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사태 해결되려나...양측 곧 대화 나선다

정부, 이탈 전공의 행정처분 유예가 물꼬 터
한동훈 위원장 건의...윤 대통령 유연 처리 지시

한국헬스경제신문 | 한기봉 선임기자

 


▲조규홍 복지부장관(왼쪽 가운데)이 9일 서울대병원에서 10개 국립대 병원장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타협점 없이 극한으로 치닫던 의료계 사태가 새로운 전기를 맞아 대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5일 “정부는 어제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대협)가 국민의힘과의 간담회에서 건설적 대화에 나설 준비가 되어있다고 한 것에 대해 환영한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특히 “의료공백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의료현장을 이탈한 전공의의 행정처분에 대한 유연한 처리방안을 당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혀 병원으로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을 유예할 것임을 내비쳤다.

 

정부와 의료계의 타협점은 전국 의대 교수들이 예고한 집단 사직서 제출을 하루 앞둔 24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돌연 “전공의에 대한 유연한 처리가 필요하며 의료계와 건설적 대화를 하겠다”고 밝히면서 마련됐다.

 

이에 화답하듯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던 윤석열 대통령은 태도를 바꿔 한덕수 총리에게 “당과 협의해 전공의에 대한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하라”고 지시했다.

 

한 위원장과 용산 참모진 간에 사전에 이에 대한 협의가 있었고, 이관섭 비서실장 등이 윤 대통령에게 대화 필요성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강경 입장을 선회한 배경에는 여론이 의료개혁에는 긍정적이라 해도 의료공백 장기화는 4·10 총선에서 결코 여당에 유리하지는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은 24일 비공개적으로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약 50분간 전의교협 회장단과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를 마친 후 한 위원장은 “국민들이 피해 볼 수 있는 상황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정부와 의료계 간 건설적 대화를 중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조규홍 복지부장관은 “빠른 시간 내에 정부와 의료계가 마주 앉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며 “의료계를 정책의 동반자로 생각하고 의견을 경청해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립의 시작이자 모든 문제의 관건인 2000명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해서 양측이 어떻게 나올지는 불확실하다. 정부는 이미 각 대학 별로 올해 입시에서 의대 증원 규모를 확정 발표한 상태여서 돌이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 위원장과 전의교협 간 간담회에서 교수들은 전공의에 대한 처분 완화는 요구했지만, 의대 증원 백지화는 명시적으로 요청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의료계가 가장 민감한 사안인 의대 증원 문제는 일단 대화 테이블을 마련해 놓고 다른 여러 현안과 연계해 논의하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의대 교수들이 유연한 입장으로 돌아선 것만은 확실하다.

 

정부는 그간 강경 입장을 지키면서 과격한 발언을 해 의료계의 반발을 산 조규홍 장관과 박민수 2차관을 교체해 대화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변수는 전공의들의 복귀 여부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는 정부 입장이 확고한 상태에서 전공의들이 면허정지를 유예해준다는 제안만으로 복귀할지는 미지수다. 일단 양측이 한 테이블에 앉아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의료현장에 다양한 ‘당근’을 제시하면서 전공의들을 달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