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한건수 기자 |
살 중에 가장 무서운 살은 술(酒)살이라는 말이 있다. 습관처럼 술을 마시다 보면 어느새 불뚝 튀어나온 술배와 마주하게 된다.
그런데 술만 마시고 안주를 먹지 않으면 살이 찌지 않는다는 유언비어도 적지 않다. 심지어 술만 마시면 살이 빠진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술에는 당연히 칼로리가 있다.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에는 1g당 7㎉에 해당하는 칼로리가 있다. 이는 탄수화물이나 단백질의 두 배에 가까운 열량이다.
게다가 알코올은 소화흡수가 빠르며 자주 마실 경우 지방으로 전환된다. 지방으로 전환되는 알코올은 5%밖에 되지 않지만, 이는 평소 간에서 만들어 내는 지방량의 15배에 해당한다.
알코올은 당분의 원천으로 복부에 지방을 축적하고 몸속 코르티솔 수치를 높여 뱃살을 찌운다. 코르티솔은 체내 지방세포에 영향을 미쳐 지방 분해를 억제하는데, 복부의 지방세포가 코르티솔에 가장 잘 반응하기 때문이다. 또 알코올은 체내 단백질 합성을 방해하는 작용을 해 근육 생성‧유지를 막아 체내 지방의 양을 상대적으로 늘린다.
또한 술과 함께 먹은 음식은 알코올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칼로리 소모 우선 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에 술과 함께 먹은 안주는 소모되지 않고 그대로 체지방으로 쌓인다.
몸에 필요하지 않은 영양 성분인 알코올은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탄수화물이나 단백질보다 먼저 소모된다. 이로 인해 술을 마셔도 포만감이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계속해서 몸에서 다른 영양 성분을 필요로 한다. 술을 마실 때 끊임없이 안주를 마시게 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술을 마시면 알코올의 효과로 혈관이 확장되고 몸이 뜨거워지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가 촉진된다는 오해가 있다. 이것은 단순히 술 기운일 뿐이다.
사람의 몸은 가만히 있더라도, 몸 속에서 바쁘게 수많은 세포를 부수고 다시 만들며 총량을 보존하고 균형을 이룬다. 그러나 술을 마시는 순간, 이 균형이 깨진다. 알코올은 몸에 들어오는 순간 최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소엔 가만히 있어도 일정 수준은 태워 없어졌을 지방 분해가 멈춰 결과적으로는 살이 찌게 된다.
되도록 건강하게,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술을 마시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밥은 밥대로 먹고 술 자리에서 또 먹으면, 살이 더 찌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대충 끼니를 때우고 술자리에 가곤 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술은 혈중 당도를 높이기 때문에 허기짐을 유발한다. 이때 미리 배가 채워져 있다면 폭음, 폭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술과 함께 먹는 안주는 무조건 지방으로 쌓인다. 최선의 선택은 수분과 식이섬유, 단백질이 많은 안주를 선택해서 먹는 것이다. 수분은 알코올을 희석해서 도수를 낮춰주고, 식이섬유는 점막을 보호하는 일종의 방어막으로 작용한다.
첨가물이 많은 술은 피하는 것이 좋다. 도수가 낮은 막걸리, 와인과 같은 발효주는 곡물이나 과일이 원재료로, 알코올 이외에도 당분과 같은 상당량의 부산물을 함유하고 있다. 막걸리나 동동주는 예로부터 식사 대용이었을 정도로 당분이 풍부한 술이기 때문에 살이 찌기 쉽다.
술자리에서 물을 많이 마시면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켜주기 때문에 과식하는 것을 막아주고, 체내의 알코올을 묽게 하여 배뇨를 촉진시켜주기 때문에 살 안 찌게 술 마시는 방법으로는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