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환자들, 거리로 뛰쳐나왔다

92개 환자단체 종로서 거리집회
환자단체 대규모 집단행동은 전례 없어
의료계와 정부 모두 비판

한국헬스경제신문 한기봉 기자 |

 

의료 불안정 사태가 넉 달 넘게 이어지며 끝이 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거리에 뛰쳐나왔다.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등 92개 환자단체는 4일 오전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환자촉구대회’를 열고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하라고 의료계와 정부를 향해 호소했다.

 

이 단체들은 “환자와 환자 가족, 그리고 국민은 무책임한 정부와 무자비한 전공의·의대 교수의 힘겨루기를 지켜보며 분노와 불안, 무기력에 빠졌다. 한 몸 건사하기도 벅찬 수많은 아픈 사람들, 지금도 병실에, 수술실에, 병원 복도에, 진료실에 머물고 있을 수많은 다른 사람들을 대신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또 “반복되는 의정 갈등에서 매번 백기를 든 정부를 경험한 의사 사회가 여전히 진료권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힘을 과시하고 있다”며 “아픈 사람에게 피해와 불안을 강요하는 무책임하고 몰염치한 행태를 지금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떤 일이 있어도 아픈 사람에 대한 의료 공급이 중단돼서는 안 되며 의료 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는 신호를 줘서 불안을 조성해서도 안 된다. 필요할 때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의 권리이기 때문이다”고 호소했다.

 

환자단체들은 정부에 대해서는 의대증원 찬성 여론을 앞세워 환자들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전공의들을 밀어붙였다고 비판했다.

 

주최 측은 집회에 1000명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환자나 보호자들이 이렇게 대규모 집회를 연 전례는 없었다.

 

환자단체들이 직접 거리에 나선 것은 5월 말 법원이 의대증원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리고 정부가 내년도 정원을 확정했는데도 의대 교수들의 집단휴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은 무기한 휴진을 중단했지만, 세브란스병원이 무기한 휴진을 진행 중이고 서울아산병원은 이날부터 ‘진료 재조정’이라는 이름으로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고려대의대 소속 병원, 충북대병원도 무기한 휴진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