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병, 저런 병] ⑲난임의 원인 ‘무정자증’

한국헬스경제신문 한건수 기자 |

 

난임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난임의 약 30-50%는 남성에게 원인이 있다. 하지만 남성도 난임 치료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인공수정, 시험관아기시술(IVF) 등 생식보조술을 먼저 시도했다가 여러 차례 실패한 뒤에야 비로소 남성이 원인임을 알게 되는 경우가 아직도 있다.

 

남성 난임을 겪는 환자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무정자증, 정자 무력증, 희소정자증, 정계정맥류, 염색체 이상이 주요 원인이다. 정부도 지난해 4월부터 남성을 대상으로 산전검사 필수 항목 중 정액 검사 비용을 일부 지원한다.

 

특히 무정자증은 곧 불임이란 인식이 강하지만, 요즘엔 원인을 규명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질환이다.

 

무정자증 진단 기준은 정자의 운동성이 10% 미만이거나, 정액검사에서 1mL 당 정자 수가 500마리 이하거나 정자의 모양이 비정상적인 경우다.

 

무정자증은 정액 검사에서 정자가 검출되지 않는다. 전체 남성의 약 1%, 불임 남성의 약 10~15%에서 나타난다. 크게 폐쇄성과 비폐쇄성으로 구분한다.

 

폐쇄성 무정자증은 고환에서 정자가 정상적으로 생성되지만, 과거 고환염이나 염증, 탈장 수술, 당뇨, 전립선 제거술 등으로 정자 배출 통로가 막혀 정자가 배출되지 않는 경우다. 이땐 외과적 시술로 자의 이동 통로를 복구하거나 정자를 직접 채취하는 방법으로 임신을 시도할 수 있다.

 

비폐쇄성 무정자증은 고환의 기능이 상실된 상태로 호르몬 관련 내분비 이상이거나 유전적 요인, 고환의 구조적인 문제 등 원인이 다양하다. 하지만 호르몬 치료나 미세 수술로 정자를 채취하는 방법이 있다. 최근엔 극소량의 정자라도 채취할 수 있는 정밀 수술 기술이 발전하면서 임신 성공률이 최대 10%까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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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자증은 자연임신이 어려울 뿐, 임신 자체가 불가능하진 않은 것이다. 무정자증의 원인을 파악하면 검사를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임신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요즘엔 보조생식술이 눈부시게 발전해서 무정자증 남성도 고환 등에서 정자를 채취·선별해 난자에 직접 주입하는 난임 치료로 임신을 시도한다.

 

난임은 부부 공동의 문제다. 난임 치료 첫 단계부터 반드시 남성의 난임 요인도 살펴야 한다. 남성은 여성보다 난임 원인을 파악하기도 쉽다.

 

​평소 건강한 정자를 만들기 위한 생활습관도 필요하다. 나이가 들면 정자의 수·운동성 등이 완만한 하향곡선을 그린다. 여기에 흡연·비만 등 부정적인 환경 요인이 겹치면 이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특히 흡연은 정자의 DNA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치킨·피자 등 패스트푸드 섭취도 자제하는 게 좋다. 비만은 호르몬을 교란시켜 정자 성숙을 방해한다. 사우나도 정자 형성에 부정적이다. 꽉 끼는 속옷을 입거나 오래 앉아있는 것도 고환의 온도를 올릴 수 있어 좋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