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의료

미국서 뇌사 판정 환자, 장기 적출 직전 깨어나

심장 적출 전 울면서 몸부림 쳐
보건당국, 진상 조사 착수

한국헬스경제신문 한건수 기자 |
 

미국에서 뇌사 판정을 받은 환자가 장기적출 수술 직전 기적적으로 깨어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사건 이후 뇌사 판정에 더 신중해야 하고 장기 기증자를 보호할 수 있는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고, 보건 당국은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21일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36세 남성 토마스 TJ 후버 2세는 2021년 10월 약물 과다 복용으로 미국 켄터키주 뱁티스트 헬스 리치몬드 병원에 이송됐다.

 

​병원에 도착한 후 후버는 뇌사 판정을 받았는데 그가 장기 기증 희망자였기 때문에 장기 적출을 위한 절차가 진행됐다.

 

그런데 의사들이 장기 이식을 위해 후버의 심장 상태를 검사하던 중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외과의사들이 장기 적출을 준비하는 동안 후버가 공포에 질린 채 수술실 테이블 위에서 몸부림을 치며 울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의료진은 즉시 장기 적출을 중단했고, 심장을 적출하려던 의사는 수술실에서 빠져나갔고 의료진은 모두 큰 충격을 받았다.

 

후버의 여동생은 당시 상황에 대해 “오빠가 중환자실에서 수술실로 이동할 때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는 것 같아 의료진에게 말했는데 의료진은 사망한 사람에게서 발생할 수 있는 흔한 반사작용이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현재 후버는 기억력과 걷기 및 말하기 등의 신체적 기능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살아 있다.

이 사건은 병원 측이 생존 상태에서 장기적출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켄터키주 장기기증파트너와 병원 측은 이 같은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켄터키장기기증파트너 관계자는 “살아있는 환자의 장기를 절대 적출하지 않는다”고 강조했고. 병원 측도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고 밝혔다.

 

​병원 직원 중 한 명은 미 하원 청문회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며 “장기 기증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켄터키주 법무부 장관과 미국 보건 서비스 자원국은 진상 조사에 나섰다.

 

이 사건 이후 병원 직원 중 일부는 정신적 충격을 받아 사직했고, 일부는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뇌사는 자발적 호흡이 불가능해 사망에 이르는 상태다. 간혹 뇌사자와 식물인간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식물인간은 자발호흡이 가능한 상태다. 뇌사자와 식물인간 모두 의식 없이 누워있는 상태지만 식물인간은 깨어날 가능성이 있고, 뇌사자는 의식이 없어 깨어나지 못한다. 따라서 뇌사자는 장기 기증이 가능하나 식물인간은 장기 기증을 할 수 없다.

 

뇌사 판정은 매우 엄격하게 이루어진다. 뇌사 판정위원회는 대체로 의료진, 종교인, 변호사들로 이뤄지는데 뇌사 조사를 마친 뒤 전원의 찬성으로 뇌사 판정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