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이재명 정부가 5년 동안 역점을 두고 추진할 국정과제 123건이 16일 확정됐다.
정부는 이날 세종시에서는 처음으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과 123대 국정 과제를 확정했다.
123대 국정과제에는 여가부 주관 3대 과제와 11개의 실천 과제가 담겼는데, 이중 관심을 끈 건 ‘임신중지 약물’ 도입이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4월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국회에 2020년 말까지 판결을 반영한 대체 입법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지만 대체 입법은 정쟁과 무관심에 밀려 6년째 방치되고 있다.
산부인과에서는 낙태 수술이 더 이상 불법은 아니지만 낙태 관련 상담, 모성 보호 문제, 건강보험 적용 여부, 수술 후 처리 문제 등이 제대로 법적 제도적 정비가 되지 않아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먹는 낙태약 ‘미프진’ 도입도 식약처가 허가를 미루고 있다.
낙태 합법화 이후 여성단체 등은 미프진을 정식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관련 법이 정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약사가 신청한 도입 허가를 미뤄왔다.

국회에서도 입법이 되지 않으면서 6년이 지난 지금까지 미프진 도입 등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국가 차원의 의료 정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SNS에선 ‘미프진 구합니다’와 같은 게시글이 꾸준히 올라오는 등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한 해 7천 만 건 이상의 임신중지가 이뤄지고 있고 이 중 2500만 건이 안전하지 않은 방법으로 행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임신중지약은 여성이 불법 수술 등에 의존하지 않고 안전하게 임신중지에 접근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5년 미프진과 같은 임신중지약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했다. 현재 미국·프랑스 등 90여개 국에서는 임신중지약을 약국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 한국에선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보건복지부 장관과 식약처장에게 도입을 권고했다.
임신중지 약물 도입이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 식약처는 곧 미프진에 대한 도입 허가를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여가부 국정과제에는 ‘산부인과’ 명칭을 ‘여성의학과’로 변경하는 안도 포함됐다.
또 의학계에서 계속 주장해 온 남성 청소년에 대한 HPV(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 무료 접종도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국가가 무료 접종하는 18종 백신 중에서 HPV 백신만 유일하게 여성 청소년만을 대상으로 해왔다. 이로 인해 HPV 백신은 여성이 맞는 자궁경부암 백신이라는 인식은 짙어지고 남성 청소년의 HPV 예방은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
OECD 38개 국 중 33개 국은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HPV 예방접종을 지원한다. HPV로 인한 남성 암의 발병률이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HPV는 남녀 모두에게서 항문암, 외음부암, 구인두암의 원인이 된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남성에서 많이 발병하는 특정 HPV 암은 여성 자궁경부암 발병을 앞섰다. 국내도 마찬가지로 남성 HPV 감염 질환과 암의 증가가 두드러지고 있다.
호주는 2035년까지 세계 최초로 자궁경부암을 종식할 것을 선언했다. 우리나라보다 10년 앞서 HPV 예방백신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될 수 있다.