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성소수자에게 적대적 입장을 고수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인 20일 미 정부가 그동안 트랜스젠더(성전환자)와 성전환수술자에게 부여해온 모든 평등 정책을 폐기했다.
그는 이날 공식적으로 정부 발급 문서에 남성과 여성 두 개의 성별만을 표기하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행정명령은 “여권, 비자, 입국 카드를 포함한 정부 발급 신분 확인 서류에 성별을 남자와 여자만으로 정확하게 반영한다”는 내용이다.
트럼프의 서명 즉시 미 국무부의 여권 발급 서비스 웹사이트의 ‘성별 표기’란에 남성(M)과 여성(F) 외에 제3의 성별인 ‘X’가 사라졌다. 또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당시 넣은 “우리는 성소수자(LGBTQI+)를 포함한 모든 사람의 자유, 존엄성, 평등을 옹호한다”는 문구도 없어졌다.
미 언론은 이 행정명령이 트랜스젠더나 성전환수술자에게 엄청난 파급을 미치고 인권단체의 거센 반발을 초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주관적 성정체성(젠더)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여러 유세에서 “주관적 성정체성은 순전히 내적이고 주관적인 자아 감각을 반영하는 것으로 생물학적 현실과 유리된 것”이라면서 “성별 구분 기준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주관적 성정체성을 인정하지 않고 남성과 여성이라는 2개 성별만 인정하는 것이 미국 정부의 공식 정책”이라며 “인종과 젠더를 공공생활과 사생활의 모든 측면에 사회공학적으로 주입하려고 시도하는 정부 정책을 종료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행정부가 발행하거나 관리하는 여권, 비자, 공무원 인사서류 등에서 주관적 성정체성을 반영하는 ‘젠더(gender)’를 기입하는 난은 사라지게 된다. 남성 혹은 여성 2개 성별 중 하나만을 표기하는 ‘성(sex)’ 표기만 허용되는 것이다. 또 정부기관, 학교, 공공시설, 군대 등에서 트랜스젠더에 대한 평등 및 배려 조치도 점차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줄기차게 성소수자에 적대적인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는 후보 시절 ▲부모의 동의 없는 미성년자의 성전환 치료 금지 ▲성인의 성전환 치료 예산 삭감 ▲성전환 여성의 여성 스포츠 경기 참여 및 여성 전용시설 이용 금지 ▲트랜스젠더 입대 불허 및 제대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1964년 민권법 제정 이래 수십 년 동안 미 정부가 인종, 성별, 성정체성, 계층 등 다양한 기준 아래 실천해온 ‘마이너리티(소수자) 권리 증진’ 기조는 막을 내리게 됐다. 바이든 행정부 당시 연방정부 부처와 기관마다 지정됐던 ‘최고 다양성 책임자’(chief diversity officer) 직책도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