을 침범한 안면부 대상포진의 경우 실명, 이명, 안면마비가 올 수 있다. 드물게는 뇌수막염으로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무서운 질병이다.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망막을 침범하면 눈 주변에 통증과 충혈이 발생하고, 눈부심과 함께 무언가 떠다니는 듯한 증상, 시력저하를 동반한다. 그러다 망막 괴사를 일으켜 심한 경우 드물게 실명까지도 이를 수 있다.

 

방광 부위에 발생하면 소변을 못 보는 경우가 있다.

 

전체 환자의 5% 미만에서 운동신경을 침범할 수 있으며 운동신경의 마비로 팔이나 다리를 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후유증이 있나?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대상포진의 대표적 후유증이다. 대상포진은 발진, 수포, 딱지가 생기면서 한 달을 전후해 완치돼야 하는데, 한 달이 지나도 감각이 둔하고 통증이 지속되면 이를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라고 한다.

 

면역력이 떨어진 경우, 특히 고령일수록 그런 경우가 많다. 50대는 50%, 80대는 80% 정도다. 신경의 손상이 심하거나 치료가 늦으면 통증이 오래가면서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십 년까지 만성 통증에 시달릴 수 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넘어가지 않게 하는 게 무척 중요하다.

 

◇완전 퇴치가 가능한가?

 

항바이러스제의 개발로 이 병의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 병은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며 현재까지 바이러스를 완전히 퇴치할 수 있는 약제는 없다. 초기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하고 포진 후 신경통의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포 발생 3일 내지 5일 이내에 항바이러스제를 약 일주일 정도 주사 또는 복용하면 대부분 완치된다. 그러나 치료 시작이 늦거나, 고령인 경우 또는 암 등이 있는 경우에는 약물 치료 후에도 통증이 계속될 수 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한 달에서 일 년 정도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더 오래 지속될 수도 있다.

 

◇전염이 되나?

 

대상포진 환자를 접촉해도 전염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전에 수두를 앓은 경험이 없는 사람, 혹은 어린이나 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에게는 질환을 유발시킬 수 있으므로 격리하는 것이 좋다. 이 질환이 한 번 발생했다고 해서 면역이 생기는 것은 아니며 다시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재발률은 매우 낮아서 0.1~1% 정도에 불과하다.

 

◇대상포진에 유독 취약한 사람이 있나?

 

예전에는 50대 이상의 중년 연령층에서 흔해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으로 불렸다. 특히 갱년기 여성이나 당뇨병 환자,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주의가 필요하다. 당뇨병을 오래 앓거나 폐경기에 나타나는 호르몬 변화로 인해 면역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대상포진은 중년뿐 아니라 20~40대 젊은 층에서도 발병이 계속 증가해 의학계는 더이상 노인성 질환은 아니라고 본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미세먼지, 흡연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면 젊은 층도 취약할 수 있다.

 

◇일반 발진과의 차이점은?

 

단순 포진은 주로 몸 전체에 퍼지거나 신체의 좌우에 동시에 발생한다. 반면 대상포진은 몸의 좌우 중 어느 한 쪽에서만 특정한 신경절을 따라 띠 모양으로 나타난다. 대상포진 바이러스는 대체로 하나의 신경절을 침범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목에 잠복해 있던 신경뿌리가 공격하면 목·어깨·팔에 띠 모양으로 발진이 생기고, 흉추 쪽이라면 갈비뼈를 따라, 허리 쪽이라면 엉치·다리에 띠 모양으로 나타난다

 

◇치료에 골든타임이 있나?

 

대상포진 골든타임은 72시간 내다. 초기에 빨리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발병 72시간 이내에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고 신경뿌리 치료를 병행하면 한 달 전후로 빠른 호전이 가능하다.

 

◇예방에 가장 중요한 것은?

 

대상포진은 면역력과 관련된 질환이므로,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규칙적 생활 습관과 운동, 정기적인 휴식으로 몸을 건강하게 유지해야 한다. 가벼운 유산소 운동이라도 매일 30분 정도 꾸준하게 하는 게 좋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다.

 

◇예방 접종은 언제 해야 하나?

 

대상포진 예방접종은 만 50세 이상에게 권장하고 있다. 독감백신도 완벽하지 않듯이 대상포진 백신도 완벽하게 병을 예방하는 건 아니다. 다만 백신을 맞으면 대상포진에 걸리더라도 약하게 앓고 넘어가거나 후유증인 신경통으로 넘어가는 것을 많이 줄일 수 있다. 백신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예방률이 90%까지 올라가서 백신을 맞는 것이 무조건 좋다. 최근 새로 나온 대상포진 백신은 2~3개월 주기로 두 번을 맞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