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신간] 초고령사회의 해피 엔딩 ‘사랑은 치매도 멈추게 한다’

“가족의 사랑과 자신의 긍정적 감정이 치매 늦춰”
환자를 편하게 해주는 ‘사람중심케어’가 필요

김동선 저, 샘터 출간, 1만9,000원

 

 

 

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2025년 한국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65세 이상이 인구의 20% 이상인 것이다.

 

65세에 가장 많은 질병은 무엇일까.

 

치매다. 65세 10명 중 한 명은 치매를 겪고 있다. 치매 유병률은 65세 기준으로 나이가 5세 많아질 때마다 두 배씩 증가한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75~79세는 19.24%, 80~84세 27.13%, 85세 이상은 38.02%가 치매를 앓고 있다.

 

​치매는 ‘노화’가 아니라 ‘질병’이지만 백신도 특효약도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치매가 찾아오면 자식에게 짐이 될까 걱정하고, 본인은 “인생이 끝났다”는 절망에 빠진다. 사회적으로 스스로 사망선고를 내려 버린다.

 

책 ‘사랑은 치매도 멈추게 한다’ 저자 김동선은 이래서는 결코 안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치매에 대한 일반의 통념을 깨뜨리고 치매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저자는 “치매 완치는 불가능하지만, 치매에 걸려도 일상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치매에 대한 두려움과 부정적 감정이 치매 진행을 가속화시키는 반면, 주변의 사랑과 존중은 치매 속도를 늦추고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치매를 ‘끝’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나다운 삶을 지켜내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나다움’을 지키는 활동이야말로 치매를 예방하거나 늦추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자신을 기억할 수 있는 ‘메모리북’을 만드는 일, 하루에 한 번 반려식물에 물을 주는 사소한 일이라도 스스로 결정해 행복을 느끼는 과정이면 충분하고, 걷기·수면·식사라는 기본 습관을 지키는 것도 치매 진행을 늦춘다.

 

현장에서 오랫동안 많은 치매 환자를 지켜본 저자는 치매 초기라도 금세 중증으로 진행되는 경우와 ‘정말 치매 환자가 맞아?’라고 생각할 정도로 비교적 정상적으로 오래 생활하는 이들의 경우를 다 목격했다.

 

저자는 그 차이는 주변의 사랑과 환자 자신의 긍정적 감정, 그리고 자기다움을 지키는 실천이라고 말한다. 치매는 오랫동안 천천히 진행되는 특성이 있다. 치매에 걸린 뒤 어떤 생활을 하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며, 어떤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지에 따라 진행 속도가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치매 환자 돌봄에 있어서는 감정을 나누는 ‘사람중심케어’를 강조한다. 사람중심케어는 상대의 관점에서 생각하며 그 사람의 정체성과 주체성, 자기다움을 인정하고 지지함으로써 상대를 편하게 해주는 ‘사랑의 돌봄’이다. 사랑을 중심가치로 삼는다.

 

‘사람중심케어’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윤리적인 치매 케어 방법으로 알려진 것이다. 저자는 국내에 이를 도입한 전도사다.

 

사람중심케어는 돌봄을 감정적·신체적 ‘의무’나 ‘희생’이 아닌, 감정의 교류로 본다. 그가 제시하는 다섯 가지 원칙은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줄 것 △성숙한 관계를 맺을 것 △상대방의 생애사를 이해할 것 △하고 싶어 하는 일을 도울 것 △함께할 것 등이다.

 

돌봄은 실제로 곁에 있어주고 상대 감정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더 깊은 유대와 회복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저자는 돌봄 방식을 바꿈으로써 문제행동을 일삼던 치매 환자가 착한 치매가 되고, 집안일을 도와줄 정도로 호전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목격했다.

 

치매 환자나 그 가족뿐 아니라 중장년, 돌봄 종사자, 정책 담당자 모두에게 권할 만한 치매 안내서다.

 

원혜영 웰다잉문화운동 공동대표는 추천사에서 “이 책은 치매를 두려움이 아닌 준비와 사랑의 대상으로 바꿔준다”고 평했다.

 

저자 김동선은 “치매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내려놓는 것만으로도 치매 증상이 있는 부모를 돌보는 게 한결 쉬워진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 핵심은 치매를 인생 끝으로 보는 시선에서 벗어나, 두려움 대신 사랑, 단절 대신 연결을 택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 김동선은 서울대 의류학과‧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신문, 한국일보에서 기자로 일하다가 일본에 유학해서 치매를 공부했다. 공주대에서 사회복지학 박사를 받고 한국외국어대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좋은 돌봄을 하는 사람들의 모임 ‘사람중심케어실천네트워크’와 요양서비스플랫폼 ‘조인케어’ 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