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과 소변만으로 암 진단한다

한국재료연, 체액 기반 암 진단 센서 소재 개발
침·점액·소변 내 암 대사체 증폭해 인공지능으로 분석

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한국재료연구원(KIMS) 바이오·헬스재료연구본부 정호상 박사 연구팀이 침과 소변, 점액 같은 체액 속의 암 대사(체세포가 소비한 물질대사의 산물) 광신호를 증폭하고, 이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암을 진단하는 혁신적인 센서 소재를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기술은 암을 진단하는 데 기존의 혈액 채취나 조직검사와 같은 침습적 방식이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연구팀은 전남대학교 병원 유수웅 교수팀과 함께 대장내시경 케이블에 점액 내 분자의 라만신호를 증폭하는 플라즈모닉 바늘을 삽입했다. 대장내시경 케이블 끝에 달린 카메라가 종양 위치를 찾으면 플라즈모닉 바늘 표면에 점액을 묻힌다. 이런 방식으로 점액 성분을 분석해 대장암을 진단하는 데 성공했다.

 

또 삼성서울병원 정병호 교수팀과 함께 폐암 환자의 침을 수집해 암 병기를 구분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폐암 환자의 호흡에는 정상인과 다른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침에 녹아들어 폐암 대사산물로 존재한다.

 

 

연구팀은 라만신호(광학신호)를 1억배 이상 증폭하는 플라즈모닉 소재를 통해 체액 내 대사산물의 신호를 고감도로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종이 기반의 센서를 통해 검출해 정상인과 폐암 환자를 구분하고, 폐암 병기도 인공지능으로 구분했다.

 

강아지가 자꾸 짖어서 주인이 이상하게 여겨 병원에 갔더니 암을 발견했다는 사례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는 강아지가 사람 체액 내 존재하는 VOCs를 포함한 대사산물들의 냄새를 맡을 수 있을 정도로 높은 후각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원리를 응용해 암 진단 센서로 구현하는 방법을 모색했다. 기존의 복잡하고 비싼 장비를 활용하지 않고도 라만 신호를 1억 배 이상 증폭하는 플라즈모닉 소재를 통해 체액 내 대사산물의 신호를 고감도로 검출했다.

 

연구 결과는 바이오센서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바이오센서스 앤 바이오일렉트로닉스’에 2024년 1월 15일자와 8월 3일자로 2편 게재됐으며, ‘센서스 앤 액튜에이터스 비 케미컬’에 8월 1일자로 게재됐다. 관련 특허도 국내와 미국, 유럽에 총 10건 출원됐다.

 

연구책임자인 재료연 정호상 선임연구원은 “이 기술은 암 진단뿐만 아니라 시냅스 질환과 같은 진단법이 잘 알려지지 않은 질병에도 확장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국내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글로벌 진단 시장에 진입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지난해 소변을 이용한 암 진단 기술을 개발해 ㈜솔루엠헬스케어에 기술을 이전했고 현재 인허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는 소변에서 여러 암의 보유 여부를 한꺼번에 알아내는 수준까지 기술을 고도화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췌장암과 전립선암, 폐암, 대장암 환자 약 250명의 소변 시료를 동시 분석했으며 환자 100명 기준 약 2시간 이내에 동시 신속 분석과 인공지능을 통한 판별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