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 경상국립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유전적 요인
반려묘가 반려견처럼 물을 시원하게 먹지 않는 것은 유전적 요인 때문이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카를로스 드리스컬 연구팀은 세계에 분포한 집고양이, 야생 고양이, 사막 고양이 등 979종의 유전자를 채취하여 가계도를 조사한 내용을 「사이언스 익스프레스」에 발표하였다. 모든 고양이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유전자 표지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 중동 사막 지역에 사는 야생 고양이와 공통 조상을 공유하는 유전적 특징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이 유전자 특징 변화를 역추적해 보니 대략 1만 년 전, 중동 사막 지역에서 야생 고양이들이 사람을 따라전 세계로 이동하여, 그 후손들이 점차 번식하면서 현존하는 다양한 고양이 종이 생겨난 것으로 추정된다.
사막에 사는 낙타는 물을 거의 마시지 않고 오랜 기간을 버틸 수 있다. 마찬가지로 물이 충분하지 않은 척박한 환경에서 생존해 온 야생 고양이들은 몸 안의 수분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고양이들은 효율적으로 신장에서 수분을 재흡수하다 보니, 오줌은 높은 농도로 농축되어 있으며, 심지어 대변에 들어 있는 수분도 대장에서 최대한 흡수하다 보니 대변도 개에 비해 훨씬 딱딱하다.
생태적 요인
야생 고양이는 육식 동물로, 사막에 거주하면서 홀로 먹이 동물을 사냥하던 생태적 특성을 갖고 있다. 야생 고양이들은 사막이라는 생활 환경에서, 필요로 하는 대부분의 물을 먹이 동물을 통해 얻어 왔다. 생쥐 등 작은 설치류나 다른 먹이 동물의 몸속 수분 분포량은 약 70∼75% 정도가 되므로, 먹이 동물로부터 고기와 적절한 지방 그리고 아주 적은 양의 탄수화물과 필요한 물을 동시에 섭취하였다.
고양이는 진화 과정에서 사막 환경에 적응해 온 동물이다. 따라서 고양이는 다른 동물들에 비해 물의 필요성을 덜 느끼며, 탈수에 대한 감각도 둔감한 편이다. 개는 체중의 4% 이하로 수분이 감소하면 갈증을 느끼지만, 고양이는 체중의 8%까지 수분이 감소하여 탈수 상태가 되어도 갈증을 느끼지 않아, 음수량이 적어지는 현상이 생긴다.
반려묘가 물을 싫어하는 것은 생존의 문제
반려묘의 조상인 야생 들고양이는 중동 사막 지역에서 살았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물에 익숙하지 않아 두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털의 특성도 영향을 끼친다. 고양이의 겉 털은 방수가 잘되지만, 보송보송하고 가느다란 속 털은 물에 잘 젖는 특성이 있어서 한 번 젖으면 무게 때문에 활동성이 떨어지고, 방어 능력도 낮아져 야생에서 생존을 위협받게 된다.
또한 체온 조절 측면에서 털이 물에 젖으면 체온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털이 마르는데 긴 시간이 걸리므로, 일교차가 매우 큰 사막에서는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다. 고양이는 하루에 3∼4시간 동안 그루밍(털 정리)을 하는데, 이는 야생에서 자신의 냄새를 지워 천적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청결을 유지하기 위한 행동의 일환이다.
그런데 털이 물에 젖게 되면, 냄새가 더 많이 나고 더 멀리까지 퍼지기 때문에 천적에게 노출될 위험이 증가하게된다. 이와 같은 여러 이유로 고양이들은 물을 피하게 된 것이다.
물을 적게 먹는 반려묘의 위험 질환: 만성 신부전과 구강 질환
만성신부전은 10살 이상 노령 반려묘 중 30%가 넘게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글로벌 펫 기업 힐스(Hill’s)가 워싱턴 D.C.에서 진행한 글로벌 심포지엄에서, 미국 수의학 내과 전문의 제인 로버트슨 교수는 고양이 3마리 중 1마리가 만성 신장 질환으로 사망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실제로 많은 보고서에서 반려묘의 주요 사망 원인 중 1∼2위가 만성 신부전이라고 보고하고 있다. 고양이는 유전적 요인 때문에 체내에서 빠져나가는 수분을 최소화하고 소변을 농축하는 능력이 다른 동물에 비해 뛰어나다 보니, 갈증을 잘 느끼지 않아 수분 섭취가 적다. 이에 인해 체내에 독소가 많이 쌓이고 신장에 만성적인 손상이 생기기 쉽다.
또한 반려묘는 반려견에 비해 신장의 기능을 담당하는 네프론(사구체, 보먼주머니, 세뇨관으로 구성된 신장의 기능적 단위) 수가 적어 신장에 부담이 많이 가해지므로 신장 질환 발생 위험성이
높다. 반려묘에게 적절한 음수량 유지는 전신 건강뿐만 아니라 구강 건강 관리에도 매우 중요하다. 수분 섭취가 부족하면, 구강에서 침 생성도 줄어들게 된다.
침은 구강 내 음식물 찌꺼기를 씻어 내고, 산성도를 조절하며, 항균 작용을 통해 구강 내 세균 번식을 억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침 분비가 줄어들면, 구강이 건조해지고, 음식물 찌꺼기와 세균이 치아 표면에 더 쉽게 달라붙어 플라크(치태)를 형성하게 된다. 플라크는 시간이 지나면서 단단한 치석을 형성하여 잇몸 염증(치은염)을 유발하며, 이는 더 심각한 치주염으로 진행될 수 있다. 특히 반려묘는 사람보다 치석이 약 7배나 빨리 쌓이는 구강 환경을 갖고 있으므로 구강 관리가 중요하다.
반려묘의 음수량 관리
반려묘가 물을 더 섭취할 수 있도록, 수의사들은 습식사료 공급, 물그릇 수 늘리기, 신선한 물로 교체해 주기 등 다양한 방법을 제안하고 있는데, 자신의 반려묘에 맞는 방법을 찾아 음수량 관리에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