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한건수 기자 |
‘태아 속 태아’(fetus in fetu)라고 하는 ‘기생 태아’라는 게 있다. 출생아 50만 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매우 드문 현상이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보고된 사례는 약 200건이다.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자궁 속에서 일란성 쌍둥이가 발달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분리가 되지 않아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태아 속 태아 사례는 국내에서는 보고된 사례가 없지만 해외에서는 가끔 보도가 된다.
최근 중국에서는 아이의 뇌 속에 기생 태아가 자란 사례가 보고됐다. 베이징대학교 국제병원에 따르면 한 1세 여자아이가 머리가 비정상적으로 커지면서 제대로 앉거나 서 있을 수 없어 병원을 찾았다. 머리둘레는 무려 56.6cm였다. 이 여아는 제왕절개를 통해 태어났었는데 입원 후 CT를 찍어보니 두개골 내에 여러 뼈조직 그림자가 확인됐다.
의료진은 이를 제거하기 위해 여아의 머리를 절개했는데 놀랍게도 아이의 뇌에서 입, 눈, 머리와 머리카락, 몸, 팔, 손, 발과 같은 기관을 보이는 미성숙한 태아가 자라고 있었다. 여아는 수술 후 뇌 손상이 심해 12일 만에 사망했다.

지난달에는 인도에서 태아의 몸속에서 또 다른 2명의 태아가 발견된 일이 보도됐다. 32세 여성이 임신 35주차 정기검진을 받았는데 태아 복부 안에 2명의 기형 태아가 있는 것이 발견됐다. 의료진은 성장이 멈춰 유산한 2명의 기형 태아를 꺼냈다. 기형 태아는 손과 발이 모두 발달한 상태였다. 다행히 산모와 아기는 건강한 상태다.
인도에서는 2022년에 생후 3주 여아의 배에서 무려 8명의 태아가 발견되기도 했다, 여아는 수술받은 후 회복됐다.
기생 태아는 진정한 의미의 생명체로 보지는 않는다. 중요 장기가 완전히 발달하기는 어려워 생존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오히려 태아의 신체 장기를 눌러 건강을 위협한다.
기생 태아는 주로 태아의 복부에서 자란다. 모체 안에서 정상 태아를 통해 주로 혈액 공급을 받으며, 정상 태아의 흉골과 어깨 하부의 동맥, 정맥 등에 복잡하게 연결돼 있다. 기생 태아는 수술로 제거가 가능하고 기생 태아를 품은 아이는 수술 수 생존할 수 있다.
기생 태아는 일란성 쌍둥이 경우에 발생한다. 정자와 난자가 수정한 후 두 개의 독립된 배아로 분리돼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수정란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면서 한 명의 쌍둥이가 다른 쌍둥이 몸 안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손톱이나 머리카락, 팔다리와 같은 특징은 계속해서 발달할 수 있다. 쌍둥이 중 상대적으로 큰 배아에 작은 배아가 흡수되면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