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암 발병이 노인에서 젊은 성인으로, 남성에서 여성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암 관련 최고 권위 기관인 미국 암학회가 공식적으로 밝혔다.
일반적으로 나이를 먹어가면서 음주와 흡연을 많이 하는 남성이 암에 걸릴 확률이 여성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 반대의 흐름이 나타난 것이다.
17일 발표된 미국 암 학회(American Cancer Society)의 보고서에서다. 암 발생을 나이 별로 분석한 결과, 65세 미만의 경우 여성이 암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남성보다 훨씬 높아졌다.
50세 미만의 남성은 29명 중 1명이 암에 걸렸으나 같은 나이대의 여성은 17명 중 1명 이 암 진단을 받았다. 50세 미만 여성은 남성 동년배보다 암에 걸릴 위험이 82% 더 높은 것이다. 여성의 암 발병률이 남성을 앞지른 것은 1900년대 초반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이 보고서의 주 저자인 레베카 L. 시겔 박사는 기자 회견에서 “여성 암의 증가 추세를 주도하는 것은 유방암과 갑상선암”이라고 말했다.
그는 “갑상선암은 최근 몇 년 동안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우리가 조사하는 기간 동안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암은 유방암이었다”라고 말했다.
이는 침습성 유관암(유방암의 가장 흔한 형태)의 증가에 주로 기인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침습성 유관암 진단은 매년 1%씩 증가했다. 특히 50세 미만 여성은 1.4%씩 증가했다. 과체중, 출산 연령의 증가, 출신 횟수 감소 등이 주요 위험 요인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우리나라도 유방암이 여성 암 증가세 주도
한국의 여성 암 발생 추세도 비슷하다. 우리나라도 여성 유방암이 지속적으로 늘어나 여성 암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발표된 보건복지부-국립암센터의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위암, 대장암, 갑상선암 등은 감소세를 보였지만 유방암은 매년 증가했다.
2022년에 새로 발생한 암 환자 수는 28만 2047명 중 유방암은 2만 9528명이나 됐다. 여성 암 중 가장 많은 20%를 차지했다. 유방암 환자 분포는 40대 29.8%, 50대 29.3%이지만, 60대도 20.7%나 됐다. 전체 암환자는 남자 14만 7468명, 여자 13만 4579명이다. 50~60대 중년 환자가 절반이다.
유방암 발병 원인은 기본적으로 유전, 호르몬 변화 등과 깊은 관련이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육류 위주의 서구식 식습관이나, 음주, 비만 관련성도 커지고 있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노출이 상대적으로 긴 무자녀 여성이나 늦은 임신과 출산을 하고, 빠른 초경와 늦은 폐경을 겪은, 수유를 하지 않은 여성에서 발생 가능성이 더 높다.
폐경을 한 여성이 매일 한 잔씩 술을 마실 경우 유방암 발생 위험이 30%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비만도 폐경 후 여성의 유방암을 높인다. 주 5회, 하루 30분 이상 신체 활동을 하는 게 좋다.
한국유방암학회는 매월 정기적인 유방 자가 진단을 하면 유방암의 70%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자가 진단을 하기에 적절한 시기는 매달 월경이 끝나고 3~4일 후이며, 폐경이 된 여성은 매달 일정한 날을 정해 정기적으로 자가 진단을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