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의료

6개월 이상 피로가 안 풀리면 ‘만성 피로 증후군’

정의도 원인도 확실하지 않아
휴식만 취하기보다 간단한 유산소운동이 효과적

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피로(疲勞, Fatigue)는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 요인 등 다양한 측면의 특징을 갖고 있어 간단하게 정의하기가 어렵다.

 

피로 증상은 지속되는 기간에 따라서 1개월 이상 지속되면 ‘지속성(prolonged) 피로’라고 부르고, 6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반복되는 피로 증상을 ‘만성 피로 증후군’(chronic fatigue syndrome)이라고 한다.  잠깐의 휴식으로 회복되는 일과성 피로와 달리, 휴식을 취해도 잘 호전되지 않는다.

 

만성 피로 증후군은 정의하기가 매우 모호하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어떤 검사 수치를 가지고 진단할 수 있는 질병이 아니라, ‘피로’라고 하는 매우 주관적인 증상으로 질병의 발생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피로를 유발할 만한 다른 의학적 원인은 모두 배제되어야 하고, 피로와 함께 동반된 증상들이 특정 상태를 지녀야 한다.

 

 

◇원인

 

만성 피로 증후군의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확실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다만 관련 질환으로 바이러스 감염을 포함한 각종 감염증, 일과성 외상 혹은 충격, 극심한 스트레스, 독성 물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에는 중추신경계의 장애에 의한 질환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 그 근거로는 만성 피로 증후군 환자들에게서 집중력 장애, 주의력 장애, 기억력 장애, 감각 이상 같은 증상들이 빈발한다는 점과, 그 중 5~15%의 환자들에게서 발병 후 첫 6개월 이내에 일시적인 마비, 시각장애, 운동부조화, 혹은 혼란 등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반복되는 과로, 스트레스, 남성갱년기, 정신적 질환인 우울증, 불안증 등이 피로와 만성 피로를 유발하는 흔한 요인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심한 다이어트, 불규칙한 식사로 인한 영양상태의 불균형이나 출산 후 육아 활동 등으로 인한 수면 장애 등이 만성 피로를 유발할 수 있다.

 

◇증상

 

만성 피로 증후군 환자들이 주로 호소하는 증상은 휴식해도 풀리지 않는 피로, 집중력 저하, 기억력 장애, 수면장애, 두통, 근육통, 관절통, 위장 장애, 독감유사 증상, 무력감, 수족냉증, 광선기피증, 어지럼증, 식은 땀 등이다.

 

이 외에도 복통, 흉통, 식욕부진, 오심, 호흡곤란, 체중감소, 우울, 불안 등의 매우 다양한 증상을 호소할 수 있다.

 

◇진단

 

만성 피로 증후군은 특정한 검사를 통해 확진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다. 대신 피로를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질환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진단한다. 간 기능 검사, 빈혈 검사, 갑상샘 기능 검사, 류머티즘 검사, 우울증 평가 등을 먼저 진행한다. 그리고 나서 다른 원인이 없을 때 만성 피로 증후군으로 진단한다.

 

◇치료와 예방

 

문제는 이 질환에 대한 확실한 치료법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로는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가 주를 이룬다. 항우울제, 부신피질 호르몬제, 통증 치료제, 인지행동치료 등이 환자 상태에 맞춰 처방된다.

 

예전에는 자주 쉬라고 권유했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점진적으로 운동량을 늘려가는 유산소 운동이 증상 개선에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을 포함한 점진적인 유산소성 운동이 유연성 운동, 스트레칭, 그리고 이완 요법만을 시행한 경우에 비해서 더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만성 피로 증후군 환자를 위한 운동 처방은 환자들에게 주 5일간 최소 12주간 매번 5∼15분 정도 운동을 지속하게 한다. 그리고 환자의 상태에 따라서 매주 1∼2분씩 운동 시간을 점진적으로 늘려 최대 30분이 될 때까지 운동량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처방된 한계 이상으로 지나치게 운동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만일 피로가 더 심하게 유발되면 피로 증상이 줄어들 때까지 그 이전 단계의 운동 강도로 돌아가야 한다.

 

건강한 생활습관은 만성 피로 증후군 예방에 필요하다. 일정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불규칙한 식사를 피하고, 탄수화물·단백질·비타민을 골고루 먹는 게 좋다.

 

스트레스는 피로를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명상, 취미 활동, 산책 등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게 증상 개선에 좋다.

 

만성 피로 증후군은 질병의 경과도 환자에 따라서 매우 다양하다. 어떤 사람들은 완전히 회복되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증상이 악화하기도 한다. 실제로 ‘회복했다’라는 개념에 대한 정의조차 정확히 내려져 있지 않다.

 

미국 질병관리청의 자료에 의하면, 회복 가능성은 초기 5년 이내에 31.4%, 10년 이내에 48.1%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