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 김다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임상조교수
“아이가 밤마다 열이 나고 코를 골아요. 감기가 오래가는 걸까요?”
열이 나면서 목이 아프면 단순 바이러스성 상기도 감염, 감기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진단을 해 보면 편도염인 경우가 많다. 편도염은 소아부터 성인까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흔한 질환이다. 편도는 외부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일종의 방어벽인데, 오히려 그곳에 염증이 생기면 심한 통증과 삼킴 장애, 발열을 일으킨다. 특히 반복적으로 재발하면 수면 장애나 집중력 저하 등 일상생활 전반에 불편을 초래할 수 있고, 삶의 질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급성 편도염과 만성 편도염의 차이
급성 편도염은 주로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으로 발생하며, 갑작스러운 인후통과 고열, 삼킴 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목 안을 들여다보면 편도가 빨갛게 부어 있고, 하얀 고름이 끼어 있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항생제를 병용하기도 하나, 대부분은 휴식과 수분 섭취, 해열진통제로 호전된다.
하지만 이런 급성 염증이 1년에 여러 차례 반복되면 편도 조직이 비대해지며 염증이 완전히 가라앉지 않는 상태로 남는다. 이처럼 반복적으로 염증이 생기거나 만성적으로 부어 있는 상태를 ‘만성 편도염’이라고 한다.
반복되는 염증이 주는 영향
만성 편도염은 단순히 ‘목이 자주 붓는 병’에 그치지 않는다. 편도가 커지면 공기의 흐름이 막혀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을 유발할 수 있고, 숙면을 취하지 못해 낮 동안 피로감과 집중력 저하, 성장 발달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편도 내에 세균이 계속 남아 있으면 염증 물질이 혈액을 통해 전신에 퍼져 심장이나 신장 등에 합병증을 유발할 위험도 있다. 인후통이 잦아지면 업무나 사회생활 등에 지장을 받으며 두통과 귀통증, 입냄새 등 불편한 증상이 지속되기도 한다.
편도절제술, 언제 시행해야 할까
대부분의 급성 편도염은 약물 치료로 잘 낫지만, 1년에 5회 이상 재발하거나 염증이 심해 편도 주
위에 고름이 차는 편도주위농양이 생긴 경우 또는 수면무호흡이나 성장장애 증상을 함께 보이는 소아는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항생제 치료는 일시적인 증상 완화에는 도움이 되지만, 편도가 만성적으로 비대해진 상태를 해소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반복되는 염증에는 소용이 없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편도절제술은 전신마취 후 편도를 제거하는 수술이다. 수술 시간은 약 30분 내외로 짧고, 대부분
하루 정도 입원 후 다음 날 퇴원한다. 다만 수술 직후에는 일시적으로 인후통이 심하고 출혈 위험성도 다른 수술보다 높아 약 1주일간은 부드럽고 차가운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편도 비대가 심했던 소아 환자의 경우 수술 후 숨쉬기가 훨씬 편안해지
고, 숙면을 취하면서 성장과 집중력이 개선되는 사례가 많다. 최근에는 통증을 최소화하는 저온 플라스마나 초음파 기구를 이용한 수술법이 보편화되어 기존보다 회복이 빠르고 안전성도 높다.
편도염, 단순한 열감기 그 이상 편도염은 단순히 열이 나고 목이 붓는 질환이 아니라 호흡과 수면, 성장, 전신 건강에 영향을 준다.
편도절제술이라는 명칭만 놓고 보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필요한 시점에 시행한다면 삶의 질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증상을 방치하지 않고,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 계획을 세우는 일이다. 적절한 시기에 알맞은 치료를 하는 것이 건강한 호흡과 생활의 첫걸음이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