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건강상식 허와 실] ⑫노인이 되어 담배 끊으면 별 효과가 없다고?

“60~70세에 금연해봤자 효과 없다”는 건 틀린 주장
금연은 연령 불문 빠른 만큼 효과 줘

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흡연을 오래 해 온 노인들 보고 금연을 권유하면 “이 나이에 무슨 금연?”이라고 답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또 어떤 이들은 평생 담배를 피워왔는데 60세가 넘어서 담배를 끊는다고 건강이 좋아지겠냐고 반문한다.

 

늦은 나이의 금연과 관련해 온라인에는 출처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일부 학설이 나돌아다니기도 하는데, 평생 담배를 피운 사람이 60세나 70세 넘어서 담배를 끊는 것은 사실상 별 효과가 없다는 게 요지다.

 

흡연은 장기간에 걸쳐 천천히 몸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60세나 70세가 되어서도 질병이 없이 건강하다면 10~20년 더 피운다고 갑자기 큰 건강이상이 나타나는 건 아니라는 논리다.

 

정말 그럴까.

 

흡연이 건강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수많은 연구를 찾아보면 그렇지 않다. 금연은 나이와 관계없이 가능한 한 일찍 결단하면 할수록 뇌혈관질환이나 폐질환, 치매, 각종 암 등에 걸릴 위험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특히 노인이 흡연과 음주를 같이 하면 인지 기능 저하와 치매 발생이 빨리 온다는 연구논문은 많다.

 

2022년 미국 암학회 블레이크 톰슨 박사 연구팀이 국민건강면접조사와 국민 사망기록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담배를 거의 피워본 적이 없는 비흡연자 사망위험을 1로 했을 때 35세 미만에 금연한 사람의 사망률은 1.03으로 3%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담배를 끊는 시기가 늦어질수록 사망률은 높아졌다. 35~44세 사이 금연한 경우 사망률이 비흡연자에 비해 21%, 45~54세 금연자는 47%, 55~64세에서는 74%로 크게 높아졌다. 전혀 금연하지 않은 경우는 사망위험이 180%로 증가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인종·민족·성별을 불문하고 흡연을 늦게까지 계속하는 것은 비흡연자와 비교한 전체 사인 사망률이 최소 2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가장 최신 연구 결과도 비슷하다.

 

프랑스 파리 비샤-클로드 베르나르 병원 쥘 메스니에 박사팀은 8월 29일 런던에서 열린 2024 유럽심장학회에서 흡연 여부가 관상동맥 질환자의 심혈관 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5년간 추적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 참여한 관상동맥 질환 환자 3만2378명 중 1만3366명(41.3%)은 담배를 피운 적이 없었고, 1만4973명(46.2%)은 과거 흡연자, 4039명(12.5%)은 현재 흡연자였다.

 

관상동맥 질환 진단 후 금연한 환자는 금연 시기와 관계없이 심혈관 질환 위험이 금연하지 않은 사람보다 44%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금연하지는 않고 단지 흡연량을 줄인 사람들은 위험이 4% 감소하는 데 그쳐 유의미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관상동맥 질환 진단 후 기간이 1년 늘어날 때마다 심혈관 질환 위험은 8%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연을 한 사람들은 흡연자보다 심혈관 질환 위험이 유의미하게 빠르게 줄었지만 담배를 피운 적이 없는 사람의 심혈관 위험 수준까지는 감소하지 않았다.

 

메스니에 박사는 “담배를 끊기에 너무 빠르거나 늦을 때는 없으며 심혈관 질환 위험을 낮추려면 빠를수록 좋다”며 “금연이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