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소주도 알코올이니까 소독 효과가 있겠지?”
누구나 한 번쯤 가져본 생각일 것이다. 특히 캠핑이나 야외 활동 중 상처가 났는데 소독약이 없는 상황에서 소주를 대체 수단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소주가 소독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에는 중요한 의학적 오해가 숨어 있다.
가장 권위있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에틸알코올 농도가 60~80% 범위일 때, 대부분의 친유성 바이러스(예: 헤르페스바이러스, 인플루엔자바이러스)와 일부 친수성 바이러스(예: 아데노바이러스, A형 간염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불활성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주요 병원성 진균을 효과적으로 소독하기 위해선 에틸알코올 70% 농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결론적으로 세균, 바이러스, 진균은 종류에 따라 최적 소독 농도는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60~80% 범위의 에틸알코올 농도에서 공통적으로 뛰어난 소독 효과를 보이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런데 소주의 알코올 농도는?
10% 중후반~20% 초중반에 불과하다. 이 수준으로는 살균이나 소독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또 하나의 오해는 알코올 농도가 높을수록 소독 효과가 강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연구 결과에 따르면, 100% 알코올은 오히려 소독 효과가 감소할 수 있다.
에틸알코올은 미생물 내부로 침투해 단백질을 변성시켜 살균한다. 하지만 농도가 100%에 이르면, 미생물 표면을 빠르게 탈수시켜 오히려 알코올이 내부로 충분히 침투하지 못하게 되어 살균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보드카나 일부 위스키 등 60~80%의 알코올 농도를 가진 독한 술은 소독에 사용할 수 있을까?
아니다. 피치 못할 상황이 아니라면 술로 소독하는 것은 삼가는 게 좋다.
소독은 단순히 알코올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고 해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확한 농도와 순수한 알코올이 필요한데 상업용 주류에는 알코올 외에도 당분, 향료, 색소 등의 첨가물이 포함돼 있어 상처 부위의 감염을 악화시키거나 회복을 지연시킬 위험이 있다.
따라서 상처를 소독할 때에는 반드시 의료용으로 제조된 소독제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이다.
[결론]
1. 소독에 적합한 에틸알코올 농도는 60~80%이다.
2. 소주의 알코올 농도는 10~20%로 너무 낮아 소독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3. 상처 소독에는 의료용 소독약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알코올 농도가 높더라도 주류를 소독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안전상의 이유로 권장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